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CBAM의 최근 동향] 탄소배출권 거래제 논의 추이와 CBAM의 본격 적용 내용 ①

- CBAM은 탄소누출을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자국산업 보호주의 정책 - 최근 50톤 이상의 수입량에 대해서 적용되는 것으로 확정

2025-08-06     한성호 자문위원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는 유럽연합이 유럽내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탄소누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해낸 제도이다. 즉, 유럽에서 탄소배출권 거래제(EU ETS)를 통해 탄소배출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유럽내 기업이 비유럽 지역으로 생산 거점을 이전하거나 비유럽지역으로부터 수입이 늘어나는 현상을 막기 위한 일종의 유럽 산업 보호책이자 무역 보호주의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탄소누출(Carbon Leakage) : 한 국가나 지역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엄격한 환경규제를 시행할 경우, 기업들이 생산비 상승을 피하기 위해 환경규제가 느슨한 다른 국가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거나, 해당 지역으로부터의 수입이 증가하여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나는 현상

이번 이슈에서는 CBAM의 최근 동향에 대해 3회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이번호에서는 EU 탄소배출권 거래제도의 추이와 함께 CBAM의 도입과 2026년 1월부터의 본격 적용 내용에 대해 다루고, 다음 호에서는 주요국의 EU CBAM 본격 적용에 대한 각국의 대응 동향을 살펴보며, 3호에서는 우리나라에서의 대응 동향 및 방향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1. EU ETS의 추이

EU는 2005년에 세계 최초로 탄소배출권 거래제도(ETS, European Union Emissions Trading System)를 시행하였다. 이 제도는 기업별로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배출권)을 정해두고, 실제 배출량이 허용량을 초과하면 초과분을 시장에서 구매해야 하며, 반대로 여유분이 있으면 이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총량 설정 및 거래(Cap and Trade)* 방식으로 시작되었다.

총량 설정 및 거래(Cap and Trade)와 무상배출권(Free Allocation) : 두 개념은 탄소배출권 거래제도(ETS)의 핵심 구성 요소이고, 이 둘은 탄소배출을 규제하고 감축을 유도하는 수단이지만 다른 개념임.  총량 설정 및 거래(Cap and Trade)는 시스템을 의미하여 나라 전체 혹은 산업 전체에서 배출할 수 있는 총량(Cap)을 정하고, 기업들은 그 안에서 배출권을 사고팔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의미. 무상배출권은 그 배출권을 기업에게 어떻게 나눠줄지에 대한 한 방식으로, 경매로 사게하거나 혹은 무상으로 배출권을 주는 방식을 적용

EU는 2005년 ETS를 처음 도입할 당시, 시장 기반 제도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던 기업들과 제도 수용성을 고려해 배출권의 거의 전량을 무상으로 배분하였다(무상배출권, Free Allocation). 이 초기 단계(1단계, 2005~2007)에서는 각국이 자국 상황에 따라 배출권을 설정·분배했는데, 많은 경우 실제 배출량보다 무상배출권이 과도하게 할당되어 배출권 과잉과 탄소 배출권 가격의 폭락이 발생하였고, 감축 유인이 약화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2단계(2008~2012)에서는 2005년 발효된 교토의정서의 감축 목표(해당 기간 동안 1990년 대비 평균 8% 감축)를 반영하였으나, 여전히 대부분의 배출권이 무상으로 할당되었다. 각국의 자율성이 유지되면서 국가 간 할당 기준의 불균형과 복잡성은 여전했고, 이 시기에도 시장에서의 배출권 공급 과잉 문제는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3단계(2013~2020)에 들어서면서 EU는 국가별 할당제에서 벗어나 단일한 EU 차원의 총량(Cap)을 설정하고, 전력 부문에는 배출권을 원칙적으로 전량 경매(유상할당)하도록 제도를 개편하였다. 이와 함께 철강 등 산업 부문에 대해서는 탄소누출 우려 여부를 기준으로 차등적인 무상할당이 이루어졌다. 즉, 에너지 다소비·수출 중심 산업(예: 철강, 시멘트 등)은 무상할당을 유지하고, 그렇지 않은 부문은 유상 경매로 전환한 것이다. 무상할당은 제품 단위당 배출량(벤치마크)을 기준으로 설정되었고, 이 벤치마크는 EU 내 상위 10%의 에너지 효율을 기준으로 삼아 고효율 설비를 장려하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4단계(2021~2030)에 들어서면서 EU ETS는 ‘탄소중립 2050’과 ‘Fit for 55(2030년까지 55% 감축)’ 정책 목표에 맞춰 더욱 엄격해졌다. 이 기간에는 산업 부문에 대한 무상할당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으나, 매년 감축되는 보정계수(correction factor)가 적용되어 총량은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또한 벤치마크는 기술 발전을 반영해 일정 주기마다 강화되고 있으며, 비효율적인 설비를 사용하는 기업은 무상할당량이 대폭 줄어드는 구조로 이루어졌다.

