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스크랩 시장, 단가 운용 방식에 '말말말'

- 공식 단가와 실제 가격 괴리, 공급업계 “출하 전략 세우기 어려워” - 소규모 거래 차별·가격 정보 집중에 시장 투명성 우려 커져 - 제강사, 원가 부담 불가피…조건별 차등 적용은 전략적 선택

2025-09-29     곽단야 기자

국내 철 스크랩 시장이 단가 운용 방식을 둘러싸고 혼란에 빠졌다. 공급업계는 공식 단가와 실제 거래가 불일치하고, 거래 조건별 차별이 심화되면서 시장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제강사들은 원가 부담을 고려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9월 들어 주요 제강사들은 두 차례 철 스크랩 매입 단가를 인하했다. 그러나 일부 공급사들에는 이전 단가를 유지하거나, 별도 조건을 달리 적용한 사례가 다수 포착됐다. 공급업체들은 공식 단가 인하가 발표돼도 현장에서는 각기 다른 가격이 오간다면서, 출하 시기와 거래처에 따라 달라 예측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같은 등급의 철 스크랩이라도 야드 거래에는 인센티브가 붙는 반면, 직납 거래는 낮은 단가가 적용되거나 납품 자체가 제한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이러한 차등이 명확한 기준 없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가격 정보가 일부 대형 공급사에 집중되면서 시장의 정보 격차와 불투명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소규모 공급업체들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한 공급업체 관계자는 “특정 업체만 유리한 조건을 받는 구조에서 소규모 공급사는 재정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단가 운영이 투명하지 않으면 시장 자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유예 기간 적용이나 특구 여부 해석도 거래처마다 달라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반면 제강사들은 가격 차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 제강사 관계자는 “제품 가격은 약세지만 고가에 매입했던 스크랩을 투입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면서 "모든 철 스크랩 공급사에 동일한 단가를 적용하면 원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필요한 물량만 선별 조달하고, 거래 조건별로 차등을 두는 것은 전략적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업계 전반에서는 단가 체계가 공개적이고 일관되게 운영되지 않는 한, 시장의 신뢰 회복은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공급업체들이 불신을 거두기 위해선 최소한의 기준과 단가 운영 원칙이 공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일부 업체만 알고 있는 가격 구조는 결국 시장 전체를 왜곡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 내 가격 차별은 불가피할 수 있으나, 불투명한 구조가 반복되면 신뢰는 회복되기 어렵다. 제강사들의 단가 정책이 단기 이익만을 좇지 않으려면 최소한의 거래 투명성과 기준이 필요하다는 업계의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