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의 세계 철강업계(최종) - 현재 그리고 다가올 미래
- 세계 조강 생산능력 21억 5,628만 톤...아시아 70% - 고로 14억 5,900만 톤, 전기로 6억 9,727만 톤 차지 - 아시아는 고로 중심, 북미·유럽은 전기로 확대로 대비 - 남아시아·동남아 신규 투자 급증…인도·베트남 ‘핵심축’ - 선진국은 전기로로 전환, 신흥국은 증설로 성장세 지속
글로벌 철강산업이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탄소중립 실현, 공급망 재편, 보호무역 강화 등 복합적인 변화 속에서 각국은 생산체제를 신속히 재정비하며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이에 본지는 철강 생산 주요국을 다룬데 이어 최종화로 ‘전세계’ 대륙 및 국가별 생산능력을 조명했다.
세계철강협회(WSA)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71개국의 조강 생산량은 18억 3,940만 톤으로 집계됐다.
그렇다면 생산능력은 어떨까. 글로벌에너지모니터(GEM)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전 세계 89개국의 조강 생산능력은 21억 5,628만 톤에 달했다. 이 가운데 고로 생산능력이 14억 5,900만 톤으로 전체의 68%를 차지했으며, 전기로는 6억 9,727만 톤으로 32% 수준이다.
또한 건설 중이거나 계획 단계에 있는 설비만 따로 보면 약 7억 톤 규모에 이른다. 이 중 고로는 3억 6,241만 톤, 전기로는 3억 4,855만 톤으로, 단기적으로 생산량은 정체 국면에 머물고 있지만 설비 기준으로는 팽창세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 조강 생산능력은?
대륙별로 보면 아시아 15억 9,688만 톤으로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압도적인 비중을 기록했다. 이어 ▲유럽(러시아·CIS 포함) 3억 446만 톤 ▲북미 1억 4,890만 톤 ▲남미 5,571만 톤 ▲아프리카 4,372만 톤 ▲오세아니아 660만 톤 순이다.
눈에 띄는 점은 유럽(전기로 비중 41%)과 북미(71%)가 전기로 중심으로 재편되는 반면, 아시아와 남미는 여전히 고로 중심 구조다. 이는 권역별 원료·에너지 경쟁력과 탄소중립 대응 수준 차이로 풀이된다.
■ 아시아, 국가별 생산 전략 차별화
동북아시아(12억 7,021만 톤)는 중국·일본·한국 중심의 고로 10억 4,282만 톤(82%)으로 사실상 고로 중심으로 생산하고 있으며, 전기로는 2억 2,739만 톤으로 아직까지 보조적 위치에 있다.
남아시아(1억 1,716만 톤)는 고로 8,239만 톤, 전기로 3,477만 톤 규모로, 인도가 생산능력 대부분을 차지한다. 인도는 급증하는 내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과감한 설비 투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일본·한국·유럽 철강사들의 대규모 투자도 집중되고 있다.
동남아시아(7,262만 톤)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고로 3,906만 톤, 전기로 3,357만 톤이 비슷한 비중을 보인다. 아세안 지역은 글로벌 철강사의 투자처로 부상하며, 중국 공급망 리스크를 분산하는 거점으로 성장 중이다.
서남아시아(중동 포함, 7,366만 톤)는 전기로가 6,856만 톤(93%)으로 사실상 전기로 일변도다. 이란·사우디·튀르키예는 풍부한 가스 자원을 무기로 전기로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이는 저탄소 강재 수출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 유럽, 권역별로 ‘전환 속도 차’ 뚜렷
유럽 전체는 3억 446만 톤 규모로, 전기로 비중이 41%에 달하며 탈탄소 전환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서유럽(1억 1,702만 톤)은 고로와 전기로가 공존하지만, 주요 메이커들이 고로 폐쇄와 전기로 전환 계획을 속속 내놓으며 과도기에 들어섰다.
남유럽(5,717만 톤)은 전기로가 4,283만 톤으로 전체의 75%를 차지해 전형적인 전기로 권역으로 꼽힌다.
동유럽(4,832만 톤)과 중앙유럽(2,559만 톤)은 각각 고로 3,274만 톤, 1,528만 톤으로 여전히 고로 중심 구조를 유지한다.
북유럽(5,953만 톤)은 전기로가 3,241만 톤으로 절반을 넘어섰고, 스웨덴·핀란드가 주도하는 수소환원제철 프로젝트로 친환경 전환의 시험장이 되고 있다.