EU ETS 단계별 특징

 관련 자료로부터 작성

EU ETS(유럽연합 배출권거래제도)가 시행된 이후, 철강 산업에서 실질적인 탄소배출권 거래가 이루어져 왔다. ETS의 기본 구조에 따라 철강 기업들은 일정 수준의 무상할당 배출권을 부여받지만, 실제 생산 과정에서의 배출량이 이를 초과할 경우, 시장에서 추가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반대로 초과분이 남을 경우 이를 거래를 통해 현금화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ArcelorMittal과 Thyssenkrupp, Salzgitter와 같은 유럽의 대형 철강기업들은 ETS 3단계(2013~2020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무상할당량 초과 배출이 빈번해지면서 수백만 톤 규모의 배출권을 매년 시장에서 구매해왔다. 특히 2018년 이후 탄소가격이 급등하면서, 이러한 거래 비용은 기업의 원가 구조에 큰 영향을 미쳤다.

ArcelorMittal은 연간 약 45백만 톤 규모의 배출권을 추가 구매한 바 있으며, Salzgitter는 전통 고로 공정을 수소 기반 환원공정으로 전환하는 ‘SALCOS 프로젝트’를 통해 장기적으로 배출권 구매 부담을 줄이는 전략을 추진하였다. 유럽환경청(EEA)이 제공하는 ETS 데이터 뷰어에 따르면, 2022년 기준 EU 철강 산업의 탄소 배출량은 약 1억 3,200만 톤에 달했으며, 같은 해 무상으로 할당된 배출권은 약 1억 700만 톤 수준이었다. 이는 약 2,500만 톤의 탄소배출권이 시장에서 실거래로 보충되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철강 부문은 단순히 제도상의 대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매입·매도 거래가 이루어지는 ETS 시장의 주요 거래 주체로 작동하고 있다.

탄소가격이 급등하던 2021~2023년 사이에는 배출권 가격이 톤당 90~100유로에 달하면서, 거래비용이 더욱 커졌고, 기업들은 생산량 조정이나 고로 폐쇄 등 물리적 대응과 함께 선물시장 참여를 통한 헷징 전략, 감축 투자 확대 등으로 리스크를 분산시키고 있다. 특히 SSAB와 같은 일부 북유럽 철강사는 수소 기반 무탄소 철강 생산 프로젝트를 적극 도입하여 배출권 의존도 자체를 줄이려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EU ETS가 실행된 지난 20년 동안 유럽 철강 산업은 제도에 따라 실제 배출권을 거래하며 현실적 비용 부담과 감축 유인을 동시에 체험해온 대표 산업이다.

 EU ETS 시행 기간의 탄소가격 추이

ICAP(International Carbon Action Partnership)

2. CBAM의 도입과 2026년 1월부터의 본격 적용 내용

(1) CBAM 도입과 전환기 적용

CBAM의 논의는 2019년 12월, 유럽연합이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을 발표하면서 본격화되었다. EU는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목표로 한 기후·에너지 정책 전환을 선언하면서, 기후정책의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 수입품에도 EU ETS(배출권거래제도)와 유사한 탄소비용을 부과하는 방안을 구상하였다.

이후 2020년, CBAM이 유럽집행위원회의 공식 정책 문서에 포함되면서 제도 도입을 위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2021년 7월, ‘Fit for 55’ 정책 패키지의 일환으로 CBAM에 대한 입법 제안안이 발표되었다. 이 제안안은 철강, 시멘트, 비료, 알루미늄, 전력, 수소 등 6개 품목을 초기 적용 대상으로 설정하고, 이들 품목에 대해 EU로 수입 시 해당 제품이 생산된 국가에서 발생한 직접 탄소배출량에 따라 비용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2022년 12월, 유럽의회와 EU 이사회는 CBAM의 세부 사항에 대해 정치적 합의를 이루었고, 2023년 5월, EU CBAM 규정(Regulation (EU) 2023/956)이 공식 채택되며 제도가 법적으로 확정되었다. 이에 따라 CBAM은 2023년 10월 1일부터 전환기간(Preparatory Phase)을 거쳐 점진적으로 시행되기 시작했다.

전환기간 동안, 수입자는 수입 제품의 탄소배출량에 대한 보고 의무만 부담하며, 실제로 탄소비용을 납부할 필요는 없다. 이 보고는 분기마다 이루어지며, 보고 불이행 시에는 일정한 벌칙이 부과될 수 있다. 이 기간은 기업들이 데이터 수집, 보고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준비기간으로, 2025년 12월까지 운영된다.

이 기간중에 철강산업 분야중 실제 보고의 내용을 보면, 예를 들어 독일의 경우 CBAM 보고 의무 기업중 10% 미만, 스웨덴은 약 11%, 그리고 EU 전체로 13,000건이 이루어졌다고 하나 그 자세한 내용은 알기 어렵다. 한편, 벨기에 본사가 소재한 철강 수입업자인 Steelforce Group의 경우, EU CBAM 제도 도입시, CarbonChain 플랫폼을 통해 2024년 1월 31일까지 첫 번째 CBAM 분기 보고서(철강 제품 수입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 포함)를 제출한 사례가 알려져 있다(Carbon Chain, How Steelforce streamlined EU CBAM reporting with CarbonChain. https://www.carbonchain.com/case-study/steelforce-cbam), 그러나 전반적으로 전환 기간 동안 공급업자의 자료 제공, 수입업자의 배출량 계산 등의 실제로 잘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대해 독일기계공업협회(VDMA, Verband Deutscher Maschinen- und Anlagenbau)는 "공급업체가 데이터를 수집하지 않거나 제공을 거부하기 때문에 실제 데이터를 얻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한 바 있다(Customs Manager, CBAM: Challenges and Uncertainty for Businesses. 2024.9.8.)

