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ASF] 아시아 시장, 경기 둔화와 탈탄소 전환의 기로에서
- 中 수출 증가에도 내수 둔화…연말 반등 모멘텀 주목 - 日, 수소환원·전기로 병행 탈탄소 전략과 비용 부담 - 러, 제재 속 내수 성장·스크랩 비중 축소…CIS 다층적 재편 - 동남아, 중국산 강재 유입·품질 문제 속 인프라 수요 확대
2025 아시아스틸포럼(ASF)이 9월 24일부터 3일간 일본 힐튼 도쿄 오다이바 호텔에서 개최됐다.
올해로 15회를 맞은 ASF는 철강 및 금속 리사이클링 산업의 지속가능성과 미래 성장 전략을 집중적으로 조망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국제 철강 콘퍼런스다. 이번 행사는 24~25일 이틀간 포럼 세션이 진행되며, 26일에는 일본 내 주요 스크랩 및 자원 재활용 기업을 방문하는 플랜트 투어가 마련됐다.
24일 오후 세션에서는 중국, 일본, 러시아 그리고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철강 시장 전망과 기술 혁신’을 주제로 다양한 발표가 이어졌다,
■ 중국 철강 시장 전망
- 왕젠화 / 중국 마이스트틸 수석 애널리스트
왕젠화 수석 애널리스트는 “2025년 1~7월 중국 철강산업은 6,436억 위안의 매출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상반기 조강 생산량은 전년 대비 5.5% 증가했으나, 선철은 2.8% 줄고 내수 소비도 둔화됐다. 그럼에도 수출이 10% 늘어나 7,749만 톤에 달하며 시장을 지탱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중국 철강시장의 핵심 키워드로 ‘대외 대응’을 꼽았다.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경기 둔화, 미국의 고금리·고관세 정책, 중국 내 소비 위축이 부담 요인이지만, 하반기에는 국책 금융 지원과 대규모 프로젝트 추진이 가격 반등을 이끌 수 있다고 전망했다.
왕젠화 애널리스트는 세 가지 긍정 요인을 제시했다. 첫째, 미국 금리 인하에 따른 중국 내 유동성 확대, 둘째, 국유기업 중심의 생산 통제 강화, 셋째, 재고 사이클 전환이다. 그는 “단기적으로 가격 하락 압력이 이어지겠지만 연말로 갈수록 반등 모멘텀이 살아날 수 있다”며 올해 수요는 전년 대비 4% 감소, 가격은 6~8% 하락을 예상했다.
장기적으로는 과잉 생산능력 조정, 구조 고도화, 에너지 절감·배출 감축 압력이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철강산업은 양적 팽창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해야 하며, 중장기적으로 연간 8억 톤 수준의 수요를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일본 철강 시장 전망
- 야츠시 야마구치 | SMBC 니코증권 수석 애널리스트
야츠시 야마구치 애널리스트는 먼저 글로벌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이 철강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며 발제를 시작했다. 그는 “세계 경제와 정치·지정학적 리스크, 원자재 시장 변동이 철강업의 흐름을 좌우한다”며, 애널리스트의 본질적인 역할은 시장을 분석해 투자자에게 올바른 판단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의 금리 정책과 중국 경기 지표가 철강업의 향방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 철강산업이 직면한 구조적 과제를 언급하며, “대형 고로를 유지하면서도 탈탄소 기술을 접목하는 이중 전략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 철강사들은 수소환원 제철과 대형 전기로 도입을 병행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이미 파일럿 플랜트에서 40% 이상 탄소 저감 성과를 확인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생산비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점, 그리고 시장이 이를 감내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불확실성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세계 시장에서는 여전히 저가의 고탄소 철강이 유통되고 있다”며, 일본산 고비용 저탄소 제품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탈탄소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고객이 프리미엄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끝으로 야마구치 애널리스트는 일본 전기로 전문 제강사인 동경제철을 ‘작은 거인’이라 평가했다. 그는 “동경제철은 기존 고로 중심 체제를 벗어나 재생에너지와 전기로를 활용해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며, 향후 일본 내 탈탄소 경쟁에서 중요한 변수로 부상할 가능성을 언급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 러시아 및 CIS 시장의 변화와 동향
- 마리나 우글로브스카야 / RUSMET 총괄이사
