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정관세에도 평행선...하반기 조선용 후판價 협상 난항
- 철강사 인상 고수·조선사 인하 압박…협상 장기화 불가피 - 철강업계 “중국산은 덤핑” VS. 조선 “원자재 하락 반영” - 중국산 후판 잠정관세에도 조선향 협상 영향은 제한적 - 국산 조선향 후판 판매, 2022년 이후 지속 감소세
국내 철강업계와 조선업계가 올해 하반기에도 조선용 후판 가격 협상을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철강업계는 미국의 관세 정책과 원가 부담을 근거로 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반면, 조선업계는 원자재 가격 하락과 글로벌 발주 부진을 이유로 인하를 주장하면서 하반기 협상은 장기전 양상을 띠고 있다.
철강업계 “관세·원가 반영한 가격 정상화 필요”
철강업계는 조선향 후판 가격을 톤당 85만 원 수준서 인상안을 고수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강업체들은 지난해 후판 부문에서 적자를 면치 못했으나, 지난 4월부터 중국산 후판에 28~38%의 잠정관세가 부과되면서 수익성이 일부 개선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조선향 후판 가격은 2023년 상반기 톤당 100만 원 수준에서 지난해 70만 원대 중후반까지 하락했다가, 올해 상반기 협상에서 약 80만 원 수준을 회복했다. 철강업계는 이를 “정상화 과정”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후판에 잠정관세가 부과된 것은 중국산 가격이 지나치게 저가였다는 반증”이라며 “국내 내수 가격은 이미 상승세로 돌아섰고, 중국 또한 감산과 경기 부양책으로 후판 가격 오름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조선업계 “원가 부담 완화 시급”
조선업계는 글로벌 발주 둔화를 근거로 가격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조선업이 초호황기를 지나 ‘슈퍼사이클 피크아웃’ 국면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영국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7월 전 세계 선박 수주량은 203만CGT(58척)로, 전년 동월 대비 58% 급감했다. 한국 역시 같은 기간 누적 수주량이 524만CGT(123척)로 전년보다 37% 줄었다.
원자재 가격 하락도 조선업계의 논리다.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철광석 평균 가격은 2024년 하반기 톤당 101.4달러에서 올해 상반기 100.7달러로 소폭 하락했고, 호주산 점결탄은 같은 기간 210.5달러에서 186달러로 내려갔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철광석 등 원부자재 가격이 지난해 하반기 대비 올해 상반기에 내려간 만큼, 후판 가격에도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산 내수 축소 속 변수는 ‘중국산 후판’
하반기 협상의 최대 변수는 중국산 후판이다. 현재 중국산 후판에는 잠정관세가 부과되고 있지만, 대형 조선사들이 보세공장을 활용하면서 실제 협상에서는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조선업계가 여전히 협상 주도권을 쥐고 있어, 하반기 후판 가격은 동결되거나 소폭 인하에 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선급용(조선향) 내수 후판 판매량은 160만 3,649톤으로 2022년 이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수입산 비중은 확대되는 추세다. 철강업계는 국산 후판 수요 축소가 장기화될 경우 공장 가동률 저하나 일부 설비 폐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