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관세 이후, '판재·강관' 대미 수출 어떻게 달라졌나?
- 6월 이후 50% 관세 본격화…판재·강관 직격탄 - 1~8월 대미 수출, 판재 16.1%↓·강관 6.0%↓ - 판재는 열연·후판 급감, 냉연도금·컬러강판 선방 - 강관, 50% 관세 후 수출급감...2021년 이후 최저
미국발 철강 관세 인상이 한국의 대미(對美) 수출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은 지난 3월부터 25% 관세가 적용된 데 이어 6월에는 50%로 상향되면서, 그동안 쿼터 체제 아래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수출 구조가 급히 흔들리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2025년 1~8월 한국의 대미 철강재계 수출 물량은 173만 2천 톤, 수출 금액은 21억 4,2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1%, 13.1% 줄어든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6월 이후 관세 상향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
쿼터 해제, 관세 장벽으로 돌아오다
한국은 2018년부터 올해 3월까지 연간 232만 톤 규모의 철강 쿼터를 배정받아 왔다. 물량은 제한됐지만 일정 수준의 수출은 보장되는 구조였다.
이 가운데 ▲판재류 131만 톤 ▲강관 103만 톤 ▲봉형강 25만 톤 ▲스테인리스 3만 9천 톤으로, 판재류와 강관이 전체의 89%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았다.
세부적으로 판재류는 열연강판 53만 톤, 후판 20만 톤, 아연도금강판 16만 6천 톤, 냉연 12만 7천 톤, 석도강판 7만 2천 톤이었으며, 강관은 OCTG 46만 톤, 송유관 42만 6천 톤, 일반강관 6만 9천 톤, 구조용강관 5만 4천 톤으로 구성됐다.
문제는 지난 3월 쿼터가 해제되면서 더 많은 물량을 보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음에도, 올해 1~8월 대미 판재류 수출은 77만 1천 톤, 강관은 70만 5천 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1%, 6.0% 줄었다. 특히 감소세는 50% 관세가 적용된 6월 이후 뚜렷하게 나타났다.
판재류 / 범용재 수출 급감...고부가 제품만 유지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 핵심은 단연 판재류다. 쿼터 적용 시절 연간 약 131만 톤을 기록하며 열연강판, 후판, 아연도금강판, 냉연강판 등이 주력 품목이다.
쿼터 폐지 이후 25% 관세가 부과된 3월에는 수출 물량이 다소 줄었으나, 2분기(4~6월)까지는 월평균 10만 톤 이상을 유지했다. 그러나 6월 관세율이 50%로 상향되면서 수출은 월 7만 톤 수준으로 급격히 위축됐다.
특히, 열연과 후판의 감소폭이 컸다. 열연의 경우 지난해 대미 수출 물량은 월평균 4만 2천 톤 수준이었지만 올해 7월에는 1만 1천 톤, 8월에도 2만 5천 톤에 그쳤다. 후판 역시 지난해 월평균 1만 6천 톤에서 올해 7~8월 월 2천 톤으로 급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25% 관세 시기에는 미국 내 가격 상승 덕분에 수익성이 유지됐지만, 50% 관세 이후에는 신규 수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현재 출하되는 물량도 대부분 기존 계약분으로, 고객사와 관세 분담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줄어든 물량은 내수와 신흥국 시장으로 전환되는 추세다. 특히, 국내선 반덤핑(AD) 이슈로 국산 선호도가 높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본지 집계에 따르면 국내 고로사(포스코·현대제철)의 올해 1~7월 외판용 열연 내수 판매는 419만 5천 톤으로 전년 대비 7.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출도 287만 톤으로 18.1% 늘며 브라질·파키스탄·아프리카 등 신흥국 공략이 활발했다. 동기간 후판 3사(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 내수 판매 역시 352만 1천 톤으로 전년 대비 5.0% 증가했다.
반면, 범용재와 달리 냉연·도금재, 컬러강판 등 고부가 제품은 비교적 선방했다. 냉연강판의 대미 수출은 지난해 월평균 9천 톤 수준을 올해 7~8월에도 이 수준을 유지했으며, 아연도금강판도 월평균 1만 1천 톤에서 1만 톤으로 소폭 줄어드는 데 그쳤다.
특히 컬러강판은 쿼터 해제 효과로 수출이 오히려 증가했다. 지난해 대미 수출은 월평균 1만 3천 톤 수준이었으나, 올해 7~8월에는 1만 9천 톤으로 확대됐다. 관세 영향으로 수익성이 줄었음에도 물량 확대를 통해 마진을 보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판재류 대미 수출은 범용재 위축 속에 내수 강화와 신흥국 개척 그리고 고부가 제품 전환이 불가피해보인다. 이와 관련 철강업계 관계자는 “쿼터 시절과 비교하면 지금은 구조적으로 제약된 상태”라며 “단기적으로는 물량 조정, 장기적으로는 제품 포트폴리오 전환이 대미 수출의 생존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관, 8월 대미 판매 급감...수출 부진 도미노 시작
국내 강관 업계가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로 직격탄을 맞았다.
앞서 언급했듯 2018년부터 연간 103만 톤 규모의 무관세 쿼터가 배정되며 안정적인 수출 기반을 유지했으나, 지난 6월부터 50% 관세가 적용되면서 물량은 물론, 수익성 또한 급격히 악화됐다.
무엇보다 강관 업계에서 대미 수출이 가진 의미는 남다른데, 지난해 강관 수출 184만 톤 가운데 대미 수출이 109만 톤(전체의 59%)에 달했던 만큼, 미국 시장 의존도가 크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미 수출은 월평균 9만 1천 톤 수준으로 집계된 가운데 올해 1~5월에는 9만 5천 톤으로 소폭 늘었다. 즉, 25% 관세까지는 물량으로 수익성을 확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50% 관세 부과부터다. 지난 6월 대미 수출 물량은 9만 톤, 7월 8만 8천 톤에 이어 8월에는 5만 2천 톤으로 급감, 2021년 1월 이후 처음으로 5만 톤대에 그쳤다.
업계에 따르면 25% 관세까지는 물량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었지만, 50% 관세가 부과된 이후에는 기계약분을 제외하면 신규 계약은 불가능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업체는 전체 매출에 수출이 40~50%를 차지해 충격이 더 크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국내 내수 시장도 부진하다. 올해 상반기 강관 내수 판매는 136만 7천 톤으로 전년 대비 4.8% 줄었고, 같은 기간 수출은 87만 톤으로 전년 대비 0.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업계는 위기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6월 추가 관세 이후 8월부터 판매량이 눈에 띄게 줄었고, 신규 수주는 사실상 전면 중단됐다”며 “미국시장에서 한국산 강관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타국 제품에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업계는 돌파구 모색에 나서고 있다. 중동·일본·동남아 등 비미주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동시에, 유정관·송유관 중심의 제품군을 넘어 수소, CCUS 등 친환경 에너지 분야용 강관 개발과 공급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결국, 미국의 고율 관세는 강관 업계에 단기적인 피해를 넘어 구조적 전환의 필요성을 강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업계는 대미 의존도를 낮추고, 비미주 시장 개척과 친환경 에너지용 강관 확대를 통해 생존과 경쟁력 확보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