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K-스틸법’ 발의…대통령 직속 기구로 韓 철강 국가전략산업 격상
- 여야의원 106명 참여 초당적 법안 "국내 철강산업 생태계 방파제 될 것" - 5년 단위 기본계획·녹색철강특구·핵심기술 지정 등 전방위 지원 - 원산지 규정 강화·고품질 철스크랩 공급망 확대 - 대통령 직속 컨트롤타워 설치로 국가전략산업 위상 격상해야
대한민국 철강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기술 전환을 위한 특별법안(약칭 'K-스틸법')'이 8월 4일 국회에 발의됐다. 어기구·이상휘 의원 등 여야 의원 106명이 공동 발의한 이 법안은 대통령 직속 기구 설치를 핵심 축으로, 탄소중립 전환과 산업 경쟁력 회복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강력한 국가 의지를 담았다.
◼ 제정 배경 “기반산업의 전환 실패는 국가경제 위기”
철강산업은 모든 제조업에 기초소재를 공급하는 국가 기반산업이자, 첨단 모빌리티·수소·재생에너지·우주항공 등 미래 전략산업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그러나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발 공급과잉에 따른 저가 수입재 급증, 미국·EU의 고율 관세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 탄소중립 전환 압박 등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
2023년 철강 부문 온실가스 배출 비중은 국내 전체의 17.8%에 달하며, 탈탄소화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유럽연합·미국·일본 등 주요국이 이미 보조금, 세액공제, 규제 완화 등 자국 철강업 지원책을 확대하는 가운데, 한국도 국가 차원의 종합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K-스틸법의 주요 내용은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시행 △핵심전략기술 및 녹색철강기술 지정 △녹색철강특구 조성 △고품질 철스크랩 공급망 확대 △원산지 규정 강화 및 불공정 무역행위 대응 등 철강산업 전반에 걸친 다층적인 지원방안을 담고 있다.
◼ 대통령 직속 ‘철강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컨트롤타워 역할 기대
K-스틸 법안의 가장 큰 특징은 대통령 소속의 철강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다. 해당 위원회는 철강산업 관련 주요 정책과 계획을 심의·의결하며, 산업·환경·무역 등 부처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이는 기존 산업통상자원부 중심의 정책 추진 체계에서 한 단계 격상된 것으로, 철강산업을 국가전략산업 수준으로 공식 인정하는 의미를 가진다. 전문가들은 “대통령 직속 기구 설치는 정책 추진 속도와 범부처 협업 체계를 크게 강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대통령 직속 철강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가 제시하는 전략 방향을 실제 정책과 사업으로 구체화하는 핵심 주체가 된다. 특별위원회가 국가 차원의 정책 컨트롤타워라면, 산업부는 이를 현장 중심으로 집행하는 실행 부처로, 관계 부처 협의 및 특별위원회 심의를 통해 녹색철강기술을 선정하고, 이에 대한 개발·설비 도입에 대해 보조금, 융자, 세제 감면 등의 지원을 하게 된다.
◼ 녹색철강특구 지정···지방 철강 도시의 규제 완화
K-스틸법의 핵심 조항 중 하나인 녹색철강특구 제도는 철강산업 밀집 지역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규제 완화·지원 제도다. 포항, 당진, 군산 등 국내 주요 제철·가공 거점 도시가 지정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해당 지역이 특구로 지정되면, 기존에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리던 각종 인허가 절차가 대폭 간소화되고, 일부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 절차가 면제된다. 이와 함께 기반시설 확충, 국유·공유재산 사용료 감면, 세제 혜택 등 실질적인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녹색철강특구의 궁극적인 목표는 탄소저감 기술과 친환경 설비의 신속한 전환이다. 수소환원제철 설비, 고효율 전기로, 탄소포집·저감(CCUS) 설비 등 대규모 친환경 인프라를 도입할 때 발생하는 행정·재정 장벽을 최소화해 기업의 투자 부담을 줄인다. 이를 통해 지역 철강산업의 생산 공정이 기존 고탄소 체제에서 저탄소·무탄소 체제로 빠르게 이동하도록 지원한다.
