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ASF] 그린스틸을 향한 韓·中·日·印의 전략과 도전
- 韓·中·日·印, 탈탄소 및 시장 전망 집중 논의 - 탄소중립·스마트제조·국제화...3대 키워드 제시
2025 아시아스틸포럼(ASF)이 9월 24일부터 3일간 일본 힐튼 도쿄 오다이바 호텔에서 개최됐다.
올해로 15회를 맞은 ASF는 철강 및 금속 리사이클링 산업의 지속가능성과 미래 성장 전략을 집중적으로 조망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국제 철강 콘퍼런스다. 이번 행사는 24~25일 이틀간 포럼 세션이 진행되며, 26일에는 일본 내 주요 스크랩 및 자원 재활용 기업을 방문하는 플랜트 투어가 마련됐다.
첫날인 24일 오전 세션에서는 ‘그린스틸 및 철강시장’을 주제로 한국, 중국, 일본, 인도 등 주요국의 미래 성장 전략이 발표됐다.
■ 중국 철강 산업의 미래: 고품질 철강 개발을 통한 도약
- 왕잉성 / 중국강철공업협회(CISA) 부회장
중국강철공업협회 왕잉성 부회장은 “중국 철강 산업은 총량 성장의 시대를 마무리하고, 질적 도약을 모색하는 국면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2000년 이후 20여 년간 연평균 11% 성장하며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으로 자리매김했지만, 동기간 생산량은 연간 1% 안팎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그는 이러한 흐름을 “수요가 이끄는 고속 성장기에서 재고 최적화 단계로의 구조적 전환”으로 보고, 향후 수요 중심축이 부동산에서 인프라·신재생에너지·제조업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왕잉성 부회장은 중국 철강업의 미래 전략으로 ▲녹색 저탄소 ▲스마트 제조 ▲고급화를 꼽았다. 특히 206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초저배출 설비 확대, 수소환원제철, CCUS 실증, 전 공정 배출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등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향후에는 단순히 철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탄소 배출권 시장을 동시에 경영해야 하는 시대”라며 “기업 생존의 성패는 에너지 효율과 배출 저감 역량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또한 왕잉성 부회장은 철강 제품의 고급화를 통해 신에너지차, 경량 자동차, 고효율 전기강판 등 전략 산업에 적합한 소재 공급이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철강업의 고품질 발전은 국가 산업 체계 전반의 업그레이드를 뒷받침하는 핵심이라며 중국 철강업이 세계 시장에서 단순한 ‘양적 최대국’을 넘어 기술·친환경 경쟁력을 갖춘 공급자로 도약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 탄소 중립을 향한 혁신: 일본 철강 산업의 탈탄소 전략
- 도노마에 히토시 / 일본제철 환경본부 총괄이사
도노마에 히토시 일본제철 환경본부 총괄이사는 일본 철강업계가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대대적인 전환기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일본 철강연맹은 이미 2013년 대비 2030년까지 CO₂ 배출을 30% 이상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며, 이를 위해 고로 기반 생산 과정의 저탄소화와 전기로 확대를 병행하고 있다. 그는 “철강은 일본 전체 CO₂ 배출의 약 15%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으로, 탈탄소 없이는 국가적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제철 공정의 효율성이 세계 최고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배출 저감을 위해서는 수소환원제철, CCUS, 전기화 등 혁신적 기술 개발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기술은 아직 연구·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상용화까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요구된다. 실제로 일본제철은 2030년까지 야하타 제철소의 고로 하나를 대형 전기로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데, 단 한 기의 교체에도 수십억 유로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 그는 “고비용 투자에도 불구하고 생산되는 제품의 물리적 특성은 동일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어떻게 경제적 가치를 인정받을지가 가장 큰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와 업계는 탄소중립 전환 과정에서 막대한 투자를 회수할 수 있도록 감축 기여 제품 인증 등 새로운 시장 메커니즘을 도입하고 있다. 이미 공공조달에서는 친환경 철강을 우선 적용하고 있으며, 전기차 등 청정에너지 차량에 그린 스틸이 사용될 경우 소비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수요 측 지원 정책도 병행 중이다.
도노마에 이사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을 만드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연구개발과 설비투자만으로는 지속가능한 탈탄소 전환이 불가능하다며, 정부·기업·소비자가 함께 그린 스틸의 경제적 가치를 인정하는 시장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 그린 스틸과 글로벌 성장: 중국 국제시장 지속가능 전략
- 리앙 준 / 바오우스틸그룹 경영연구소 소장
바오우스틸그룹 리앙 준 경영연구소 소장은 “세계 철강산업은 경기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보호무역주의, 공급 과잉, 시장 불안정이라는 구조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핵심 과제로 녹색 전환과 지역 협력을 꼽았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 성장률 상향 조정, 아시아 신흥국의 고성장을 언급하면서도 “철강산업은 더 이상 총량 확대가 아니라 구조적 혁신 없이는 생존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글로벌 수급 구도의 변화를 짚으며 “중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 시장이지만 내수 둔화가 뚜렷하다. 반면 인도의 고속 성장세는 개발도상국 수요를 견인하며 2025년 세계 수요가 4.2%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아시아가 전체 생산의 73%를 차지하는 불균형이 지속되는 가운데, 탄소중립 압박과 국제 규범 변화가 산업 판도를 흔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 리앙 소장은 세 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첫째는 녹색 전환으로, 수소환원제철과 CCUS 등 저탄소 기술 실증과 초저배출 설비 확산을 본격화하는 것이다. 둘째는 기술 혁신과 스마트 제조로, 데이터 기반 품질관리와 자동화 설비,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접근이다. 셋째는 지역 협력 강화로, 해외 기업과의 자원·기술 연계, 녹색 인증 확대, 국제 표준 제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산업 생태계 전반의 상생 구조를 구축하는 전략이다.
