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봉형강 리포트] H형강 시장 무엇이 바뀌었나(하) ... 경쟁구조와 전망

- 국내외 수요 위축 해결 방안 찾아야 ... 과잉 설비 우려 증폭 - '레드 퀸 효과'만 확인한 경쟁 해법은?

2025-09-01     손정수 연구위원

1.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의 전략과 H형강 시장 구조

       1)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의 사업 전략

- 현대제철 : 과점적 지위 활용

현대제철은 국가대표 H형강 생산업체이다. 한국철강협회의 2023년 발표 기준 한국의 형강 생산능력은 629만 톤이다. 이중 현대제철은 58%인 367만 톤이다. 특히 H형강 분야에서 현대제철은 과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어 현대제철의 전략에 따라 H형강 시장은 큰 영향을 받는다.

현대제철의 경영 전략은 생산은 품질 경쟁력과 원가 경쟁력 향상, 영업은 토털 패키지 수주가 핵심이다.

품질과 원가 경쟁력 향상을 위해 2020년에 1,000억 원을 들여 인천 대형 형강 공장에 압연기를 추가로 설치했다. 이 투자로 극후 고강도 제품 생산 기반을 구축했다. 15만 톤의 추가 생산능력은 덤으로 얻었다.

현대제철은 국내 유일의 전기로 고로 겸업사라는 장점을 살려 강관 등 다른 제품과 연계한 One-Stop 영업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생산 사이즈 확대(RH+) 등을 통해 고객의 편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프리미엄 건설용 강재 브랜드인 “H-CORE”를 런칭하고, 전자상거래 시장도 진입하는 등 마케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 동국제강 : 약점 보완에 한창

동국제강은 포항제강소 100만 톤, 부산 사상공장 30만 톤의 형강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사상공장은 2024년 폐쇄해 현재 연간 100만 톤의 형강제품을 생산 중이다.

동국제강 형강사업의 역사는 최대 약점인 사이즈 한계 극복의 역사이다. 2006년에 400 x 400을 생산한데 이어, 2021년 10월에 700 X 300으로 생산 가능 범위를 넓혔다. 이 무렵 현대제철이 독점 생산하던 시트파일도 상품 리스트에 추가로 올렸다.

동국제강은 800과 900 같은 특대형 H형강 생산 부재의 단점 보완을 위해 연간 1만 톤 이상 가공이 가능한 BH(Built-Up Beam) 장비를 설치했다. 당진 후판 공장과 연계해 시너지를 높이는 한편 철근 후판 형강류 전 사이즈 공급을 통해 건축용 토털 솔루션 제공의 기반을 놓았다.

        2)  15년간 시장 구조 변화는?

한때 수입 H형강의 시장점유율이 40%를 넘기도 했다. 현대제철에 이어 2위가 중국산이던 시절이 있었다. 2015년 중국산 수입 규제를 시작으로 점유율에 큰 변화가 생겼다. 수입품의 시장 점유율은 20% 전후로 줄었고, 중국산의 빈자리는 일본과 베트남 등이 메우면서 중국산 규제 효과가 반감되었다.

국산 H형강 시장은 현대제철 67%, 동국제강 33% 구조이다. 양사의 치열한 경쟁에도 불구하고 지난 15년간 의미 있는 점유율 변화는 없다. 몇몇 특별한 해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평균에서 ±1~2% 범위 내의 점유율 변화를 보였다. 수출입 환경과 현대제철의 정책 변화가 조금의 점유율 변화를 만든 것이다.

2. 향후 H형강 수요는?

- 내수 시장 바닥 통과 중이지만 기대감 적어

한국의 H형강 수요는 2022년 285만 톤을 피크로 감소해 지난해 206만 톤으로 줄었다. 올해는 190만 톤 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제강사들은 현재 수요가 바닥을 통과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2030년까지 H형강 수요가 완만하게 늘어 250~260만 톤까지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한국의 SOC 보급율이 상당한데다, 수 년간 H형강 수요를 주도했던 물류 창고 건설도 일단락되면서 신규 수요를 찾아야 할 상황이다. 게다가 성장률 둔화로 공장 건설 수요도 예전 같지 않다. 특히 반도체 자동차 등의 해외 생산기지 구축은 한국내 H형강 소비 증가에 부정적인 요인이다.

경쟁 소재의 발전도 부담이다. 특히 합성보와 PC(Precast Concrete)의 성능 향상은 H형강 소비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외에도 건축비 및 지가 상승, 수도권 집중화 현상 등으로 대형 건축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BH(Built-Up)와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 수출경쟁력도 변수

2010년~2024년까지 연평균 H형강 수출량은 107만 톤이다. 국내 생산업체의 출하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4.3%이다. 최근 수출에 비상등이 켜졌다. H형강 수출은 2022년 81만 톤, 2023년 64만 톤, 2024년 77만 톤을 기록했다.

수출 감소는 1) 주요 수출지역의 현지 생산 강화 2) 중국의 수출 증가 등 탓이다. 주력이었던 동남아시아와 중동 수출이 줄면서 유럽(튀르키예)과 북미 같은 원거리 지역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했다. 중국산과 경쟁이 치열한 곳에선 수출에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주력 수출업체인 현대제철이 수익성에 방점을 찍은 것도 수출 감소에 영향을 주었다.

- 현대제철 포항 2공장 설비 구조조정 끝인가? 시작인가?

