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의 세계 철강업계⑬ 세계 철광석 ‘심장’ 호주...DRI 전환 중
- 조강 생산량 480만 톤, 세계 28위...태국·남아공과 유사 - 철광석 수출은 세계 1위...철강 제품은 60분의 1에 불과 - BlueScope·Liberty Steel 양분…내수 생산은 제한적 - 건설·인프라 수요는 꾸준…2032년 브리즈번 올림픽 호재 - 고비용 구조·수입 의존·덤핑 압력은 구조적 리스크
글로벌 철강산업이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탄소중립 실현, 공급망 재편, 보호무역 강화 등 복합적인 변화 속에서 각국은 생산체제를 신속히 재정비하며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이에 본지는 북미지역과 아시아 지역 그리고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 이어 오세아니아 지역의 철광석 최대 수출국 ‘호주’ 철강산업을 조명한다.
세계철강협회(WSA)에 따르면 지난해 호주의 조강 생산량은 480만 톤으로 세계 28위를 기록했다. 이는 태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알제리, 방글라데시, 카자흐스탄, 파키스탄, 스웨덴, 영국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호주 철강산업은 BlueScope Steel과 GFG Alliance 산하 Liberty Steel Australia 등 두 기업이 양분하고 있다. 중국, 일본, 한국 등 주요 생산국과 비교하면 규모는 작지만, 판재류와 봉형강을 중심으로 틈새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호주는 세계 1위 철광석 수출국임에도 불구하고, 철강 가공재와 부속품은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 철강 제품 수출 규모는 지난해 약 17억 6천만 달러에 그쳤으며, 이는 연간 1,000억 달러를 웃도는 철광석 수출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특히, 수출 대상국은 중국 비중이 70~80% 수준으로, 중국에 편중된 구조는 시장 변동성 리스크를 높인다. 실제로 중국의 감산 정책과 글로벌 공급과잉 이슈는 호주 철강 제품 수출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정리하면 호주 철강시장은 ▲세계 최대 철광석 생산·수출 역량 ▲조강 생산 기반의 취약성 ▲중국 의존적 수출 구조 ▲고비용 체제와 덤핑 압력 ▲가공재 수입 의존도는 구조적 리스크로 꼽힌다.
조강 생산능력 550만~600만 톤
/ 친환경 흐름 속 전기로 및 DRI 전환 모색
호주의 조강 생산능력은 550만~600만 톤 수준으로 추정되며, 현재는 고로 기반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전기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또 철광석 강국이라는 기반을 살려, 탄소중립 시대에 맞춘 DRI(직접환원철) 전환도 모색 중이다.
호주는 원자재 수출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임금과 복잡한 유통 구조로 가격 경쟁력을 상실했으며, 결과적으로 자국 생산량 대비 수입 비중이 높아졌다. 이는 원재료는 수출하고 가공 철강재는 수입하는 구조적 한계로 이어졌다.
정부 역시 이러한 현실을 인식하고 있으며, 수입 철강재로 인한 국내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꾸준히 반덤핑 제소를 제기하며 시장 방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시장 환경은 해외 공급국 입장에서 호주를 매력적인 수출처 만들기 어렵다.
최근 호주 자동차 산업이 축소되면서, 자동차용 강판 수요는 크게 줄었지만, 건설 경기와 인프라 수요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민자 증가에 따른 시드니, 멜버른 지역의 인프라 확대 그리고 2032년 브리즈번 하계올림픽 준비는 철강 소비 확대 요인으로 꼽힌다.
철광석 1위 수출국 호주...연 9억 톤 생산
/ DRI 공급지로 전환 예고
호주는 전 세계 철광석 산업의 ‘심장’으로 불린다. 서호주(WA) 지역에만 전 세계 매장량의 약 29%가 집중돼 있으며, 2022~23 회계연도 기준 8억 6,130만 톤을 생산했다. 서호주 필바라(Pilbara) 지역을 중심으로 구축된 대규모 채굴 인프라는 호주 철광석이 글로벌 철강 공급망의 핵심 자원으로 자리 잡는 기반이 되고 있다.
BHP, Rio Tinto, FMG 등 3개 기업이 호주 철광석 시장의 77%를 차지하며, 브라질 Vale까지 합치면 전 세계 공급의 70% 이상을 담당한다.
다만, 품위 측면에서는 한계를 안고 있다. Pilbara 광석의 평균 철분 함량은 58~62% 수준으로, 브라질 Vale나 기니 Simandou 광석(65% 이상 고품위)과 비교하면 경쟁력이 떨어진다. 특히 직접환원철(DRI) 공정에서는 고품위 원료가 요구되기 때문에 호주 광석의 활용도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호주는 친환경 전환과 DRI 적합 원료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BHP와 Rio Tinto는 서호주 Kwinana 지역에서 NeoSmelt 파일럿 플랜트를 추진하며 중품위 광석을 활용한 저탄소 철 생산 기술을 시험 중이다. Magnetite 광산 개발도 본격화되고 있으며, Fortescue는 2026년까지 수소 기반 ‘그린 아이언’ 시제품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글로벌 철강산업의 탈탄소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호주가 기술 혁신과 원료 다변화를 통해 DRI 공급지로 도약할 수 있을지가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전망이다.
호주 권역별 제철소 9곳 분포
/ 남동부는 철강 제품 생산...서부는 원료 생산 기지
호주 전역에는 현재 9곳의 제철소·프로젝트가 가동 중이거나 추진되고 있다.
