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 판재] 값은 오르는데, 장은 썰렁
- 인상 필요성 느끼지만, 시장선 모르쇠 일관 - 지난 8월 가수요 여파...판매 속도도 더뎌 - 후판 공급가, 9월 넘기고 10월에 인상 예고 - GI·HGI 타이트한 수급에 일부 가수요...CR은 잠잠
9월 들어 판재 유통시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계절적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열연과 후판은 판매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냉연도금재 또한 어려운 상황의 연속이다.
유통업계에서는 메이커들의 가격 인상 기조와 공급 환경 변화를 고려할 때 시장 가격의 상승 압력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수요 회복세가 더딘 탓에 단기적으로는 보합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열연/후판>
9월 둘째 주 열연과 후판 유통시장은 기대에 못 미치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월 가격 인상 전망에 따른 가수요가 몰린 이후 판매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평가다.
9월은 계절적 성수기이자 영업일수가 많은 달인 만큼, 유통업체들은 가격 인상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실제 판매진도율은 전월보다 오히려 뒤처진 모습이다. 앞서 저가 매입분을 확보한 수요처가 많아 추가 구매세가 약해졌다.
단기적으로는 수요 위축 탓에 가격 인상 실행이 지연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유통업체들은 9월 초·중순을 기점으로 호가를 높이겠다고 자신감을 보였지만, 현재는 잠잠해졌다.
물론, 유통업계 사이에서 가격 인상의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포스코는 유통향 열연 9월 주문투입분부터 가격을 인상했으며, 현대제철도 지난 8월 출하분에 가격 인상을 단행한 가운데 인상분이 반영된 물량이 이번 주부터 시장에 풀리면서 대리점 매입원가는 더욱 높아졌다. 이에 유통업체마다 현 시중 유통가격 수준에서 판매할 경우 적자가 불가피해면서, 호가 인상에 대한 절박함도 더 커지고 있다. 특히 열연 수입대응재는 수입재와의 가격 격차가 줄면서 가격 인상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후판 시장도 정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 메이커들은 9월 공급가격을 동결하고 인상 시점을 10월로 미뤘다. 이는 중국산 물량 감소로 국산 수요 확대가 기대됐으나, 실제 판매량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격적 변화도 나타나지 않았다. 일부 일본과 인도네시아산 물량이 유입되고 있지만, 현 수준에서는 마진 확보가 어려워 본격적으로 시장에 풀리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열연과 후판 모두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 다만 수요 부진으로 적용 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며 “반덤핑 발표와 메이커의 지속적인 인상 기조를 고려할 때, 결국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주 열연 및 후판 유통가격은 2주 연속 보합세를 유지했다. 열연은 정품이 톤당 82만~83만 원, 수입대응재 77만~78만 원, 중국산 75만~76만 원 수준이며, 후판은 정품이 90만~92만 원, 수입대응재 86만~88만 원, 중국산은 83만~84만 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냉연도금재>
메이커들의 잇단 가격 인상 발표 속에 냉연도금재 유통시장은 품목별로 온도차가 뚜렷해지고 있다. 이번 주 들어 용융아연도금강판(GI)와 열연아연도금강판(HGI)은 가수요가 붙으며 움직임이 감지되는 반면, 냉연강판(CR) 시장은 여전히 조용하다.
앞서 포스코는 9월 품목에 따라 주문투입분 가격을 톤당 2만~3만 원 인상한 가운데 유통업계에 따르면, 10월에도 일부 강종에 추가 가격 인상을 열여 둔 상태다. 경쟁업체들 역시 가격 인상안을 내놓은 만큼, 마감가격은 유사한 수준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 따르면 GI와 HGI는 공급가격 상승과 함께 수급이 다소 타이트해지면서 가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업체별 발주 문의가 이어지고, 건설·파이프 등 주요 수요처 발주도 늘고 있다”며 “특히 HGI는 출하량 흐름을 감안할 때 최소 3주 이상 타이트한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냉연강판(CR)은 반응이 미온적이다. 톤당 2만 원가량 공급가격이 올랐지만 실제 매수 움직임은 거의 없다. 업계 관계자는 “내려서 팔면 다행일 정도로 시장이 조용하다”고 말했다.
산세강판(PO)은 열연공장 대보수 영향으로 생산량이 제한되면서 수급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가격은 톤당 84만 원 수준에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이번 주 냉연도금재 유통가격은 코일 기준 국산 CR은 톤당 84만~86만 원, PO는 84만~85만 원, GI는 98만~100만 원, HGI는 93만~96만 원, EGI는 약 95만 원 선에서 거래되는 것으로 파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