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일 수입업계 관급시장 진입 시도, 안전·고용 우려 증폭

- 형식승인·제작자 승인 취득···공단 내부 지침 틈새 공략 - 실시간 품질관리 한계로 안전 리스크 불가피 - 현대제철 생산 중단 가능성까지···고용 충격 우려

2025-09-15     김영대 선임기자

레일 수입업계가 형식승인과 제작자 승인을 모두 획득하면서, 관급 철도사업 입찰 참여의 발판을 마련했다. 당초 ‘국내 제조사만 입찰 가능’하다는 조항에 따라 제한됐던 시장 진입이, 공단의 내부지침이라는 제도적 허점을 통해 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수입업계, 입찰 요건 일부 충족···제도적 틈새 노려
형식승인과 제작자 승인 절차는 관급공사에 사용되는 철도레일에 대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자격 요건이다. 최근 일부 레일 수입업체가 이를 획득함으로써 사실상 제도적 진입 장벽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는 평가다.

국가철도공단과 한국철도공사는 입찰 공고 시 ‘물품구매계약 추가특수조건’에서 ‘국내 제조사만 참여 가능’하다는 조항으로 입찰을 제한, 국내 제조사가 아니면 입찰할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이는 공단의 자율적 규정일 뿐, 법적으로 강제되는 조항은 아니다. 수입업계는 이 점을 지적하며, 구매계약 형태로의 전환을 통해 입찰 참여를 가능하게 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실시간 품질관리 없는 수입산···“안전성 치명적 위협”
철도레일은 고속 운행, 중량 하중 등 극한 조건에서 장기간 사용되는 구조재로, 제조단계부터 납품 후 운영까지 전주기 품질관리 체계가 필수다.

철도안전법 제8조는 철도 운영자가 지속 가능한 안전관리체계를 유지하고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이는 제조사의 실시간 대응 능력과 직결된다.

국내 제조사의 경우, 현장 품질이슈 발생 시 즉각적인 보완 조치가 가능하다. 반면, 수입산 레일은 공급사의 지리적 거리와 통신 한계로 인해 실시간 대응이 어렵고,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책임소재 규명 및 보완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안전상 큰 우려를 낳고 있다.

■ 철강 고용도 위협···현대제철 ‘생산 중단’ 가능성 제기
국내 생산업계의 고용문제도 제기된다. 현재 국내에서 철도레일을 생산하는 곳은 현대제철 포항공장이 유일하다.

지난해 국내 철도레일 수요는 약 5만 8,000톤이다. 이 중 관급 물량이 3만4,000톤을 차지한다. 그러나 2024년 정부의 철도 예산이 전년 대비 1조 1,000억 원이나 삭감되면서 관급 수요 자체가 줄어든 상황이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중국산 저가 레일이 추가로 유입될 경우, 현대제철은 수익성 악화로 인해 철도레일 생산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 이는 곧 생산라인 셧다운, 근로자 전환배치, 고용불안 등 산업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국내 생산업계는 현재 공단·공사가 적용 중인 ‘제조계약’ 입찰 조건을 단순 운영 지침이 아닌, 법제화된 의무 조건으로 격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내 생산업계 관계자는 “공공 인프라에 사용되는 전략 소재인 철도레일의 경우, 단순한 가격 경쟁보다 품질 신뢰성과 산업 생태계 보호가 우선되어야 한다”라며, “제조계약 조건을 법제화함으로써 국내 제조 기반을 지키고, 철도 안전이라는 공공의 가치를 지킬 수 있는 정책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