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초 국제 철 스크랩 시장, 침체 속 ‘엇갈린 흐름’
- 튀르키예 단일 계약에 그쳐···중국·인도 등 약세 지속 - 한국·베트남, 일본·미국산 고급 스크랩 수요는 확대
9월 초 국제 철 스크랩 시장은 전반적인 침체 기조를 이어갔지만, 지역별로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튀르키예와 중국·대만·인도 등 주요 시장은 수요 부진과 환율 불안 등으로 위축된 반면, 한국은 일본산 고급 스크랩을 중심으로 적극 매입에 나섰고 베트남은 환율 부담 속에서 제한적 매입에 나서는 등 다소 상반된 흐름을 나타냈다.
튀르키예, 단일 계약만 성사…국제 반등의 열쇠
국제 스크랩 시장의 바로미터인 튀르키예는 9월 초 단 한 건의 수입 계약만 체결했다. 이즈미르 소재 제강사가 미국산 HMS 1&2(90:10)를 톤당 345달러(CFR 기준)에 매입했지만, 거래 규모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높은 물가와 미국발 철강 관세 불확실성으로 최종제품 판매가 위축되면서, 제강사들이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매입을 최소화한 것이다.
중국·대만·인도, 철강 수요 둔화와 환율 불안 직격탄
중국은 철근 가격 하락과 제강사 수익성 악화로 스크랩 수요가 줄었고, 중량 스크랩 가격은 톤당 2,410위안(359달러)으로 전월 대비 10~30위안 하락했다. 태풍과 폭우, 열병식 행사로 인한 공사 중단까지 겹치며 철근 소비가 위축됐고, 일본산 고급 스크랩 오퍼 경쟁력도 약화됐다.
대만 역시 철근 판매 부진이 이어지며 미국산 컨테이너 스크랩 가격이 톤당 280달러 후반~290달러 초반까지 떨어졌다. 제강사들은 재고 부담을 이유로 신규 매입을 꺼리고 있다.
인도는 루피화 약세와 폭우 피해로 수입 부담이 커졌다. 루피화는 달러당 88.05루피까지 하락했고, 슈레디드 스크랩 오퍼는 톤당 365~370달러(CFR 기준)로 제시됐지만, 입찰가는 355달러 안팎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DRI 가격도 떨어지면서 스크랩 매입이 더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일본산 고급 스크랩 집중 매입…수입처도 다양화
한국은 국내 스크랩 발생량이 부족해 가격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일본산 고급 스크랩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주요 제강사는 9월 4일 HS 등급을 톤당 49,000엔(CFR 기준)으로 제시하며 가격을 연속 인상했고, H2 등급은 4만 2,000~4만 4,000엔 수준에서 거래됐다.
7월 조강 생산량은 전월 대비 6% 증가한 530만 톤으로 반등했고, 같은 달 스크랩 수입은 16만 1,000톤으로 두 달 연속 증가했다. 이 중 일본산이 80% 이상을 차지했으며, 미국·태국·러시아산 물량도 늘어나며 공급처가 다양해지고 있다.
베트남, 미국산 벌크 계약 성사…환율 부담 속 제한적 매입
베트남은 국경일 연휴 이후에도 시장 반등은 제한적이었다. 컨테이너 스크랩 오퍼는 톤당 305~310달러(CFR 기준), 입찰가는 290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다만 미국 서부발 약 3만 톤 규모의 벌크 계약이 성사되며 일부 주목을 받았다. HMS 1&2(80:20) 1만 톤은 톤당 340달러, 고급 중량 스크랩 2만 톤은 350달러에 거래됐다.
베트남 동화는 달러당 2만 6,363동으로 사상 최저 수준에 근접했지만, 불리한 환율 여건에도 제강사들은 생산계획에 맞춰 제한적 매입을 이어가고 있다.
영국, 5년 만의 최저가…튀르키예 수요 부진 직격탄
영국 경량 스크랩 가격은 톤당 90~115파운드로 2020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튀르키예향 수출이 줄어든 가운데, 영국 내 철강사들도 계약된 물량 외에는 신규 매입을 꺼리면서 가격 하락 압력이 커졌다.
리버풀 항만 기준 상한가는 톤당 110파운드였고, 일부 대형 가공업체는 이미 90파운드 수준에서 거래 중이다.
업계는 “튀르키예 수요 부진과 운임 상승이 겹치며 약세가 불가피하다”며 9월 한 달간 추가 하락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튀르키예 수요 회복 여부가 국제 반등 관건
국제 철 스크랩 시장은 철강 수요 둔화, 환율 변동, 물류비 상승 등 복합 요인에 눌려 있다. 특히 튀르키예의 매입 재개 여부가 향후 반등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튀르키예 수요가 살아나지 않으면 시장도 반등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반면, 한국과 베트남은 고급 스크랩 중심의 전략적 매입을 이어가고 있으며, 정부 정책과 공급처 다변화가 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국·인도·대만·영국 등은 내수 철강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 이상 추가 하락 압력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