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전망-중국] 감산 기대에 올랐던 철강價, 다시 고개 숙이나

- 정책 기대감에 올랐던 철강價, 정치국 회의 이후 심리 급랭 - ‘저가’·‘부동산’ 빠진 당국 메시지에 시장심리 흔들 - 제조업·건설업 PMI 모두 경기 위축 국면…수요 부진 지속

2025-08-05     김은주 기자

지난달 중국 철강시장은 감산 기대감으로 이례적인 반등세를 보였다. 하지만 8월 들어서는 정부 정책에 대한 실망감과 수요 둔화가 맞물리며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품목별로 수급 현황과 정책 신호에 따라 차별화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감산 기대 꺾인 8월, 가격 하락 불가피 

지난 한 달간 상하이 지역 기준으로 가장 크게 오른 품목은 냉연이다. 냉연은 한 달 새 10% 넘게 올랐고, 이어 철근은 8%, H형강과 선재·열연은 7% 이상 뛰었다. 중후판은 5%, 아연도금강판은 4%, 컬러강판은 2% 상승했다.

이처럼 주요 품목 전반에서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것은 감산 기대감 때문이다. 7월 초 중국 정부는 철강을 비롯한 주요 산업의 공급과잉으로 인한 과열경쟁을 지적하며, 낙후된 생산설비의 퇴출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7월 말 정치국 회의에서 구체적인 감산 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며 가격 상승에 불을 지폈다.

앞서 지난 3월 양회에서 철강산업 감산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조치를 내놓지 않은터라 정책 가시화에 대한 기대가 한껏 커진 상황이었다. 

중국 상하이 가격 추이

그러나 실제 개최된 정치국 회의는 시장에 실망감을 안겼다. 이번 회의에서 기존 ‘저가 무질서 경쟁 정비’ 표현에서 ‘저가’라는 단어가 빠졌고, ‘질서 있는 퇴출’도 ‘정리’로 완화되었으며, 부동산 관련 언급과 금융정책 신호도 빠지는 등 시장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이에 따라 시장심리가 급격히 냉각되며, 선현물 가격이 단기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 시장에서는 수급 불균형이 심한 품목을 중심으로 가격 조정 압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미진한 수요도 철강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7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3으로 전월 대비 0.4포인트 하락했고, 신규 주문지수(49.4), 수출 주문지수(47.1), 구매량지수(49.5) 모두 경기 위축 구간에 진입했다. 건설업 PMI 역시 신규 주문(42.7), 영업활동(50.6) 등 주요 지표가 일제히 하락했다. 이는 8월 제조업과 건설업 모두 철강 수요가 부진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처럼 수요 부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대대적인 감산이 현실화되지 않는다면, 재고 부담이 점차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품목별 전망은?

품목별로 살펴보면, 철근 등 봉형강류는 과열된 시장 심리가 진정되며 가격 조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급 불균형이 크지 않은 만큼 낙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열연은 비수기 영향으로 수요가 부진한 상황이지만, 철강사 수주량은 비교적 양호해 단기적으로는 가격 인하를 통해 수주에 나설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열연 역시 가격 하락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냉연은 공급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가운데, 수요는 업종별로 엇갈릴 전망이다.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중심의 경쟁 심화와 재고 부담으로 인해 단기적인 철강 수요 감소가 예상된다. 반면, 가전 업계는 백색가전 수주가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전방적인 수요가 비교적 탄탄한 모습을 보이면서 이달 하순 소폭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 자동차 생산·판매 추이(빨간색: 생산량, 파란색: 판매량)

아연도금강판의 경우 타 품목 대비 상승 폭이 크지 않았고 원가 지지력이 점차 강화되며 시장심리가 회복될 가능성이 있어 가격 상승 여력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특수강의 경우 높은 생산량과 낮은 수요가 맞물리며 가격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