한국의 H형강 생산 피크는 2018년 346만 톤이었다. 지난해에는 247만 톤으로 줄어 피크대비 100만 톤 줄었다. 수입을 전량 대체하고 100톤 정도 수출을 유지해야 350만 톤 생산체제 유지가 가능하다.

그러나 수출 경쟁력과 해외 시장 여건을 생각하면 100만 톤 고지 탈환이 쉽지 않다. 또 줄었지만 연간 40만 톤 정도 수입도 전량 대체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보면 한국의 H형강 생산량은 많아야 200만 톤대 후반에 머물 전망이다. 전기로 제강사들은 향후 단기 피크 생산량을 280만 톤 내외로 보고 있다.

따라서 100만 톤 정도 생산 능력 감축이 불가피하다. 현대제철의 포항 2공장 폐쇄로 약 60만 톤의 생산능력이 줄어 잉여 생산능력 감축의 숨통이 트였지만 품질과 원가 경쟁력 확보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추가 감축 여지가 남아 있다.

3. 대응 전략은?

- 원가 경쟁력 확보

H형강 업계의 위기는 국내 수요 감소와 잉여 생산능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원가 경쟁력이 필수이다. H형강 원가의 상당한 부분은 전력과 철 스크랩이다. 한국사회가 친환경, 탈탄소로 전환으로 전력요금의 상승이 불가피하다. 전력요금의 상승은 H형강 생산업체들의 경쟁력과 수익성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울러 제강사들은 전력 소비 원단위를 낮출 수 있는 제강 조업 기술의 확보 노력이 더욱 경주되어야 한다.

또한 적정 철 스크랩 최적 배합비 확보 및 운영 기술을 통해 철 스크랩 소비 원가를 낮추어야 한다.

제강사들은 최근 전력 원단위 저감과 철 스크랩 이용기술 확보를 위해 AI를 적극 도입하고 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만들어내진 못했다.

- 수입 및 수출 대응

수입 대응은 H형강 업계의 사활이 달린 문제이다. 중국산 AD 연장에 실패할 경우 판로가 약한 중국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은 AD전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아울러 일본산 베트남산 등에 대한 수입 규제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K-CBAM과 같은 비관세 장벽도 함께 고려가 되어야 하며, 필요하다면 KS 기준 강화를 통해 건물의 안정성 뿐만 아니라 수입 대응 효과를 극대화 해야 할 것이다.

한국 H형강 시장은 초대형 건물과 내진 설계의 확산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맞춘 제품 개발을 통해 수입품과의 변별력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또 다양한 패밀리 사이즈를 만들어 소비자의 만족을 높여야 한다.

설비 과잉을 완화할 수 있는 수출 경쟁력 확보도 절실하다. 그러나 예전처럼 가동률 유지를 위해 연간 100만 톤 이상 수출하던 시대, 저가 수출의 시대는 끝난 것 같다. 고가 지역을 중심의 수출 시장 개척과 고부가, 고기능, 친환경 제품의 수출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 특히 탈탄소 수출 시장의 개척이 필요하다.

- 구조 조정과 시장 분할

수입 방어와 수출 경쟁력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H형강 생산시설의 과잉은 불가피하다. 업계에서는 현대제철의 포항 2공장 폐쇄는 구조조정의 시작이라는 시각이 많다. H형강 수요 변화를 보면서 잉여 생산능력을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생산능력 조정을 위해선 설비 통폐합과 인력 조정이 관건이다.

특히 인력문제는 전기로 제강사의 설비 구조조정을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인력 조정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아울러 설비 조정 기업에 대한 세제혜택이나 사업 조정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최근 K스틸법의 발의는 정부차원의 철강산업 구조조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에 사회적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H형강 업계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내용으로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 경쟁의 룰을 다시…

2015년 이후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의 지향점은 분명하다. 그리고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해 왔다. 그러나 H형강 시장에서는 완벽하게 ‘레드 퀸 효과’가 작동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양사간의 치열한 경쟁에도 불구하고 의미 있는 점유율 변화는 없다.

동국제강의 사이즈 확대가 현대제철의 벽을 넘은 것도 아니고, 현대제철의 지정점 정책과 합리화, RH+ 정책 등도 동국제강 시장을 잠식하지 못했다. 양사의 제품 개발과 서비스 확대 노력이 가격 경쟁 앞에서 무력화한 것이다.

양사의 경쟁은 시장을 지키고, 거래 관행을 합리적으로 바꾸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 가격 경쟁을 지양하고, 서비스 개선과 제품의 개발을 통해 고객 만족을 높이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현대제철의 가격 체계 개선 등은 높게 평가되어야 한다. 가격 경쟁보다 서비스 경쟁을 해야 하고, 주문과 생산 방식이 개선을 통해 고객 만족도를 높여 나가야 한다.

또 유통구조 개선을 통한 시장 합리화도 필요하다. 특히 가격 경쟁 중심의 유통 구조를 가공과 서비스 중심으로 전환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경쟁으로 점유율을 높일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입증됐다.”며 “수입 대응에 국내 생산업체의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H형강 시장이 재고 판매 방식이 아니라 주문 판매 방식으로 전환해 수익성 향상 뿐만 아니라 고객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기능해야 한다. 양사의 경쟁이 고객 중심의 합리적 시장을 만들어 나가는 경쟁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