동부권은 전통적 고로·전기로 체제, 남부권은 호주 유일의 고로/전기로 복합 제철소가 자리 잡고 있으며, 서부권은 세계 최대 철광석 자원을 바탕으로 DRI 전환 투자가 집중되는 구조다.
■ 동부권 – 수도권 건설 수요 뒷받침하는 전통 거점
뉴사우스웨일스(New South Wales, NSW)에는 호주 최대 규모의 블루스코프(BlueScope) 포트 켐블라(Port Kembla) 제철소가 있다. 연산 약 300만 톤 이상의 조강 생산능력을 갖춘 고로 기반 설비로, 호주 조강 생산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며 판재류와 건설재 공급을 책임진다.
같은 지역에 리버티스틸(Liberty Steel) 시드니 전기로는 철근·형강 등 봉형강 중심의 내수 공급 거점이다. 이와 함께 NSW에서는 전기로/DRI 복합 설비 신설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빅토리아(Victoria) 주의 리버티 라버턴 전기로는 멜버른(Melbourne) 대도시권 건설 수요를 기반으로 철근·형강 생산에 특화돼 있다.
■ 남부권 – 호주 유일의 ‘복합 제철소’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의 와일라(Whyalla) 제철소는 호주에서 유일하게 고로·전기로·DRI 설비를 모두 갖춘 복합 제철소다.
연산 약 120만 톤의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호주 구조용 강재의 70% 이상을 공급하는 핵심 거점으로 꼽힌다. 현재 와일라는 신규 전기로 투자와 함께 수소 기반 환원 기술 도입을 추진 중이다.
■ 서부권 – 철광석 생산 기지
호주의 철광석 매장량이 집중된 서호주(WA)와 미드웨스트(Mid-West) 지역은 DRI 및 수소환원 프로젝트의 시험대이자 투자 전진기지다.
포르테스큐(Fortescue)는 Christmas Creek 광산에 DRI 설비를 건설 중이며, 이를 통해 2026년까지 ‘그린 아이언’ 시제품 생산을 목표로 한다. 한국의 포스코 역시 포트 헤드랜드(Port Hedland)에 대규모 DRI 플랜트 건설을 계획 중으로, 향후 아시아 수출 거점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Collie 전기로 및 Geraldton DRI 프로젝트도 준비 단계에 있으며, 호주 서부권은 글로벌 철강산업의 탈탄소 전환 흐름 속에서 핵심 공급지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 대표 철강사, ‘블루스코프스틸’
/ 조강 생산능력 600만 톤...평판재 중심
블루스코프스틸(BlueScope Steel)은 호주를 대표하는 철강기업으로, 지난해 조강 생산량은 661만 톤을 기록하며 세계 철강사 순위 60위에 올랐다.
2002년 BHP Steel에서 분사하며 독립한 뒤 본사를 멜버른에 두고 있으며, 호주 철강산업의 중추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약 600만 톤 규모의 조강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뉴사우스웨일스주 포트 켐블라(Port Kembla) 제철소가 핵심 거점이다. 포트 켐블라는 호주에서 유일하게 고로를 가동하는 제철소로, 국가 전체 조강 생산의 절반 이상을 담당한다.
주력 제품은 열연·냉연강판, 아연도금강판, 컬러강판 등 평판재로, 건축·건설·자동차·가전 등 다양한 산업에 공급된다. 특히 컬러강판 브랜드 ‘컬러본(Colorbond)’과 아연도금 제품 ‘지알발룸(Zincalume)’은 호주와 아시아·태평양 건축시장에서 높은 인지도를 확보한 대표 제품이다.
블루스코프 스틸은 내수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해외 네트워크를 확장해 왔다.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에 도금강판 및 컬러강판 생산 기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북미에서는 미국 오하이오주 델타(Delta)에 위치한 합작 제철소 노스스타 블루스코프(North Star BlueScope Steel)를 통해 연간 200만 톤 이상의 판재류를 생산·공급하고 있다.
다만, 호주 내 높은 인건비와 에너지 비용으로 원가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점은 구조적 한계로 꼽힌다. 이에 회사는 고부가가치 평판재 집중 전략과 더불어, 수소 기반 직접환원철(DRI) 및 전기로 전환 연구를 통해 친환경·저탄소 생산체제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호주 제2의 철강사, ‘리버티 스틸 오스트레일리아’
/ 연산 200만 톤 규모...봉형강 중심 내수 공급망
리버티스틸 오스트레일리아(Liberty Steel Australia)는 GFG Alliance 산하 철강사로, 블루스코프 스틸과 함께 호주 철강산업을 양분한다.
본사는 시드니에 있으며, 남호주 와일라(Whyalla) 제철소를 핵심 거점으로 조강 생산과 가공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와일라 제철소는 호주에서 유일하게 광석 기반 제철과 장입재 일관 공정을 모두 갖춘 설비로 꼽힌다.
현재 연간 약 200만 톤 규모의 조강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주요 제품은 빌릿, 레일, 와이어로드, 철근 등 봉형강 중심으로 건설·인프라·광업 프로젝트 등 호주 내수 시장의 핵심 수요를 충족하는 구조재 공급에 특화돼 있다.
또한 인프라용 강재, 건축자재, 철도·광산용 특수강재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히며 내수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왔다. 멜버른, 시드니, 브리즈번 등 주요 도시에도 가공·유통 거점을 운영해, 전국적인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구축한 것이 특징이다.
최근에는 탄소중립 전략에 따라 와일라 제철소의 전기로 전환과 수소 기반 DRI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기존 고로를 단계적으로 대체해 2030년까지 저탄소 제철소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