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Focus] (유통채널의 역할과 기능②) 유통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라!
- Cooperation 전략, "유통가격에 대한 주도권 확보가 최우선"
〓 연재-1: 유통채널의 역할과 기능① - (Coverage) 12가지 핵심 기능에 집중하라 !
〓 연재-2: 유통채널의 역할과 기능② - (Cooperation) 유통시장지배력을 확보하라!
철강사가 유통업체에 기대하는 다섯 가지 핵심 역할
철강산업에 있어서 유통채널은 메이커인 철강사와 중소형 고객사를 잇는 핵심 연결고리로서, 공급망(Supply Chain)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중요한 역할과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철강사가 유통업체에 기대하는 역할)
자료: Marketing Channel Management, Louis. W. S & Adel. E. A.
앞선 글에서는 ‘철강 유통업체가 중소형 고객(Long-Tail Customer)을 대상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할 때 필요로 하는 핵심 기능 12가지’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메이커인 철강사가 유통업체에 기대하는 역할’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철강사의 판매 구조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하나는 대형 고객사를 대상으로 하는 직거래(직판)이며, 다른 하나는 전국에 소재하는 중소형 유통고객을 대상으로 다품종·소량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철강사가 유통업체로부터 기대하는 사항은 ▲수급 불균형을 조정할 수 있는 재고 완충(Buffer) 역할, ▲유통재를 생산계획에 선제적으로 반영시킬 수 있는 유통정보의 제공 역할, ▲최소 생산단위(300톤) 충족위한 소량 주문(Lot) 집약 역할, ▲지역 기반 틈새시장 분석으로 신규 고객 발굴 역할, ▲전국 소재하는 중소형 고객사에 대한 판매 대행 역할 등을 들 수 있다.
철강사가 유통업체로부터 이러한 협력사항을 요구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유통시장에서의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즉 철강사가 유통시장에서 지배력을 확보한다는 의미는 '유통판매 점유율(M/S) 40% 이상 유지와 유통가격 주도권을 동시에 확보'함을 말한다. 실제로 국내 유통시장에서는 포스코는 판재류, 현대제철은 봉형강 부문에서 각각 지배력 확보를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내 유통시장은 중국산 저가 수입재의 과다 유입,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관세 장벽, 탈탄소 생산 전환에 따른 ‘그린스틸’ 요구, 그리고 주력 수요산업 침체가 동시에 겹치면서 안팎으로 구조적인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실정이다.
지난 5년간 한국 철강시장의 명목소비와 유통시장 규모는 모두 감소세를 보였다. 명목소비는 ‘20년 약 5,000만 톤에서 ‘24년 4,800만 톤으로 200만 톤 감소하였으며, 同 기간 유통 물량은 1,800만 톤에서 1,300만 톤으로 500만 톤이나 감소하였다. 그 원인은 전반적인 국내 수요산업의 침체 장기화와 더불어 철강사의 직거래 확대(유통비용 절감 목적)에 따른 복합적인 결과로부터 기인한다.
(한국의 명목소비와 유통시장 규모 추이 변화)
자료: 한국철강협회 통계자료 및 S&S 추정 결과
이러한 복합적인 어려움 속에서 '국내 철강사의 유통시장 지배력 수준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우선 중국·일본·한국의 유통시장 구조와 특징을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중국 철강사, 유통시장 지배력 낮아… 전자상거래 주도로 비중 확대
중국 철강 유통시장은 전체 명목소비량의 절반이 유통업체 주도로 거래되면서 '철강사의 유통시장지배력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 철강시장의 유통시장 규모 및 유통구조)
자료: 중국철강공업협회 및 전문가 인터뷰결과(’25년)
중국철강공업협회와 전문가의 인터뷰에 따르면, ‘24년 중국의 철강 명목소비량은 약 8억 7,000만 톤으로 추정된다. 이 중에서 유통시장 규모는 명목소비량의 절반 수준인 4억3,000만 톤이며, 이 가운데 약 3억 톤(중복거래 포함)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전자상거래로 거래되고 있다.
판매 구조는 대형 고로(高爐) 기반 철강사의 경우, 전체 판매량의 약 70%를 자동차·조선·가전 등 대형 수요산업에 직접 공급, 나머지 30%는 밀(Mill)계 유통업체나 전자상거래 채널을 활용하여 거래된다. 반면 전기로 기반의 중소형 철강사는 직거래 비중이 30%에 불과하며, 70% 이상은 유통상을 경유하여 거래되고 있다.
현재 중국 유통채널은 대형 유통상, 중소 유통점,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구성되며, 가격 경쟁력 우위 확보로 해외의 철강사가 중국 유통시장에 진입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여건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철강사의 유통시장지배력에 대한 강도는 대형 유통상의 높은 영향력으로 인해 낮은 수준인 것으로 평가된다’며,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유통구조 효율화 정책 중의 하나인 전자상거래의 확대는 향후 핵심 경쟁력으로 대두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다.
