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쓰는 스크랩” 대광자원, 제강사 맞춤형 공급체계로 진화
- 연 35만 톤 처리능력 갖춘 슈레더 가동…자원순환 질적 전환 이끈다 - 정제·선별 고도화 통해 원료 신뢰도 강화…철강업계 수요변화 선제 대응
기계가 짓이긴 스크랩 무더기가 쉴 새 없이 컨베이어를 타고 흘러갔다. 슈레더에서 파쇄된 스크랩은 선별기를 거치자 철과 불순물이 정교하게 분리됐다. 흙과 플라스틱이 엉겨 있던 더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제강사로 직송 가능한 ‘정제 철 스크랩’으로 탈바꿈했다. 충남 아산 대광자원의 작업 현장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자원순환 공정이었다.
국내 철 스크랩 업계는 최근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국내 발생량은 지속적으로 줄고 공급망 불안정까지 겹쳤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제강사들은 단순한 물량 확보를 넘어 일정한 품질까지 요구한다. 공급업체는 변화에 대응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 대광자원이 2년여 준비 끝에 가동을 시작한 슈레더와 선별기는 이러한 흐름에 대한 응답이다.
회사가 이번에 들여놓은 설비는 ZATO사의 1,200마력급 슈레더다. 연간 처리 능력만 약 35만 톤. 여기에 최신 선별기를 더해, 고철과 불순물을 정밀하게 분류한다. 단순히 고철을 파쇄하는 장비가 아니라, 제강사에 쓸 수 있는 원료를 제공하는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된 셈이다.
대광자원 고지광 대표는 “압축이나 절단 외에도 제강사 입장에서 믿고 쓸 수 있는 품질, 규격, 정제도 모두 갖춘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번 투자는 고철도 결국 품질 경쟁의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대광자원은 현재 3,000평 규모의 1야드와 9,000평 규모의 2야드를 운영 중이다. 1야드에서는 길로틴과 압축기를 통해 스크랩을 기본 규격으로 가공하고, 2야드는 본격적인 슈레더·선별 공정이 이뤄지는 생산 핵심 기지다. 설비 가동 이후 고품질 스크랩 생산량은 큰 폭으로 늘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고 대표는 “처리 능력이 커진 만큼, 안정적인 모재 확보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국내 철 스크랩 총 수요는 2014년 3,369만 톤에서 2024년 기준 2,200만 톤 이하로 줄었고, 수입 의존도도 10% 미만으로 낮아졌다. 원료는 줄었는데 품질 요구는 커지다 보니, 안정적 공급 체계를 갖춘 업체만이 제강사와 장기적 협력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구조가 된 것이다.
이어 “고철도 단순 가공에 그쳐서 안된다. 제강사에 맞는 품질로, 믿고 쓸 수 있게 납품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한 투자가 이번 설비”라고 덧붙였다. 단순히 자사 설비를 설명하는 차원을 넘어, 스크랩 산업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말이었다.
2007년 설립된 대광자원은 꾸준히 입지를 넓혀왔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축된 시장에서도, 2012년 현대제철 패밀리 등록과 이듬해 직납업체 승격을 계기로 성장세를 이어왔다. 이번 슈레더·선별 설비 도입은 단순한 규모 확장이 아니라, 철강 원료 산업의 질적 전환을 이끄는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제강사에는 품질 좋은 원료를, 지역사회에는 자원순환의 선순환 구조를, 산업 전반에는 고도화된 표준을 제시하는 기업.
대광자원이 그리는 미래는 스크랩이라는 이름에 더 이상 녹이 슬지 않도록 바꾸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