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의 세계 철강업계⑩ 기회의 땅이자 도전의 무대 ‘인니’

- 세계 4위 인구·풍부한 자원 속 동남아 최대 잠재력 - 니켈 세계 1위로 STS, 페로합금 중심의 수출 구조 - 자바·술라웨시 양대 축...연 조강 생산능력 1,900만 톤 - 해외 자본 합작 활발, 포스코·청산·덕룡 등 대규모 투자 - 인프라·제도 리스크 여전...‘잠재력’과 ‘불확실성’ 공존

2025-08-12     박현욱 선임기자

글로벌 철강산업이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탄소중립 실현, 공급망 재편, 보호무역 강화 등 복합적인 변화 속에서 각국은 생산체제를 신속히 재정비하며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이에 본지는 미국, 중국, 일본, 인도, 베트남, 튀르키예, 대만, 러시아, 브라질에 이어 이번 10부에서는 ‘인도네시아’ 철강산업을 조명한다.

세계철강협회(WSA)에 따르면, 2024년 인도네시아 조강 생산량은 1,700만 톤으로 세계 14위를 기록했다. 이는 15위 멕시코(1,370만 톤)를 웃돌지만, 13위 대만(1,910만 톤)보다는 적은 수준이다.

인도네시아는 풍부한 천연자원과 젊은 노동력, 성장하는 중산층, 인구 규모를 바탕으로 해외 철강기업들 사이에서 ‘기회의 땅’으로 불린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철강 시장 규모는 약 125억 8,762만 달러로 추정되며, 2033년에는 165억 8,252만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2025~2033년 연평균 성장률(CAGR)은 3.11%로 예상된다. 특히, 정부의 누산타라(Nusantara) 신수도 건설과 도시화에 따른 대규모 인프라 개발이 철강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

여기에 약 2억 8,000만 명에 달하는 세계 4위 규모의 인구로 인한 내수 수요, 자동차·제조업 확장에 따른 고품질 강재 수요 증가가 더해지고 있다. 또한 수입 대체, 국산 자재 사용 의무, 투자 인센티브 등 정부 정책이 국내 생산 기반을 강화하며, 인도네시아를 동남아 주요 철강 허브로 부상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위험요인도 적지 않다. 인도네시아는 1만 7,000여 개 섬으로 이뤄져 있어 도로·철도·전기 등 물류·에너지 인프라가 부족하고, 지진·쓰나미 등 자연재해에도 취약하다. 광업 부문의 환경 관리 실적 부진은 전기차 등 친환경 산업 투자에 걸림돌로 작용하며, 법률·규제의 불확실성, 경제적 민족주의, 무역 보호주의, 기득권 구조 등도 복합적인 리스크를 형성한다. 부패척결위원회(KPK) 권한 제한, 지적재산권 보호 미비, 에너지·광업 분야의 외국인 투자 장벽 역시 안정적인 투자 환경 조성을 어렵게 한다.

전반적으로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에서 철강 수요 성장성이 높은 시장 중 하나지만, 정책·제도·인프라 측면에서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투자자에게는 ‘높은 잠재력’과 ‘높은 리스크’가 공존하는 무대다.

조강 생산능력 1,000만 톤 넘는 대형 철강사는 '아직'
/ 해외 자본과 합작으로 생산 능력 확장...수출은 STS·페로합금·반제품 중심

현재 인도네시아의 조강 생산능력은 약 1,800만~1,900만 톤 수준으로 추정되며, 이 중 고로 기반 생산은 약 1,000만~1,100만 톤, 전기로 기반은 약 800만~900만 톤에 달한다. 전체 조강 생산능력 중 고로 비중은 절반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인도네시아 내에서 연간 조강 생산능력이 1,000만 톤을 넘는 대형 철강사는 아직 없다. 인도네시아에는 아직 연간 조강 생산능력이 1,000만 톤을 넘는 대형 철강사가 없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정책 지원과 외국인 투자를 바탕으로 생산능력 확대와 산업 구조 개선을 추진하고 있으며, 현재 한국의 포스코, 중국 바오우, 청산, 덕룡 등 해외 자본과의 합작을 통해 대규모 설비 확충이 진행되고 있다.