CBAM 전환기간 적용 주요 내용

관련 자료로부터 작성

(2) CBAM 간소화 개정안 확정과 2026년 본격 적용 내용

그러나 CBAM은 도입 초기부터 중소기업과 소규모 수입업자에게 과도한 행정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EU 집행위원회는 2025년 2월 옴니버스 패키지’를 발표하였다. 이 패키지는 CBAM뿐만 아니라 여러 지속가능성 관련 규제를 정비하기 위한 조치였으며, 특히 CBAM 관련 조항이 대폭 간소화되는 쪽으로 개정되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CBAM 적용 대상 기준의 단순화였다. 기존에는 수입 물품의 금액 기준(€150 이상)으로 CBAM 적용 여부를 판단했지만, 옴니버스 패키지는 이를 수입 물량 기준(연간 50톤 이상 : 철강만이 아니라 해당 수입업자의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수입량과 합산)으로 변경하였다. 이에 따라 전체 수입업자의 약 90%가 CBAM 의무에서 면제되었으며, 그럼에도 CBAM 대상 품목 전체 탄소배출량의 99% 이상은 여전히 제도 적용 대상에 포함되어 실효성은 유지되었다. 배출량 산정 기준에 있어서 CBAM 기본값* 관련 사용요건을 완화하고, 기본값 결정방식 변경, 검증 면제 요건 등을 설정하였다. 과거에는 기본값 사용 시 실제 측정 데이터보다 불리하게 설정되어 있어 비용 부담이 컸지만, 옴니버스 패키지는 기본값 사용에 대한 선택권을 넓히고 사용 이유에 대한 특별한 설명 없이도, 실제 데이터 또는 기본값 중 자유롭게 선택 가능하도록 변경했다. 옴니버스 패키지 이전에는 기본값을 사용하더라도 제3자 인증(verifier)에 의한 검증이 필수였으나, 여기에서는 EU가 제공한 기본값을 활용한 보고에 대해서는 검증을 면제하도록 명문화하였다.

※ 수입자가 정확한 실제 배출 데이터(real data)를 확보하지 못했을 경우 사용할 수 있는 추정값 또는 보정된 평균값을 의미

또한 기업의 보고 및 인증서 제출 기한도 기존 매년 5월 말에서 8월 말까지로 3개월 연장되었고, 인증서 사전 구매 의무 비율도 기존 분기별 80%에서 50%로 축소되었다. 이는 기업의 자금 부담과 행정처리를 고려한 조치였다. 이와 함께 수입품의 탄소비용 감면 기준도 확대되어, 해당 제품이 생산된 제3국에서 탄소비용이 부과된 경우에도 그 비용을 EU 인증서 구매량에서 차감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되었다. 탄소비용 산정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EU 집행위가 설정한 기본(default) 배출량 기준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여 현실적 운용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재정적 의무 단계를 2026년에서 2027년으로 연기하여 기업이 CBAM 인증서 구매를 완전히 이행할 수 있도록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1년 더 확보하는 방안이 제안되었다.

이와 같은 CBAM 개정 내용은 2025년 5월 22일 유럽의회에서 최종 승인되었으며, 유럽이사회(Council)와의 절차적 협상을 거쳐 연말까지 정식 법령 발효가 예상되고 있다. 이로써 CBAM은 2026년 정식 시행을 앞두고 보다 단순하고, 현실 적용성이 높아진 체계로 재편되고 있으며, 향후 무상할당의 단계적 폐지(2026~2034년)와도 긴밀하게 연계될 것이다.

무상할당 폐지 전망

International Carbon Action Partnership(2023.5), EU adopts landmark ETS reforms and new policies to meet 2030 target

2026년 1월부터는 정식 시행 단계에 들어서게 되며, 이때부터는 수입자에게 CBAM 인증서 구매 및 제출 의무가 부과된다. 인증서 가격은 EU ETS에서 거래되는 평균 배출권 가격을 기반으로 산정되며, 수입국에서 이미 탄소세나 배출권 구매 등으로 탄소비용을 부담한 경우에는 그만큼 차감된다. 아울러 CBAM 적용 품목에 대해서는 기존의 EU ETS 내 무상할당이 2026년부터 점진적으로 축소되며, 2034년까지 전면 폐지될 예정이다. 이는 CBAM이 단순한 무역조치가 아니라 EU ETS 개혁의 일환으로 설계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2026년 초에는 CBAM의 범위를 다운스트림 제품으로 확대하는 등 몇가지 새로운 입법안이 제출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더 광범위한 철강 기반 제품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