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글로벌 열연 시장, 규제·수요·재고에 갈린 희비

- 유럽, CBAM 기대감에 가격 상승...단, 실수요는 부진 - 미국, 제한적 관세 효과 속 비수기와 공급 과잉 여파 - 중국, 감산설 효과 일시적...재고 부담 속 보합세 유지

2025-09-10     박현욱 선임기자

지난 8월 글로벌 열연 시장이 국가별로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유럽은 규제 변화 기대감에 가격이 상승했으나, 미국은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으로 약세를 면치 못했다. 중국은 높은 재고와 수출 부진 속에서도 감산 여파로 대체로 보합세를 나타냈다.

유럽 / CBAM·보호조치 기대에 가격 상승
유럽 열연 시장은 여름철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완만한 상승세를 보였다.

8월 서유럽 내수 가격은 톤당 570유로로 전월 대비 4.6% 올랐으며, 이탈리아는 535유로로 1.9% 상승했다. 남유럽 수입재는 전월 대비 4.6% 오른 495유로(CIF)까지 치솟으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번 상승세는 실수요 회복보다는 EU 무역 규제 강화 전망에 따른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다. 아르셀로미탈은 8월에만 두 차례 가격을 인상해 기준가를 톤당 610유로까지 끌어올렸고, 유럽 업체들은 내년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과 유럽위원회의 신규 세이프가드 등 추가 보호조치로 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거래는 부진했다. 주요 구매업체들이 이미 67월 아시아와 튀르키예에서 톤당 450515유로 수준으로 물량을 확보해둔 탓이다. 자동차·건설 등 최종 수요 산업도 여전히 약세를 이어갔으며, 서비스센터들은 “실질적 소비 회복보다는 규제 기대감이 가격을 지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9월 들어 수입 오퍼 가격은 톤당 477유로(CIF)까지 하락했으나, 내수 업체들은 여전히 600유로 선을 고수하고 있다. 업계는 여름철 대규모 재고가 단기간 회복을 제한할 것으로 내다보며, 본격적인 수요 반등은 이르면 오는 11월에서 내년 물량 계약 시점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 여름 비수기 여파로 가격 하락
지난 6월 수입산 철강재에 50% 관세가 부과됐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열연 시장은 8월에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8월 평균 가격은 전월 대비 2.8% 떨어진 톤당 931.45달러를 기록했다. 뉴코(Nucor)를 비롯 CSI 등 주요 메이커들은 수요 부진을 반영해 기준가를 톤당 10달러씩 인하했다.

이번 하락세는 여름철 비수기, 공급 과잉, 짧은 납기(3~5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실제 거래는 공식 가격의 하단에서 체결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발표가는 사실상 지표 역할에 그쳤다는 평가다.

업계는 9월 계절적 구매 수요 확대와 연말 계약 협상을 앞둔 제강사들의 가격 인상 시도를 예상하면서도, 현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단기적으로는 톤당 930달러 선에서의 횡보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 재고 부담 속 ‘보합세’
중국 열연 시장은 톤당 490달러(FOB)로 전월 대비 1% 하락하는 데 그쳤다.

8월 한 달 동안 가격은 소폭 등락을 반복했으나 결국 제자리로 돌아왔다. 한때 감산설이 가격을 지지했지만,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시장에는 여전히 재고 증가, 소비 부진, 보수적 구매 심리가 부담으로 작용했다. 내수는 선물가격과 두꺼운 판재류의 강세에 일부 지지를 받았으나, 수출은 소규모 거래에 그쳤고 많은 구매자들이 더 유리한 조건을 기대하며 매수를 미루는 모습이었다.

업계는 단기적으로 내수 수요와 계절적 재고 보충이 가격을 떠받칠 것으로 보면서도, 높은 재고와 수출 부진이 발목을 잡아 9월에도 현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