내수 부문에서는 신수도 건설과 도로·항만·철도 등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가 건설용 강재 수요를 키우고 있다. 자동차·조선·가전 등 제조업 성장 역시 냉연강판·도금강판 수요를 뒷받침한다. 정부는 SNI(국가표준) 인증 강화, 수입쿼터, 관세 부과 등을 통해 수입산 철강 유입을 제한하고 현지 생산 확대를 장려하고 있다.

수출에서는 페로합금이 4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이어 스테인리스 강판(24%), 주괴 및 반제품(14.6%) 순이다. 이러한 구조는 인도네시아의 자원·설비·산업 여건에서 비롯된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니켈 생산국으로, 스테인리스강 제조에 필수적인 원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중국 칭산과 바오우 등은 술라웨시 모로왈리(Morowali) 산업단지에 스테인리스 일관 생산라인을 구축해 대량 수출 체제를 마련했다.

페로합금은 스테인리스강·특수강 생산 전 단계에 필요한 페로니켈·페로크롬을 대규모 제련시설에서 생산해 중국, 대만, 인도 등에 공급한다. 가공도가 낮아 투자 부담이 적고, 글로벌 수요가 비교적 안정적이다.

슬래브·빌릿 등 반제품 수출 비중이 높은 것도 특징이다. 제철·제강 설비에 비해 압연·가공 설비가 부족해 주괴 상태로 수출하는 경우가 많으며, 해외에서 이를 최종 제품으로 가공해 재수출하는 구조가 정착돼 있다.

인도네시아 내 10여 개 제철소 운영
/ 자바 중심 고로·니켈 광산 연계 생산
인도네시아 전역에는 현재 10여 곳의 주요 제철소가 가동 중이다. 이 가운데 규모 있는 제철소만 추려보면, 고로 기반 제철소가 4곳, 고로/전기로 복합 설비를 갖춘 제철소가 1곳, 전기로 기반 제철소가 5곳 정도가 꼽힌다. 제철소마다 원료 확보 및 수출 물류 편의성을 위해 주로 연안 산업단지와 항만 인근에 입지해 있다.

■ 자바 – 인도네시아 철강 산업의 중심지
자바섬은 인도네시아 철강 산업의 중심지로, 총 5곳의 제철소가 위치한다. 고로 제철소 2곳, 고로/전기로 제철소 1곳, 전기로 제철소 2곳으로 구성돼 있다.

서부의 반텐(Banten)에는 크라카타우 포스코(Krakatau Posco)의 고로 일관 제철소 1곳과, PT Gunung Raja Paksi의 고로/전기로 복합 설비 1곳이 운영 중이다. 칠레곤(Cilegon) 항만과 인접해 원료 수입·제품 수출이 용이하다.

수도권에 위치한 자카르타(Jakarta)에는 전기로 기반 제철소 2곳이 있으며, 주로 건설재·봉형강을 생산하며, 도시 재개발 및 인프라 수요를 지원한다.

서부자바(West Java) 지역에는 PT Krakatau Steel의 자회사 제철소가 있으며, 고로 기반으로 슬래브·열연을 생산하며, 서부 자바 산업벨트와 항만을 연결하는 물류 네트워크를 활용해 내수와 수출을 병행한다.

■ 칼리만탄 – 석탄 자원 인근의 고로 거점
남칼리만탄(South Kalimantan)에는 PT Meratus Jaya Iron & Steel의 고로 기반 제철소 1곳이 운영된다. 이 지역은 인도네시아 대표 석탄 생산지로, 원료 수송과 에너지 공급이 용이해 제철 공정 운영에 유리하다.