아울러 특구 지정은 단순한 규제 완화를 넘어 지역경제 활성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특구 내 기업 투자가 확대되면 관련 기자재·부품업체, 물류·서비스업 등 연관 산업의 고용 창출 효과가 발생하고, 탄소중립 기술을 중심으로 한 지역 산업 생태계 재편이 가능해진다. 정부는 특구 지정이 장기적으로 국내 철강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지방 철강 도시가 친환경 산업 중심지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원산지 규정 강화·무역 불공정 대응으로 韓 철강산업 보호
K-스틸법의 원산지 규정 강화 조항은 국내 철강산업을 저가·저품질 수입재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핵심 방어 장치다. 최근 중국과 일부 신흥국발 공급 과잉으로 저가 철강재가 대량 유입되면서,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국내 생산품의 시장 점유율이 위협받고 있다. 특히 일부 수입재는 가공 과정에서 원산지 표시를 불분명하게 하거나 우회 수출 형태로 들어와, 관세·무역 규제를 회피하는 사례도 지적돼 왔다.
법안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수입 철강재의 원산지 판정 기준을 명확히 하고, 부적합 제품의 수입·유통을 적극 차단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품질·환경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저품질 제품이 국내 시장에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것을 막고, 동일 기준 아래에서의 공정 경쟁을 보장한다. 또한 무역구제 조치와 연계해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한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수입 규제 회피 행위를 사전에 차단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친환경 원료 확보 차원에서도 원산지 규정 강화를 연계할 계획이다. 탄소중립 정책 강화로 제품의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 인증과 추적이 중요한 상황에서, 원산지 명확화는 국제 환경 규제 대응에도 직결된다. 장기적으로는 CBAM(탄소국경조정제) 등 글로벌 무역 환경 변화 속에서 한국산 철강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불공정 수입재로 인한 국내 산업 생태계 훼손을 방지하는 기반이 될 전망이다.
또한 정부는 철강 산업의 친환경 원료인 철스크랩의 원활한 공급을 위하여 고품질 철스크랩의 회수·가공 등 기반시설 구축, 철스크랩 품질 등급의 표준화 등에 관한 지원 사업을 실시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지정을 받은 철스크랩 가공 전문기업을 우선하여 지원할 수 있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 "K-스틸법, 산업 생태계 지키는 방파제 될 것"
한국철강협회도 금일 발표된 국회 법안 발의와 관련해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협회는 4일 공식 성명을 통해 "이번 법안 발의는 한국 철강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저탄소 전환을 동시에 가능케 할 제도적 토대를 마련하는 것으로, 철강 업계의 위기 극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협회는 이번 특별법을 통해 철강산업에 대한 정책 지원이 단기적 대응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 비전과 연계된 정책으로 이어지고 산업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작동될 수 있도록 국회, 정부, 철강 업계와 소통하여 적극 협력할 계획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한국철강협회 이경호 상근부회장은 "철강산업의 위기 극복과 녹색철강기술 전환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에 본 특별법안이 국회철강포럼을 중심으로 발의되어 환영하며, 철강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지속가능한 산업 기반 조성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K-스틸법은 단순한 환경 규제 대응책을 넘어 △대통령 직속 기구를 통한 정책 총괄 △탄소중립 기술 전환 △글로벌 공급과잉·저가 수입재 방어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은 종합 전략법으로 정리될 수 있다.
향후 국회 심의 과정에서 지원 범위·예산 규모·특구 지정 기준 등이 조율될 전망이며, 철강업계는 조속한 통과를 통해 국내 철강업이 글로벌 탈탄소 경쟁과 통상 전쟁과 공급과잉 환경 속에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길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