아세안 철강산업, 구조조정과 저탄소 전환 ‘이중 부담’

2025-10-02     손연오 편집국장

아세안(ASEAN) 철강산업이 구조조정과 저탄소 전환이라는 두 가지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투자통상산업부(MITI)가 최근 발표한 ‘철강산업 로드맵’에 따르면, 역내 철강 생산능력은 2025년 8,460만 톤에서 2035년 1억6,900만 톤으로 두 배 가까이 확대될 전망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수요 증가 속도는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돼, 공급과잉 문제가 심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위 로드맵은 향후 10년간 아세안에서 5,770만 톤 규모의 BOF와 2,680만 톤 규모의 EAF가 신규로 증설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내수 시장은 이를 흡수하기에 역부족이다. 예컨대 말레이시아의 경우 2030년까지 상류 설비 능력이 4,08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내수 수요는 1,470만 톤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아세안 전반적으로 과잉설비 확대와 수익성 저하, 저가 수출 및 덤핑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번 로드맵에서 역내 공동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철강 설비 및 가동률에 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수급 불균형과 덤핑·우회수출 문제를 관리할 수 있는 공통의 제도적 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반덤핑, 세이프가드, CBAM(탄소국경조정제) 등 국제 통상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아세안 역내 협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로드맵은 저탄소 전환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아세안 각국은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저탄소 인프라 확충, 배출 기준 강화, 금융 지원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아세안 철강산업이 단순한 공급과잉 문제를 넘어, 친환경 생산체제로의 전환이라는 구조적 변화를 동시에 요구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아세안 철강산업이 당분간 구조조정 압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과잉설비와 수익성 저하라는 현실적 문제와 함께, 탈탄소 전환이라는 장기적 과제까지 안고 있기 때문이다. 아세안이 저가 공급지 이미지를 벗고 저탄소·고효율 생산 거점으로 변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