참고로 남칼리만탄은 인도네시아 최대 석탄 생산지로, 국가 석탄 생산량의 약 80%를 자치며, Adaro Energy 등 주요 채굴업체들이 생산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 술라웨시 – 니켈 광산 기반 STS 특화
중부 술라웨시(Central Sulawesi)는 니켈 자원이 풍부한 지역으로, 중국 청산그룹 계열의 고로 기반 제철소 1곳과 함께 스테인리스 특화 전기로 제철소 3곳이 자리잡고 있다. 모로왈리(Morowali)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스테인리스 및 합금철 생산 역량을 확충하고 있다.

특히, 술라웨시는 인도네시아 최대 니켈 매장지이자 세계적인 니켈 생산 허브다. 북술라웨시, 중술라웨시, 남동술라웨시 전역에 걸쳐 다수의 니켈 채굴·제련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으며, 대규모 산업단지에서는 페로니켈·니켈선철(NPI)과 함께 배터리용 전구체 원료인 니켈 매트와 MHP까지 생산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최대 철강사 ‘크라카타우 스틸’
/ 연간 600만 톤 규모...해외 합작으로 경쟁력 강화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기업 Krakatau Steel(Persero) Tbk는 인도네시아 최대 규모의 제철사로, 연간 약 600만 톤(크라카타우 포스코 포함) 수준의 조강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본사는 자바섬 반텐(Banten) 주 칠레곤(Cilegon)에 있으며, 고로와 전기로를 모두 갖춘 일관제철 체계를 운영한다.

주력 생산 품목은 슬래브, 열연·냉연 강판, 도금강판, 봉형강, 와이어로드 등 판재류와 봉형강을 아우른다. 특히 자동차용 고급 도금강판 시장 진출을 위해 일본 NSSMC와 합작한 Krakatau Nippon Steel Sumikin(KNSS)을 통해 연간 50만 톤 규모의 도금강판 생산라인을 가동 중이다.

아울러 유틸리티(전력·수자원), 인프라(항만·산업단지), EPC(엔지니어링·조달·시공), IT·의료서비스 등 틸트·플랜트·서비스 분야까지 수직계열화된 사업 구조를 바탕으로, 철강 중심의 종합 그룹으로 확장 중이다.

동남아 최초의 일관제철소 ‘크라카타우 포스코’
/ 조강 생산 300만 톤 → 600만 톤 확장 추진
크라카타우 포스코는(PT Krakatau-Posco)는 한국의 포스코(POSCO)와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업체 크라카타우 스틸(PT Krakatau Steel)이 2010년 50대 50 지분으로 설립한 합작사로, 인도네시아 자바섬 칠레곤(Cilegon)에 위치한 동남아 최초 고로-전로 기반의 통합제철소다

합작 초기부터 포스코의 고로 운영 노하우와 크라카타우 스틸의 현지 인프라·유통망을 결합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했다. 현재 연간 약 300만 톤의 조강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열연과 후판을 각각 150만 톤씩 생산할 수 있다.

최근에는 해양용 고강도 강재를 중심으로 조선·해양 에너지 구조물 분야에서 꾸준히 수주를 확대하며, 국내외 프로젝트에 납품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는 300만 톤 규모의 고로 1기가 가동 중이지만, 양사는 향후 5년간 약 35억 달러를 공동 투자해 제2고로와 냉연공장을 신설, 연간 조강 생산능력을 600만 톤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의 신흥 철강 강자 ‘덱신스틸’
/ 연 700만 톤 체제 도약…장기 목표 1,400만 톤
덱신스틸(PT Dexin Steel Indonesia)은 중국 덕룡철강그룹(Delong Steel Group), 청산그룹(Tsingshan Holding Group), 인도네시아 IMIP(Indonesia Morowali Industrial Park), 일본 한와(Hanwa)가 합작 투자해 2020년 설립한 인도네시아의 신흥 철강 강자다.