마리나 우글로브스카야 총괄이사는 러시아 금속 시장의 현황과 향후 전망을 집중 조망했다. 그는 “러시아는 세계 3위의 철광석 자원을 보유한 국가”라며, 재활용 자원만으로는 미래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고, 그린스틸 전환 역시 러시아의 원료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러시아에는 약 1만여 개의 금속·스크랩 관련 기업이 활동하고 있으며, 중국·인도·이란·튀르키예·UAE 등 주요국과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발표는 러시아 철강산업이 직면한 구조적 과제와 국제 환경 변화를 동시에 짚었다. 그는 “서방의 제재로 수출은 감소했지만 내수 시장이 상당 부분을 흡수했다”며, 2024년 러시아 내 철강 소비가 4,700만 톤으로 2021년보다 늘어난 점을 제시했다. 다만 고금리 정책으로 건설·에너지 등 주요 수요 산업이 위축되면서 스크랩 소비는 절반으로 줄었고, 제철소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원료인 DRI와 열간철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2021년 36%였던 스크랩 사용 비중은 2024년 25%까지 낮아졌으며, 올해는 22~23%로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그는 “러시아는 서방이 요구해온 반제품(슬래브·빌릿) 중심 수출 구조를 오랫동안 유지해왔다”며, 제재로 인한 수출 차질 속에서도 여전히 세계 주요 반제품 공급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음을 언급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내수 기반 확대와 함께 소규모 전기로·유도로 제강사들이 등장해 인도와 유사한 다층적 산업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CIS 지역 동향도 소개됐다. 카자흐스탄은 풍부한 철광석 자원을 기반으로 신규 제철소 건설에 나서고 있으며, 우즈베키스탄은 최근 5년간 유도로 설비 확충으로 제강 능력을 두 배 이상 늘리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는 “제재 국면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지만, 러시아는 여전히 풍부한 자원과 내수 기반을 바탕으로 중장기 성장 잠재력이 크다”며, 향후 국제 협력 기회를 함께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 필리핀 및 동남아시아 철강 전망: 동향과 기회, 도전 과제
- 펙 홍 총 / 스틸아시아 최고기술책임자(CTO)
펙 홍 총 CTO는 팬데믹 이후 동남아 철강 수요가 뚜렷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베트남·인도네시아·태국이 성장을 주도하며, 베트남의 연간 소비량은 약 2,500만 톤, 인도네시아 1,800만 톤, 태국 1,600만 톤 수준에 이른다. 그는 역내가 자유무역을 기조로 교역 의존도가 높은 만큼, 중국산 강재 유입으로 자국 산업이 잠식되는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관세 변동성 확대도 수출 의존형 경제 구조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품질과 안전 문제도 도전 과제로 꼽았다. 미얀마 지진 이후 방콕 건설현장이 붕괴됐을 때 사용된 철근이 유도로(Induction Furnace)산 저급 강재로 확인되면서 태국 정부가 강력한 단속에 나섰다는 것이다. 펙 홍 총 CTO는 이 같은 사례가 역내 여러 국가에서도 반복되고 있으며, 각국이 탄소세와 배출권거래제(ETS) 등 탈탄소 정책을 도입하고 있지만 소득 수준과 물가 차이로 정책 설계는 국가별로 제각각이라고 설명했다.
필리핀의 경우 인구 1억 1천만 명, 연간 소비량 1,000만 톤 규모임에도 내수 생산기반이 취약해 철근을 제외한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철도·공항·고속도로·대형 교량 등 인프라 프로젝트 확대와 다자개발은행 및 공적자금 지원이 맞물리며 중장기 수요 증가가 기대된다. 특히 에너지 부문에서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 35%, 2040년 50% 달성을 목표로 신규 발전 프로젝트의 80% 이상이 재생원으로 추진되고 있다.
스틸아시아는 이러한 환경을 고려해 전기로(EAF) 기반 ‘그린 스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열 등 재생전력을 활용한 제강 공정으로 원단위 배출량을 톤당 0.28tCO₂ 수준까지 낮춰 인증받았으며, 2028년까지 전기로 4기를 추가해 생산능력을 0.5Mt에서 3.5Mt로 7배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제품군도 철근 중심에서 와이어로드·형강·시트파일 등으로 확대해 수입 대체와 일자리 창출, 외화 유출 감소를 꾀하는 동시에 국내 발주처의 지속가능성 요구에도 대응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 방글라데시 전기로 개발 및 스크랩 수급 전망
- 살레힌 무스피크 사다프 | GPH 그룹 전략 혁신 담당 이사
살레힌 무스피크 사다프 GPH 그룹 전략혁신 담당 이사는 방글라데시 철강 산업이 재산업화(reindustrialization) 과정 속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방글라데시는 세계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국가 중 하나로, 현재 1인당 철강 소비는 약 46kg에 불과하지만 2030년까지 100kg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IMF와 ADB 모두 방글라데시를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 중 하나로 평가하고 있다”며, 2040년에는 1조 달러 경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방글라데시 철강 수요는 연 650만 톤 수준으로, 내수 생산능력은 약 900만 톤 안팎이다. 