■ 미주·아프리카·오세아니아, 대비되는 흐름
북미(1억 4,890만 톤)는 전기로 비중이 71%에 달하며 사실상 전기로 체제로 전환됐다. 미국의 Nucor, Steel Dynamics 등 전기로 기업들이 글로벌 친환경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남미(5,571만 톤)는 브라질 중심으로 고로 3,671만 톤(66%)이 주류다. 풍부한 원료 내재화에 기반한 전통적 고로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아프리카(4,372만 톤)는 전기로 기반이 뚜렷하다. 북아프리카(1,993만 톤)는 이집트 중심으로 전기로 1,925만 톤을 기록하며 사실상 전기로 일변도다. 서아프리카(413만 톤), 동아프리카(660만 톤), 중앙아프리카(303만 톤) 역시 전기로 구조다. 남아프리카(1,003만 톤)는 고로 493만 톤, 전기로 510만 톤 체제를 갖췄다.
오세아니아(660만 톤)는 호주를 중심으로 원료 수출국이라는 특성과 맞물려 고로 중심 체제를 갖추고 있다.
신규 투자는 어디가 가장 활발할까?
세계 철강산업은 여전히 ‘신규 투자’ 열풍 속에 있다. 향후 5~10년간 아시아 신흥국을 중심으로 고로·전기로 대규모 증설이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선진국과 달리, 내수 확대와 수출 전략을 병행하는 신흥국에서 신규 설비 투자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대륙별로 보면, 남아시아는 2억 3,573만 톤으로 권역 중 가장 큰 건설·예정 규모를 기록했다. 핵심은 인도다. 인도는 고로 1억 9,982만 톤과 전기로 3,038만 톤을 포함한 2억 3,020만 톤 증설 계획으로, 전 세계 증설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파키스탄(1,850만 톤), 방글라데시(1,360만 톤)도 내수 확대를 겨냥해 전기로 중심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남아시아는 향후 글로벌 철강 수급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동북아시아의 건설·예정 조강 생산능력은 1억 3,970만 톤으로, 대부분 중국에서 집중된다. 중국은 고로 8,425만 톤, 전기로 5,545만 톤 증설을 계획하며 세계 시장 패권을 유지하려 한다. 반면 일본·한국·대만은 신규 고로 투자 대신 전기로 중심 확충에 무게를 두며, 탄소중립 압력과 원가 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모습이다.
서남아시아(중동 포함)의 신규 증설은 7,492만 톤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97% 이상이 전기로로, 풍부한 천연가스 자원을 기반으로 한 투자가 특징적이다. 이란이 전기로 4,751만 톤(총 4,979만 톤)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튀르키예(1,090만 톤), 사우디아라비아(863만 톤), 오만(510만 톤), 이라크(50만 톤) 등도 전기로 중심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동남아시아는 6,128만 톤 규모다. 베트남(3,588만 톤)과 인도네시아(2,540만 톤)가 중심으로, 고로·전기로를 균형적으로 늘리며 아세안 지역을 ‘제3의 철강 허브’로 육성하고 있다. 이는 다국적 철강사들의 중국 공급망 리스크 분산과 현지 수요 확대 대응 전략과 맞물린다. 특히, 태국·말레이시아 등도 중소 규모 설비 확충을 통해 지역 내 생산망 강화에 나서고 있다.
국가별로는 인도가 단연 두각을 드러냈다. 건설·예정 설비 규모가 2억 3,020만 톤으로 전 세계 신규 설비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중국이 1억 3,970만 톤으로 2위를 기록하며, 인도와 함께 글로벌 증설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 이란(4,979만 톤), 베트남(3,588만 톤), 인도네시아(2,540만 톤) 등이 뒤를 잇고, 파키스탄(1,850만 톤), 튀르키예(1,090만 톤), 사우디아라비아(863만 톤)도 의미 있는 규모의 신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투자 규모 상위 2개국인 인도·중국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신흥국 다수가 분산적으로 증설하는 구조다.
한편, 전통적인 철강 강국인 일본·한국·유럽은 신규 고로 투자를 사실상 멈추고 감산과 친환경 전환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인도·이란·베트남·사우디 등 신흥국들은 대규모 증설을 통해 성장세를 이어가며 글로벌 공급 지형을 바꾸고 있다. 특히 서남아시아는 가스 자원을 활용한 전기로 투자에 집중하며 ‘저탄소 강재 수출국’으로의 도약을 노리고 있고, 남아시아는 여전히 고로 증설 중심으로 내수 확대와 수출 병행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