본사는 중부 술라웨시 주 모로왈리(Morowali) 산업단지에 위치하며, 2기의 고로를 기반으로 현재 연간 약 300만~400만 톤의 조강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주력 제품은 슬래브, 빌릿, 철근, 선재, 와이어로드 등이며, 최근에는 봉형강류 중심에서 판재류·반제품 생산으로 제품 구조를 전환하고 있다.

현재 세 번째 고로를 건설 중이며, 완공 시 전체 조강 생산능력은 연간 600만~700만 톤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장기적으로는 제4고로 부지 확보 후 연간 1,400만 톤 조강, 2,000만 톤 철강 생산 체제로의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남아 최대 스테인리스 거점 ‘ITSS’
/ 연간 300만 톤 규모...저비용·수직계열화 체제
인도네시아 칭산스테인리스스틸(PT Indonesia Tsingshan Stainless Steel, ITSS)는 중국 칭산홀딩그룹(Tsingshan Holding Group)이 지분 50%를 보유한 합작 법인으로, 동남아 최대 스테인리스 제철소 중 하나다.

ITSS는 인도네시아 최대 니켈 매장지인 중부 술라웨시 모로왈리(Morowali)에 자리 잡았으며, 연간 약 300만 톤의 조강 생산 능력을 갖춘 것으로 추정된다. 모로왈리 산업단지(IMIP) 내에 니켈-크롬철(NPI) 제련부터 스테인리스 슬래브, 열연·냉연 판재까지 이어지는 완전한 수직계열화 생산체계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전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저비용 스테인리스 제조 기반을 확보, 글로벌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주요 제품은 스테인리스 슬래브, 열연·냉연 등이며, 생산된 제품은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중국, 유럽, 인도 등으로 공급되며, 글로벌 니켈 및 스테인리스 시장의 공급 구조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 덕룡&샤먼 STS 합작사 ‘OSS’
/ 연간 조강능력 250만 톤...중국 일대일로 사업 일환

옵시디안 스테인리스스틸(PT Obsidian Stainless Steel, OSS)는 2017년 중국 샤먼샹위그룹(Xiangyu Group)과 덕룡철강그룹(Delong Steel Group)의 합작 설립한 일관 스테인리스 제철소다.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동부 모로시(Morosi) 지역에 위치하며, 연간 약 150만~200만 톤의 스테인리스 조강 생산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주력 제품은 304계 스테인리스강이며, AOD(Ar-Oxygen Decarburization) 기술을 적용해 고품질 스테인리스 강재 생산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고급 스테인리스 소재 시장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전문 생산 역량을 갖췄다.

제철소 외에도 화력발전소, 다목적 터미널, 항만 접근도로 등 인프라를 포함한 수직계열화 체계를 갖췄으며, 이 프로젝트는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이자 인도네시아 정부 지정 국가 전략 프로젝트다.

‘GCNS’ 니켈·스테인리스 강소기업
/ 니켈 제련·압연 일관 체계...주력은 304계 슬래브·열연
인도네시아 광칭스테인리스스틸(PT Indonesia Guang Ching Nickel and Stainless Steel Industry, GCNS)은 페로니켈 제련과 스테인리스 제철을 함께 운영하는 복합 생산기업으로, 연간 약 60만~100만 톤의 스테인리스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GCNS는 중국 광신그룹(Guangdong Guangxin Holdings Group), 일본 한와그룹(Hanwa Corporation) 그리고 인도네시아·홍콩계 기업이 공동 참여한 합작사다. 모로왈리 지역의 풍부한 니켈 자원과 IMIP의 집적화된 인프라를 기반으로 인도네시아 스테인리스 산업의 핵심 거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주요 제품은 304계 스테인리스 슬래브와 열연으로, 건축·산업 자재, 주방기기, 압력용기 등 다양한 용도에 공급된다. 또한 유럽 압력용기 지침(PED)과 독일 AD2000 규격 인증을 재취득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제품 경쟁력을 강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