■ 한국 철강사의 그린 스틸 전략
- 홍준영 / 포스코 무역통상실장
홍준영 포스코 무역통상실장은 글로벌 탄소 규제가 철강산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EU는 2026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시행하고, 영국도 2027년 도입을 예고했다. 미국·캐나다·호주 등도 자체 제도를 검토하는 가운데 “탄소 감축 역량이 곧 시장 접근성과 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이에 대응해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단계별 로드맵을 추진하고 있다. 2030년까지 기존 설비 효율 개선으로 10% 감축, 2040년까지 전기로(EAF) 확대와 수소환원제철(HyREX) 실증으로 50% 감축, 2050년에는 고로를 수소 기반 제철과 CCUS 설비로 전환해 완전한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단기적으로는 스크랩 활용 확대, 산소 연소 기술 적용, 대형 전기로 도입 등을 통해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도 자동차 강판 등 고급강의 품질을 유지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맞춤형 저탄소 강재 공급을 안정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 신뢰도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홍 실장은 “연구개발과 설비투자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정부·기업·소비자가 함께 ‘그린 스틸’의 가치를 인정하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탄소 규제가 무역장벽이 아니라 각국의 감축 경로를 존중하고 지원하는 방향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인도 철강 산업의 급성장: 글로벌 시장에서의 기회와 도전
- 요게쉬 베디 / JSW스틸 사업 책임자
요게쉬 베디 JSW스틸 사업 책임자는 “인도는 생산 1억 5,200만 톤, 능력 2억1,000만 톤으로 세계 2위 생산국”이라며, 다만 인도의 톤당 배출계수는 평균 2.54tCO₂로 글로벌 평균 1.9t보다 높으며, 이는 석탄 기반 공정 비중과 스크랩 사용률(인도 21%, 글로벌 31%)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비용 문제와 관련해 그는 “수소 제철로 ‘준(準)무탄소’ 강을 생산하면 톤당 약 225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며 “그러나 최종 제품에 반영되는 영향은 자동차 약 2%, 주택 약 4%, 선박 약 10%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제품 탄소집약도 × EU 탄소가격 – 자국 내 탄소비용’으로 산정되는 만큼, “유럽에 세금을 내기보다 자국 내 가격제와 감축 투자를 통해 대응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향후 15~20년 내 탄소포집과 수소제철에서 글로벌 리더십이 판가름 날 것”이라며, 보조금·탄소크레딧·금융 지원과 국제 협력을 통한 시장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도의 1인당 철강 소비는 180kg으로 세계 평균(220kg)에 미치지 못한다”며 “이는 일본(1950~1973)과 중국(2000~2013)이 경험했던 ‘국가 건설기’에 막 진입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도시화율이 현재 35%에서 2047년 53%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고정자본형성률 약 35%와 철도·도로·항만·항공·도시철도·자동차 산업 확대가 철강 수요를 구조적으로 뒷받침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역시 철강 소재 수요 증가 요인으로 꼽았다.
탈탄소 전략과 관련해 인도는 ‘그린 스틸’ 등급을 명확히 정의(2.2tCO₂ 미만 ★★★, 2.0 미만 ★★★★, 1.6 미만 ★★★★★)하고, 2030년까지 배출집약도를 2.0tCO₂/t로 낮추는 목표를 세웠다고 밝혔다. 수소환원제철, CCUS, 가스 기반 DRI, 스크랩·전기로(EAF) 등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하지만, 기술 성숙도·경제성·감축 효과 간에는 상충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EAF와 스크랩 확대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지만, 글로벌 및 국내 스크랩 가용성이 한계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인도의 공정 믹스는 향후 고로와 석탄 DRI 비중이 줄고, 가스 DRI와 EAF·스크랩 비중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 중국에서 세계 무대로: CITIC 특수강의 세계화 전략
- 우중시안 / CITIC 부총괄
우중시안 CITIC 부총괄은 “중국은 세계 최대의 철강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수강 분야에서도 글로벌 선두주자로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CITIC 특수강은 약 1천만 톤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5개 계열사를 운영하며, 자동차·에너지·금융 등 다양한 산업에 6대 카테고리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그는 철강산업 국제화를 내수 기반 고객 대응, 해외 진출 초기 단계, 합작·투자를 통한 확장, 국제 표준·관리체계 구축 단계로 구분하며, “중국 철강업계는 이제 진정한 국제화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CITIC은 현재 200여 명의 글로벌 영업팀, 5개 해외 법인과 11개 대표처를 운영하며, 80여 개국 2천여 고객과 거래하고 있다.
우중시안 부총괄은 무역마찰이 심화되는 상황을 지적하며 “중국산 철강에 대한 무역구제 조치가 매달 이어지고 있으며, 특수강 수출도 연간 30만 톤 이상이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는 단순 물량 확대가 아니라 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건강한 수출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전략과 관련해 그는 “CITIC 특수강은 글로벌 네트워크와 인재 확보, 해외 프로젝트 투자, M&A를 통해 세계화를 가속화할 것”이라며, “리스크 관리와 해외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강화하고 기술 혁신·인재 양성을 통해 ‘존경받는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