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동률에 발목 잡힌 철스크랩 공급사, 매입가 인상에도 ‘출혈 경쟁'
- 발생량 부족에 고정비 부담까지···수익보다 생존 위한 경쟁 격화 - 감산하는 제강사, 버티는 공급사···엇갈린 전략 속 생존 압박 심화
제강사들의 매입가격 인상 소식에도 불구하고 철스크랩 시장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공급업체들이 오히려 손실을 줄이기 위해 출혈 경쟁을 벌이며, 설비 가동률 유지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강사들이 수요 부진에 대응해 감산에 나선 것과는 상반된 움직임이다.
발생량 저조 속 ‘모재 확보 전쟁’
업계에 따르면, 제강사들이 가격을 올리기 이전부터 스크랩 발생량이 예년보다 크게 줄어든 상황이 이어졌다. 이로 인해 공급업체들은 이미 모재 확보 경쟁에 돌입했으며, 가격 인상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 공급사 관계자는 “사실상 노마진에 가까운 수준”으로 “이익을 남기는 경쟁이 아니라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싸움과 다름없다”고 토로했다.
과잉 투자 직격탄… 가동률 하락이 더 큰 부담
최근 몇 년간 철스크랩이 탄소중립 시대의 자원으로 주목받으면서 많은 업체가 설비를 확충하고 인력을 충원했다. 그러나 수요 둔화가 심화되면서 정작 제강사들은 감산에 들어갔고, 공급사만 몸집만 커진 상황이 됐다.
특히 지난해 이후 설비 투자를 단행했던 공급업체들은 가동률이 떨어지면 고정비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모재 확보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공급 현장에서는 “제강사는 감산으로 원가를 줄이지만, 우리는 가동률을 낮추면 오히려 손해가 더 커진다”는 말이 흔히 들린다. 사실상 공급사들의 원가 싸움이 치열한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공급사·제강사 전략의 ‘엇갈림’
이 같은 상황은 공급단과 제강단의 전략을 완전히 갈라놓고 있다. 제강사들이 수요 부진에 대응해 조업을 줄이는 동안, 공급사들은 오히려 출혈을 감수하며 가동률을 지키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이 과정에서 스크랩 발생량이 평년보다 줄어든 상태에서 스크랩 확보 경쟁이 심화되면서 실질적인 수급 타이트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제강사들이 소폭 가격을 올린다 해도 물량 유인이 충분치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단순히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공급사의 손익 구조 자체가 크게 훼손된 탓이다. “이 가격으로는 수거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 현장의 공통된 목소리다.
업계에서는 가동률 출혈 경쟁이 장기화되면 일부 업체는 시장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지금은 버티는 자만 살아남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관계자는 “이젠 kg당 몇십 원 오른다고 시장이 살아나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당장의 반등보다도 지속 가능한 수급 구조를 어떻게 다시 짤지에 대한 고민이 더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