생산품은 주로 철근 등 장제품에 집중돼 있으며, 판재류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사다프 이사는 “시장 점유율은 주로 4대 업체가 차지하고 있으며, 향후 2027~28년에는 대형 그룹의 전기로 진출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글라데시는 2012년 처음 전기로를 도입했으며, 현재 약 260만 톤 규모의 전기로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정부와 중앙은행은 녹색 산업화를 위한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했지만, 여전히 고비용 투자와 전문 인력 부족이 큰 과제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방글라데시 철강업은 현재 온실가스 배출의 약 18%를 차지한다”며, 정부가 2030년까지 15% 감축 목표를 설정했다고 강조했다. GPH는 2020년 퀀텀 전기로를 도입해 고효율 제강체제로 전환했으며, 이를 통해 톤당 200kg의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녹색건축 인증과 환경제품선언(EPD)을 요구하는 부동산 기업이 늘면서, 시장 차원에서도 친환경 강재 수요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스크랩 수급과 관련해 그는 “2025년 상반기 수입량은 약 290만 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증가했다”며, 미국·호주·일본이 주요 공급국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일본산 스크랩은 품질과 수율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나, 물류 인프라 한계로 운송비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사다프 이사는 “고품질 원료 수급과 물류 효율화, 그리고 국제 협력에 기반한 기술 이전이 방글라데시 철강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좌우할 것”이라고 전했다
■ 철강산업의 탈탄소·화학화 DRI
- 나오키 우메하라 | 일본 고베제강 원료부문 본부장
나오키 우메하라 본부장은 고베제강(KOBELCO)과 자회사 미드렉스(Midrex)의 직접환원제철(DRI) 기술이 철강 탈탄소 전환의 핵심 축이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미드렉스 공정은 1967년 파일럿 가동을 시작해 1968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첫 상업 플랜트를 세웠고, 현재는 단일 설비 최대 250만 톤까지 확대됐다. 고베제강은 1983년 미드렉스를 인수한 뒤 공동으로 글로벌 프로젝트를 추진해왔으며, 최근에는 100% 수소 환원 기반의 상업 플랜트와 ‘천연가스→수소’ 전환이 가능한 미드렉스 FLEX 계약을 잇달아 체결했다.
그는 공정별 CO₂ 배출을 비교하며, 고로 대비 “천연가스 기반 DRI+전기로는 약 30~40% 감축, 수소 기반 DRI로 전환 시 DRI 공정 자체 배출은 ‘제로’에 근접”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역별 에너지·원료 여건이 상이해 경로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비용이 높은 지역은 현지에서 DRI를 만들기보다 고온 성형한 HBI 형태로 저비용 지역에서 생산·수송해 사용하는 모델이 경제적일 수 있다.
스크랩 측면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전기로 비중 확대로 고급 스크랩의 수급 불균형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미국·유럽 등 전력 기반 제강 확대 지역은 중장기적으로 수요가 공급을 웃돌 가능성이 높아, HBI가 품질·트레이스·불순물 관리에 유용한 대체재로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DRI의 세계 생산은 2024년 1억 4천만 톤 수준까지 늘었고, 2030년대에는 4~6억 톤으로 확대될 잠재력이 있다”며, 수소·CCUS 활용, 저품위 광석 대응, 전기로와의 일체화 등 과제를 병행해 ‘현실적 감축’과 ‘상업성’을 동시에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고베제강은 수소 환원 실증과 CO₂ 회수·활용 옵션, 그리고 HBI 공급망 구축을 통해 각 지역의 에너지·원료 여건에 맞춘 단계적 탈탄소 로드맵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 전기로 기술과 중저품질 철광석의 DRI 적용
- 제럴드 위머 | 프라이메탈스 테크놀로지 부사장
제럴드 위머 프라이메탈스 테크놀로지 부사장은 철강산업의 탈탄소 전환 과정에서 중·저품위 철광석 활용이 핵심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존 고로 공정이 원가 효율적이지만, 톤당 약 2t의 CO₂를 배출한다는 점에서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반면 전기로 기반 제강은 스크랩을 활용할 경우 친환경성이 뛰어나지만, 전 세계적으로 양질의 스크랩 공급이 한정돼 있어 향후 수요를 모두 충족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제럴드 위머 부사장은 수소 기반 DRI 공정이 미래 친환경 제강의 핵심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저품위 광석은 슬래그 발생량이 많아 기존 전기로 공정에서 비효율적이므로, 새로운 형태의 제철 기술 개발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위해 용해·환원을 전담하는 ‘스멜터(Smelter)’와 정련을 담당하는 2단계 공정 모델을 제시하며, 이를 통해 저품위 광석도 경제적으로 녹여낼 수 있다고 소개했다.
프라이메탈스는 이미 다양한 DRI 기술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고 있으며, 오스트리아 보안(Böhler) 프로젝트와 리오틴토(Rio Tinto) 등 글로벌 광산사와 협력해 저품위 광석을 활용한 수소환원 실증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위피 부사장은 “철강산업의 녹색 전환은 곧 에너지 전환”이라며, 대규모 전력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공급지 확보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활용 확대만으로는 글로벌 철강 수요를 충족할 수 없으며, 철광석 기반 생산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소 기반 환원공정과 새로운 2단계 제철기술을 도입해 중·저품위 광석까지 녹색 제강 체계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이미 한국을비롯해 일본, 중국 등 일부 철강업체들이 관련 실증과 투자를 시작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