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철근 생산·내수 역대 최저∙∙∙'구조적 위기' 현실화
- 생산·내수 판매, 모두 2010년 이후 최저치 기록 - 부동산 경기 침체·안전 규제 강화로 수요 회복 지연 - 수출 확대에도 내수 부진 만회엔 역부족
올해 상반기 국내 철근 생산과 판매량이 약 1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급감했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철근 생산업계가 과잉공급에 따른 가격 하락과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 감산에 나선 결과다.
생산·내수 동반 감소, 수출만 소폭 반등
실제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철근 생산량은 361만 6,000톤으로 전년 동기(409만 3,000톤) 대비 11.7% 줄어든 것으로 확인된다.
이는 지난 2010년 이후 최저치다. 상반기 생산량이 가장 많았던 2017년 562만 톤과 비교하면 200만 톤 이상 줄어든 양이다.
이처럼 생산량이 줄어든 이유는 급격하게 줄어든 수요가 주효했다. 올해 상반기 철근 내수 판매량은 354만 9,000톤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9.8% 감소했다. 생산량과 마찬가지로 2010년 이후 최저다.
내수 판매는 지난 2024년부터 급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된다. 2022년 하반기부터 높아진 금리로 인해 부동산 경기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고 사업성이 부족한 현장을 중심으로 부동산 PF문제가 대두되면서 건설업계가 위축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2023년 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소식이 전해지면서 건설경기 위축이 본격화됐고 이듬해인 2024년 철근 판매량도 급격하게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나아가 올해까지 회복세를 드러내지 못하고 오히려 더 악화한 모양새다.
부진한 내수 시장에 대한 돌파구로 일부 제강사가 수출 판매에 눈길을 돌리면서 올해 상반기 수출 판매량은 전년 대비 146% 늘어난 6만 4,000톤을 기록했으나, 절대 물량이 적어 내수 부진을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감산 기조’ 지속 가능성 높아
한편, 향후 철근 시장은 단기간 내 수요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선행지표인 철근콘크리트 건축물 인허가 및 착공 연면적이 여전히 바닥권에 머물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건설업계에 대두되고 있는 안전문제로 인해 공사기간이 전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공사에 필요한 철근 투입 시점이 늦춰짐에 따라 철근 수요 회복도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수요 회복이 늦어지는 만큼 제강사들의 감산 기조도 동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미 상당수 철근 제강사가 적자 구간에 접어든 가운데,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라도 줄어든 수요를 무시하고 생산량을 늘리는 선택을 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줄어든 수요에 맞춰 하반기에도 감산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며 “가격 안정과 재고 축소가 이뤄져야만 정상적인 생산·판매 흐름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