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전망-냉연도금] 가격 인상은 외쳤지만
- 공급가격 인상 발표에도, 유통시장은 잠잠 - HGI·GI는 선방, PO·CR·EGI는 판매 부진 - 9월 관건은 가격 인상 보단 판매에 초첨
9월 냉연도금 유통시장은 불확실성이 짙다. 가격 인상에 나선 메이커와 시장 수요를 살피는 유통업계가 흐릿하게 보이는 길을 각자 걸어갔다.
앞서 8월 초 단압밀들은 9월 출하분부터 전 품목 공급가격 인상 계획을 시장에 알렸던 가운데, 포스코와 현대제철도 일부 품목에 공급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이처럼 공급가격 인상이 공식화된 상황에서도, 일부 유통업체들은 여전히 재고 소진을 위해 가격을 낮추며 판매 경쟁에 나서고 있다.
소재 가격 오르는데...가격 인상 '불가피'
일단, 냉연업계는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주원료인 열연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는 데다, 유통가격 하락으로 적자가 누적된 만큼 손실 회피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열연 유통가격은 8월부터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현대제철은 8월 유통향 열연 출하분을 톤당 2만 원 인상한 데 이어, 9월에도 추가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포스코 또한 9월 주문투입분부터 톤당 3만 원 인상을 단행한다.
이로 인해 신규 계약되는 열연 가격이 냉연 가격에 빠른 속도로 근접하고 있다. 열연 가격 반영 속도가 냉연 제품보다 더 가파르기 때문이다.
냉연업계 한 관계자는 “메이커들이 잇따라 공급 가격을 올린 것은 열연 유통가격이 오른 영향이 크다”며 “왜곡된 가격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공격적인 인상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중국산 제품 유입...전년보다 줄었는데
경쟁군인 중국산 수입재 유입이 여전히 저조하다는 점도 가격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용융아연도금강판(GI)의 경우, 6월 이후 월간 수입량이 5만 톤을 밑돌고 있다. 8월 들어 4만5,154톤으로 반등하긴 했지만, 전년 동월 대비 13.9% 줄었다. 이에 더해 최근 중국산 GI 수출 오퍼가격(10~11월 선적 기준)이 톤당 600달러 수준까지 치솟으면서 향후 물량은 평년 대비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냉연강판 역시 8월 수입량이 3만 5,483톤으로, 최근 가격적 이점을 앞세워 두 달 연속 증가세를 보였으나, 전년 동월 대비 8.1% 감소했다. 물론 올해 7~8월 수입된 물량이 평년 대비 많은 물량이지만, 수출 오퍼가격을 감안했을때, 국내 유통가격 대비 가격 경쟁력이 크지 않다는 평가다.
9월도 녹록지 않은 환경 조성
이처럼 수입재 유입이 줄고 메이커의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지만, 9월 시장 전망은 여전히 밝지 않은 가운데 유통업계는 9월 유통가격 향방을 두고 품목별로 가격 흐름이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HGI와 GI의 경우, 톤당 2만~3만 원가량 인상하더라도 수요처의 저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중 재고를 비롯해 특히. 중국산 GI 오퍼가격 인상 여파 등으로 국내 수요가 일정 부분 유지되는 분위기다.
반면 PO, CR, EGI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 PO는 열연 공장 보수와 자동차향 공급 차질로 물량이 줄면서 시중 가격이 지지되고 있지만, 실제 인상에 나설 경우 건설 현장 등 주요 수요처 주문이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EGI는 건설 후공정 수요가 위축되면서 시장이 사실상 소멸 단계에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같은 불확실성 속에서 유통업계는 판매 확대 방안이 사실상 가격 조정 외에는 마땅치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결국 유통업계는 9월 GI, HGI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는 가격 인상 반영이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시장의 초점은 인상 여부가 아니라, 현 수준의 가격에서 얼마나 많은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느냐에 맞춰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