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AM 본격 시행, 철강 유통업계의 대응과제는?
철강 유통업계까지 뒤흔드는 ‘탄소비용 부과의 시대’ 도래
CBAM과 탄소비용 현실화
'26년 1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본격 시행 된다. 지금까지는 단순히 배출량을 보고하는 수준에 머물렀지만,앞으로는 수출기업의 경우, 제품에 내재된 탄소배출량에 상응하는 CBAM 인증서를 구매·제출해야 한다.
이는 곧 ‘탄소비용’이 현실화된다는 뜻이다. 흔히 제조업체의 문제로만 인식 되지만, 철강사로부터 제품을 공급받아 국내외에 유통하는 유통업계 또한 이 파고를 결코 비켜가기 어렵다.
그린스틸 수요와 철강사 대응
현재의 생산 공정과 조업 기술을 감안할 때, 공급망(Supply Chain) 차원에서 CO₂ 배출량을 줄인 철강재가 이른바 ‘그린스틸(Green Steel)’로 인정받고 있다. 이미 유럽과 북미의 완성차 업체와 가전 제조사들은 이러한 그린스틸 조달을 본격적으로 요구하며 공급망 전반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 산업별 직접효과(SBT 기준)과 Scope 3 간접효과(Net-Zero 달성위한 탈탄소 정책) 반영하여 그린스틸 추정, ** 기본가정: EAF 생산조업 확대 영향으로 건설/자동차/조선 등 산업에서 저탄소 강재 수요 추정
상기 도표에서 나타나듯, 수요산업의 탄소절감 노력이 본격화되면서 그린스틸 수요는 급격한 확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30년까지 약 1억8천만 톤 수준으로 늘어난 뒤, ‘40년에는 약 4억8천만 톤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철강사들도 이에 대응해 탄소 저감 노력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현재 全 세계적으로 643개 기업이 SBTi(Science-Based Targets initiative)에 참여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이행 중이며, 전로(BOF) 공정에서는 스크랩 투입 비중을 확대해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있다. 특히 철강업계는 제품 탄소집약도 (Carbon Intensity)를 톤당 0.6t CO₂ 이하로 낮추는 것을 중장기 목표로 삼고 있으며, 이를 위해 공정 개선과 저탄소 원료 사용 확대, 친환경 에너지 전환 등 다양한 전략을 병행 추진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철강 수요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비중으로, 향후 10~20년간 철강산업 구조를 재편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철강업계는 ▲저탄소 공정 투자(전기로, 수소환원제철), ▲친환경 원료 및 에너지 전환, ▲탄소 인증 및 투명성 확보, ▲고객사와의 장기공급 계약 등 다양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완성차·가전·에너지 산업이 그린스틸 조달을 필수 요건으로 삼으면서, 조기 대응에 성공한 철강사들은 프리미엄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유통업계 파급과 대응 과제
이러한 변화는 철강 유통업계에도 직접적인 파급력을 미친다. CBAM과 그린스틸 수요 확대 속에서 유통업체가 단순히 가격 중개자로 머문다면 탄소 규제 시대의 경쟁우위 확보는 어렵다. 유통업계가 직면한 핵심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가격 전가 압박이 본격화될 것이다. 철강사들은 CBAM으로 발생한 부담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유통업체가 떠안아야 할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특히 EU向 고부가 제품을 중심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지고, 그 파급효과가 국내 시장에도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자본력과 협상력이 취약한 중소 유통업체는 거래 안정성을 잃을 위험마저 있다.
둘째, 거래 구조의 재편이 불가피하다. 수출 유통업체는 탄소 규제가 강화된 EU向 제품을 피하고,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동남아·중동에서 새로운 시장을 찾으려 할 것이다. 결국 CBAM은 단순한 무역장벽을 넘어, 유통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구조적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셋째, 친환경 인증 제품의 확보와 차별화된 브랜딩도 필요하다. 저탄소 강재, 재생에너지 기반 제품 등 친환경 인증을 받은 강재를 우선적으로 확보하고, 이를 앞세운 ‘친환경 유통 파트너’ 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 더 나아가 EU向 제품 비중을 줄이고, 아세안·인도·중동 등 신흥시장과의 거래를 확대해 리스크를 분산하는 전략도 병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 관리와 인증확보 역량이다. 앞으로는 단순히 강재를 공급하는 것만으로는 경쟁력이 확보되지 않는다. 고객사는 제품별 탄소배출량 데이터, 친환경 인증 여부를 요구할 것이고, 이를 투명하게 제공하지 못하는 유통업체는 거래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유통업체는 ERP·CRM 시스템에 ‘탄소 데이터 관리 기능을 탑재’하거나, ‘철강사 및 정부와 연계된 배출량 인증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유통업계의 생존 전략
결국 ‘26년 1월 CBAM의 본격 시행은 철강 제조업체뿐 아니라, 유통업계의 생존 방식까지 근본적으로 흔들게 될 것이다. 가격 전가와 거래 구조 재편이라는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유통업체가 ‘가격 협상력 강화, 거래 다변화, 친환경 인증 제품 확보, 그리고 데이터 관리와 인증 역량 확보’라는 네 가지 과제를 선제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제 유통업계는 단순한 가격 중개를 넘어, 탄소 규제 시대의 ‘정보·인증 플랫폼’ 역할을 선점해야만이 새로운 시장 질서 속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