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열연, 반덤핑 공백 속 국내 유통시장 진입 본격화

- 베트남산 초도 물량 입항...10월 말 추가 유입 예고 - 가격 메리트는 제한적…“상승에 베팅한 거래” 평가도 - SS400·SPHC 등 규격 다양...품질 평가는 ‘아직’ - 중국산 대체?...베트남 및 인니산 저가 포지션 주목

2025-09-30     박현욱 선임기자

지난 23일부터 중국과 일본산 열연에 대한 반덤핑 잠정관세가 발효된 가운데 동남아산 열연 유입이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베트남산 물량 일부가 국내 항만에 도착한 데 이어, 10월 말 2만 톤 내외의 물량이 추가로 들어올 예정이어서 유통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베트남산 열연 약 3천 톤이 국내에 입항했다. 이 물량은 7월 말 톤당 520달러(CFR) 수준에 계약된 것으로, 일부 유통업체가 구매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는 이를 ‘품질 검증을 위한 초도 물량’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어 2차 물량으로는 8월 중순 체결된 호아팟(Hoa Phat) 열연 약 1만 5천~1 만7천 톤이 10월 중순~말 사이 국내에 입항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부산·경남권에 약 1만 2천 톤, 수도권에 5~7천 톤이 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계약 가격은 톤당 525달러(CFR) 수준으로, 환율을 적용하면 약 73만~74만 원 선이다. 현재 국내 유통가격(시트 및 도착도 기준 약 75만 원)과 비교할 때 가공 및 물류비를 고려하면 가격 메리트는 크지 않다는 평가다.

품질에 대해서는 “고로에서 생산된 제품인 만큼 전반적으로 양호할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번 베트남산 열연은 SS400, SPHC 등 규격 선택 폭이 넓어 유통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을 두고 “반덤핑에 따른 가격 상승에 베팅한 거래”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결국 리스크를 감수한 계약이다. 최소한 국내 유통가격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 것 같다”며 “중국산 재고가 대부분 소진되는 10월 말~11월에는 수입재 가격이 톤당 80만 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일부 수입 유통업체는 잠정관세 부과와 중국산 재고 축소를 이유로, 황금연휴를 기점으로 수입산 열연을 톤당 79만~80만 원대에 판매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국산재와 수입재 간 ‘눈치 싸움’이 치열하다고 보고 있다. 중국, 일본산이 막힌 상황에서, 베트남산이 대체재로 부상할 가능성은 있지만, 유럽 시황에 영향을 크게 받는 데다 수출 여력이 넉넉지 않아 시장 파급력은 중국산에 비해 다소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인도네시아산 열연과 함께 최저가 포지션을 차지할 수 있는 만큼 업계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참고로 EU 집행위는 지난 25일부터 베트남산 열연에 약 12.1%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베트남 호아팟(Hoa Phat)은 수출가격이 정상가격에 부합한다고 인정받아 0% 관세율이 적용됐다. 이에 따라 호아팟은 유럽향 물량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한국철강협회 수입 통계에 따르면 베트남산 열연 수입량은 2018년 7만 6천 톤을 기록한 이후 2019년 1만 톤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후 수년간 미미한 수준에 머물렀으나, 2025년 들어 8월까지 5,900톤, 9월 말 기준 추가로 3,400톤이 들어오며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