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韓·中 GI 반덤핑 조사 착수…연 35만 톤 수출길 ‘빨간불’

- 자동차용 GA 제외...가전·건자재 시장 겨냥한 듯 - 日, GI 내수 150만 톤 시장…韓 점유율 23% 주장 - GI 수입 늘어날 수밖에...日 철강사, 고부가 강종 집중 - 한국산 덤핑율 10~20% 주장...장기 거래망 상실 우려

2025-08-15     박현욱 선임기자

일본 정부가 한국과 중국산 용융아연도금강판(GI)에 대해 반덤핑(AD) 조사를 공식 개시했다.

지난 13일 일본 재무성과 경제산업성은 공동 발표를 통해 일본제철(NSC), 닛테쓰강판, 고베제강소, 요도가와제강소 등 4개사가 지난 4월 말 제출한 과세 신청에 따라 조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지난 7월 일본 정부가 중국산 스테인리스 냉연강판 조사 개시 이후 불과 한 달 만에 한국과 중국산 GI가 새롭게 타깃이 된 것이다.

이를 두고, 국내 철강업계에서는 “국제 철강 무역 긴장 속 일본의 적극적인 통상 방어 움직임”이라는 평가와 함께 일각에서는 “한국과의 열연 제소 공방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 짙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가전·건자재용만 겨냥…車 강판은 보호
조사 품목은 HS코드 7210.49, 7212.30에 해당하는 비합금강 평압연 제품의 용융아연도금강판으로, 주로 가드레일·건축자재·가전 부품 등에 사용된다. 다만 자동차 외판용으로 주로 쓰이는 합금화 용융아연도금강판(GA)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GA 강종이 빠진 것은 일본 완성차업계를 보호하고, 자국 내 범용 건자재·가전용 GI 시장만 겨냥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를 두고 국내 업계에서는 한국산 GA 강종의 가격 경쟁력 등을 고려할 때, 일본 철강업계와 완성차업계의 이해관계 보호가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주요 일본 완성차업체의 반발을 의식한 결정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중국이 주 타깃?...한국도 피해 불가피
일본 재무성 고시에 따르면 신청인 측은 한국산 제품의 덤핑 마진이 약 10~20%, 중국산은 30~40%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업계에서는 “마진율만 놓고 보면 중국이 주 타깃이지만, 한국이 함께 포함된 만큼 국내 수출업체 피해도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10%대 관세라면, 그나마 대응 여지가 있지만, 만약 20%대 관세가가 확정되면 수출이 어렵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한국산 GI는 일본 건자재, 컬러강판, 가전 등 범용 시장에서 장기간 거래 네트워크를 구축해왔다. 그러나 고율의 덤핑관세가 부과될 경우 수출 단가 인상과 물량 축소로 이어져 이러한 네트워크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용은 제외됐지만, 가격 경쟁력 상실과 물량 감소는 피하기 어렵다”면서, “건자재 시장 비중이 큰 단압 업체의 경우 장기 고객사 유지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본철강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GI 수입 평균가격(CIF)은 톤당 12만 7,700엔으로 전년 대비 2,300엔 상승했지만, 여전히 국산 대비 낮았다.

일본의 GI 수입은 2013년까지 약 30만 톤 수준에 머물렀으나, 2014년 이후 일본 철강사들이 고내식성·도장용 강판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집중하며 저수익 GI 생산을 축소한 영향으로 범용품 시장에서 수입품이 빠르게 정착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GI 수입 최고치...韓 수입 점유율 50%
일본 재무성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GI 수입량은 전년 대비 1.3% 증가한 71만 9,526톤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참고로 합금아연도금강판(GA) 수입량도 43만 8,716톤으로 전년 대비 20% 늘었다.

국가별로는 한국이 35만 8,093톤(전년比 +7%)으로 최대 공급국이었고, 이어 중국 30만 4,657톤(–3.7%), 대만 7만 4,427톤(–2.7%) 순이었다. 이번 조사 대상인 GI의 일본 내 연간 수요는 약 150만 톤으로 추정되며, 한국·중국산 합산 점유율은 40%를 넘어선다.

아울러 업계 추산에 따르면 일본향 한국산 GI 수출 물량 약 35만 톤 가운데 포스코가 15만~17만 톤, 동국씨엠·KG스틸·현대제철의 합산 물량은 10만~13만 톤으로 추정된다.

한국철강협회 수출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일본향 GI 수출량은 2024년 33만 9,167톤으로, 2020년 26만 2,000톤에서 꾸준히 증가했다. 다만 일본과 한국 간 HS코드 분류 방식이 달라 통계상 집계 강종에는 일부 차이가 있다.

자료: 한국철강협회

반덤핑 조사 속도전 가능성...업계, 잠정조치 촉각
일본 법령상 반덤핑(AD) 조사는 원칙적으로 1년 이내 결론을 내려야 하지만, 과거 용융아연도금 철선 조사처럼 1년 6개월가량 소요된 사례도 있다. 그러나 이번 건은 정치적 민감성이 크고 피해를 주장하는 일본 업체들의 압박이 거세, 잠정조치 발동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가 1년 내 결론을 내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조사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편, 포스코는 일본의 GI 반덤핑 조치와 관련해 글로벌 가전사를 비롯한 고객사의 원활한 소재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는 일본 정부의 조사 절차를 존중하며, 관련 법령과 국제 규범에 따라 성실히 대응할 예정”이라며 “자사 제품이 일본 산업에 실질적인 피해를 주지 않았음을 객관적 자료를 통해 적극 소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일본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 질서를 준수해 왔으며, 한일 양국 간 상호 신뢰와 협력 관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관련 기관 및 업계와 긴밀히 협조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