일본 철강사, 유통시장 지배력 높아… 상사 중심의 Lock-in 판매구조
일본 철강 유통시장은 상사(商社) 중심의 ‘Lock-in 체제’를 기반으로, 대형 고객사 대상의 직접판매(히모쯔키)와 중소형 고객사 대상의 유통판매(미세우리)로 구분된다. 이러한 판매구조 때문에 '일본 철강사의 유통시장 지배력은 비교적 높은 수준인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 철강시장의 유통시장 규모 및 유통구조)
자료: 일본철강연맹 및 전문가 인터뷰결과(’25년)
‘24년 기준 일본 철강 명목소비량은 약 5,200만 톤이며, 이 중 1,300만 톤(25%)이 유통채널을 통해 거래되었다.
철강사의 판매구조는 대형 고객사를 대상으로 직판(히모쯔끼) 비중이 전체 판매량의 75%를 차지하며, 주로 자동차·조선·가전 등과 직접 계약한다. 반면 중소형 고객사는 유통업체를 통해 제품을 구매하며, 유통업체는 ▲밀(Mill)의 상사계, ▲종합상사계, ▲철강 전문상사계로 구분된다.
특히 중소형 고객사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유통판매(미세우리)는 '코일센터 - 2차 유통상 - 최종 실수요가까지의 Lock-in 체계' 구조에서 공급되기 때문에, 해외 철강재가 일본 유통시장에 침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한국과 일본의 유통시장에 대한 수입재 비중(수입물량/명목소비량)을 비교하면, 일본이 12% 수준인 반면 한국은 23%로 수입재 비중이 일본 대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 철강사의 국내 유통시장에 대한 지배력은 일본 대비 낮은 수준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일본 업계 관계자는 ‘자국 철강사의 유통시장 지배력에 대한 수준이 높은 이유를 장기간동안 이어져 왔던 '상사-철강사-실수요가로 이어지는 Lock-in 체계' 형성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향후 과제로서는 '다품종 소량구매를 하는 중소 고객사 대상 다운스트림으로서 고부가가치 제품을 지속 개발함과 동시에 유통채널의 디지털화’에 있다고 언급한다.
한국 철강사, 유통시장 지배력은 중국과 일본의 중간 수준에 머문것으로
국내 철강 유통시장은 중국산의 가격 경쟁력 우위와 일본산의 Lock-in 체제에 따른 규격·품질 우위에 대비하여 상대적으로 취약하며, '국내 철강사의 유통시장 지배력 수준도 중국의 개방적 구조와 일본의 폐쇄적 구조의 중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 철강시장의 유통시장 규모 및 유통구조)
자료: 한국철강협회 및 전문가 인터뷰결과(’25년)
‘24년 기준 한국 철강 명목소비량은 약 4,800만 톤이며, 이 중 1,300만 톤(27%)이 유통채널을 통해 거래된다. 철강사는 전체 판매량의 약 55%를 자동차·조선·가전 등 대형 고객사에 직거래로 공급하며, 차공정용인 단압밀과 강관사 등 중간단계 수요처가 18%를 차지한다. 나머지 27%는 유통망을 통해 공급되며, 주로 밀계(Mill系) 가공센터와 독립계 유통업체를 거쳐 건설·기계 등 중소형 고객사에게 공급된다.
국내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철강사가 유통시장지배력 확보를 강조하는 이유가 '유통가격에 대한 주도권 확보에 있음’을 언급한다. 즉 철강사가 유통가격 주도권을 가진다면, 이는 유통가격 책정뿐만 아니라, 직거래 가격책정에 이르기까지 가격을 연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철강사의 직거래 가격은 유통가격 대비 2~3% 높게 책정(유통비용 제외 기준)되는 실 예들이 이를 뒷받침하는 이유이다.
한국 철강업계, 유통가격 주도권 확보와 해외 틈새시장 개척으로 승부
국내 철강업계가 요즘과 같은 저마진 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는 단순 제품 판매를 넘어서서 거래 형태와 제품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유통 전략을 마련함과 동시에, 이제는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해서도 심고를 해야 할 시점인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일반재(범용재) 부문에서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여 철강사들이 진출하지 않은 해외 틈새시장을 개척하여 공략할 필요가 있다. 이는 온라인 판매에 따른 가격 경쟁력 확보와 동시에 새로운 수출 시장에 진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반면 다품종·소량 판매 분야에서는 철강사와 유통업계가 심가공 설비에 공동 투자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특히 국내 철강사는 '보다 안정적인 직거래 가격 체계를 운영하기 위해서라도 유통시장지배력과 유통가격에 대한 주도권를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동시에 유통업계는 글로벌 시장 개척, 심가공 설비 투자, 서비스 역량 확대 등을 통해 독자적인 경쟁력도 강화해야만 한다.
궁극적으로 한국 철강업계(철강사-유통업체-고객사)가 이 같은 전략을 공동으로 추진한다면, 중국의 개방적 유통구조와 일본의 폐쇄적 ‘Lock-in’ 체제 사이에서도, 국내 유통시장에서의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한국 철강업계가 지속 가능한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