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전망-STS] '반등의 꿈과 따가운 뒤통수'
9월 공급 측의 가격 인상 기조가 뚜렷해지고 있지만, 실수요 회복은 여전히 지연되고 있다. 포스코를 비롯한 글로벌 제강사들이 출하가를 인상하며 분위기 반전을 시도하고 있으나, 불확실한 경제 여건과 수요 시장의 침체 영향으로 시장은 ‘가격 방어와 반등 모색’의 기로에서 불확실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상반기 부진과 7~8월 비수기를 지나 9월을 맞이한 업계는, 계절적 성수기에 대한 기대와 현실적 수요 위축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8월 말 가격인상을 예상한 일부 가수요와 매집 수요가 나타나며 단기적으로 가격 방어 효과는 있었지만, 실제 가격 상승이란 뚜렷한 반등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있다.
니켈 가격, 제한적 반등 속 구조적 부담 지속
9월 들어 LME 니켈 가격은 톤당 1만5천 달러 초반으로, 8월 평균 대비 약 270달러 상승했다. 이는 전월 대비 나아진 흐름이지만 여전히 강한 상승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인도네시아 중심의 증산 기조로 2025년 약 20만 톤 규모의 공급 과잉이 전망되고 있고, 전기차 배터리 수요 둔화와 LFP 배터리 확산도 가격 상방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중국 정부의 전략 비축 확대와 인도네시아의 채굴계획(RKAB) 단축 등 정책 변수는 단기 반등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니켈 가격이 톤당 1만 5천~1만 6천 달러 범위에서 등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원달러 환율, 1,400원대 압박 지속
원·달러 환율은 9월 초 1,390원대 중반에서 움직이며 1,400원 진입 압박을 받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달러 강세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원화 약세 기조가 유지되는 모습이다. 주요 기관들은 9월 평균 환율을 1,395원 안팎으로 예상하며, 단기적으로 1,400원대를 넘나드는 흐름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급 측 인상 기조 강화, 수요 저항은 뚜렷
포스코는 9월 출하가격을 톤당 10만원 인상했고, 주요 유통업체들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대만, 유럽, 미국, 중국 등 주요 생산업체들 역시 원재료 비용 부담과 수익성 확보 차원에서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그러나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과 수요 위축으로 실제 거래에서 인상분이 적용되는 속도는 더딘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달러 강세에도 불구하고, 포스코의 수입대응재인 GS재 대비 수입재 가격 차이가 10만 원 이상 벌어진 점도 시장 가격의 상단 움직임의 발목을 잡고 있는 중이다.
지난 8월 중국과 인니 등에서 10월적 한국향 공식 오퍼를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실제 계약 과정에서는 주문 부진과 수요 위축 등을 이유로 알려진 공식 오퍼보다 훨씬 낮은 가격 인하 제시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물론 4분기 최저가격 보다는 높게 제시되긴 했지만, 대만 등 일부 밀에서는 티스코나 청산보다 가격을 좀 더 공격적으로 내기도 했다. 이런 연유로 달러 강세에도 불구하고 수입재의 가격경쟁력이 국내산 대비 훨씬 높아졌다.
이는 메이커들의 인상 의지와 시장 현실 사이의 괴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으로, 당분간 한국향 거래 가격은 명목상 인상과 실질적 인하가 혼재하는 복잡한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수입량, 8월 다시 증가..9월도 유지 전망
8월 스테인리스 수입량은 약 4.7만 톤으로, 7월보다 늘어났다. 베트남산 물량은 7월부터 두 자릿수 이상의 관세가 부과되며 급감했지만, 인도네시아와 대만산의 꾸준한 유입이 이를 대체했다. 연말까지 잔여 쿼터가 비교적 여유 있는 편이며, 9월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수입 규모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5~6월 집중 유입된 수입 물량도 시장 내에서 다 소화되지 못한 상태인데다가 7~8월 약 8만톤 후반대의 수입재 유입까지 고려할 경우 시장 내 재고 부담도 여전하다.
중국·인니 동향, 기대와 회의감 교차
중국 내수 가격은 8월 중순 이후 선물과 현물 가격 모두 강세를 보였지만 8월 말 이후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9월 초에도 현물 가격이 소폭 상승했으나 선물 가격은 정체 상태다. 내수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데다 중국산에 대한 전 세계적인 무역 규제 여파가 이어지면서 공급과잉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9월 초 현물 내수 가격은 톤당 약 200위안 가량 추가 상승했으나, 선물 가격은 정체된 모습을 보였다. 같은 시기 탄소강 가격이 약세로 돌아선 점을 고려하면, 스테인리스의 강세 흐름은 구조적 수요 회복보다는 일시적 요인에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9월 2일 청산강철이 출고가를 인상하고 공급 물량을 통제한 조치가 유통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9월 3일 기준 중국 내수 가격은 전일 수준을 유지하며 추가 상승 동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10월 1일 마이단 수출 규제 시행과 국경절 연휴, 계절적 성수기(금구은십, 金九銀十) 기대감이 가격 방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그러나 중국 내수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현 수준의 가격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다.
인도네시아 청산의 경우 수출 오퍼가격을 인상하면서 인도네시아 열연 소재를 사용하는 밀들의 가격에도 영향을 끼쳤다. 그럼에도 아시아 주변국들의로의 304 냉연 오퍼가격은 1,850달러 대 수준이었던 것으로 트레이더들은 전했다. 아시아 지역 내 304 냉연의 거래가격도 1,880~1,930달러 수준으로 파악됐다. 아시아 지역 내에서도 이렇다할 수요 회복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한국향 11월적 오퍼가 4분기 쿼터 최저 수준으로 제시될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
9월 시장, 성수기 기대와 현실의 간극
국내 시장은 계절적 성수기에 대한 기대와 공급 측 가격 인상 기조에 따른 기대감이 공존하고 있다. 그러나 실수요 회복은 여전히 지연되고 있으며, 건설업은 중대재해처벌법 강화의 여파로 위축이 지속되고 있다. 8월 말 발생한 가수요와 매집 수요로 단기 혼조세가 불가피했으며, 추석 연휴(10월 3~10일)를 앞두고 판매 압박이 커질 경우 약세 전환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9월 스테인리스 시장의 향방은 △실수요 회복 속도 △원·달러 환율 추이 △제강사 인상 기조의 유지 여부 △중국·인니 가격 정책 △추석 전후 거래 전략 등에 달려 있다. 공급 측의 가격 인상은 분명한 신호이지만, 이를 실질적인 반등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수요 회복이라는 근본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