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의 세계 철강업계⑨ 남미 강자 ‘브라질’...상공정에 몰빵
- 슬라브 중심 북미 수출 주력...하공정 부문 경쟁력 취약 - 풍부한 철광석 바탕 낮은 원가...글로벌 철강사들 눈길 - 조강 생산능력은 4,500만 톤, 실생산량은 3,370만 톤 - 1인당 철강 소비는 120kg 수준...발전 가능성도 높아
글로벌 철강산업이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탄소중립 실현, 공급망 재편, 보호무역 강화 등 복합적인 변화 속에서 각국은 생산체제를 신속히 재정비하며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이에 본지는 미국, 중국, 일본, 인도, 베트남, 튀르키예, 대만. 러시아에 이어 이번 9부에서는 남미 최대 철강 생산국 ‘브라질’ 철강산업을 조명한다. 세계철강협회(WSA)에 따르면, 지난해 브라질의 조강 생산량은 3,370만 톤으로 세계 9위를 기록했다.
브라질의 1인당 철강 소비량은 약 120kg 수준으로, 남미 지역 내에서는 가장 높지만, 한국·중국·일본·이탈리아·독일 등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는 다소 낮은 편이다. 이는 브라질 산업의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아울러 브라질은 철강 관련 자원이 풍부한 국가로, 철광석, 니오븀, 니켈, 희토류, 석탄 등 핵심 광물의 매장량이 풍부하다. 실제로 브라질 광업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2~3%를 차지할 정도로 국가경제의 중요한 축이다.
구체적으로 브라질은 철광석 매장량 세계 2위, 나이오븀 1위, 흑연 2위, 망간 3위, 석탄 8위 등 자원 경쟁력이 매우 높다. 특히, 주요 철광석 생산업체로는 발레(Vale)를 비롯해 앵글로 아메리칸(Anglo American), CSN, 사마르코(Samarco Mineracao) 등이 있다.
이처럼 풍부한 자원과 더불어 확립된 산업 인프라, 고품질 자원, 그리고 숙달된 인력, 풍부한 재생 가능 에너지 자원 등을 바탕으로 브라질은 주요 철강 생산국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철강을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이에 아르셀로미탈(ArcelorMittal), 티센크루프(Thyssenkrupp), 발로우렉(Vallourec) 등 글로벌 철강사들도 브라질에 생산 거점을 마련하고 활발히 운영 중이다.
조강 생산능력은 4,500만 톤 수준
/ 전체 생산 능력 중 고로 비중 76%...슬라브가 메인
브라질은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고로 중심의 철강 생산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브라질의 조강 생산능력은 약 4,400만~4,500만 톤 수준으로 추정되며, 이 가운데 고로(BF) 기반 생산이 약 3,300만~3,400만 톤, 전기로(EAF) 기반 생산은 약 1,000만 톤에 달한다. 전체 조강 생산능력 중 고로 비중은 약 76%에 이른다.
브라질은 고품질 철광석과 석탄을 자국 내에서 조달할 수 있어 물류비 절감 효과가 크며, 이로 인해 경쟁국 대비 철강 제품의 가격 경쟁력도 높은 편이다.
브라질의 완제품 및 반제품 철강 생산량은 2015년 이후 연간 3,300만~3,700만 톤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브라질 철강사들은 반제품, 판재류, 봉형강 및 강관을 중심으로 수출하고 있으며, 주요 수출 대상국으로는 미국, 콜롬비아, 캐나다 등이 있다.
특히, 브라질의 철강 수출은 반제품 비중이 높다. 슬라브(Slab) 등 반제품이 전체 수출의 60~7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해양플랜트용 특수강판 등 일부 고급 철강 제품은 국내 생산이 어려워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브라질 내 20여 개 제철소 가동
/ 대서양 연안 인접한 동남부에 제철소 집중
브라질 전역에는 총 20여 곳의 제철소가 가동 중이다. 이 가운데 고로 기반 제철소는 8곳, 고로/전기로 복합 설비를 갖춘 제철소는 6곳, 전기로만 운영되는 제철소는 8곳이다.
브라질의 주요 제철소들은 원료공급 및 제품 유통·수출을 위해 주로 해안가나 대도시 인근에 위치해 있으며, 특히 전체 제철소의 80% 이상이 남동부에 집중돼 있다.
■ 남동부 – 브라질 철강 산업의 심장
동남부는 브라질 철강 산업의 전통적인 거점으로, 고로 제철소 5곳, 고로/전기로 복합 제철소 5곳, 전기로 제철소 8곳 등 총 18곳의 제철소가 이 지역에 입지해 있다. 주요 철광석 산지와 항만, 산업 소비지와 인접한 입지적 장점을 바탕으로 철강 생산과 소비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브라질 최대 광산 도시 미나스제라이스(Minas Gerais)는 브라질 고로 산업의 중심지로, 고로 일관 제철소 3곳, 고로/전기로 제철소 4곳 등 총 7기의 고로 기반 설비가 가동 중이다. 다수의 제철소가 철광석 산지와 연계돼 있다.
브라질 남동부 대서양 연안에 자리한 리우데자네이루(Rio de Janeiro)는 고로 제철소 1곳, 고로/전기로 1곳, 전기로 3곳 등 총 5기의 복합 클러스터가 조성돼 있으며, 남동부 산업벨트의 공급 거점 역할을 한다.
브라질 남반구 최대 도시인 상파울로(São Paulo)는 도심 지역 인근인 만큼, 전기로 기반 제철소 4곳이 분산돼 있으며, 자동차·가전 등 내수 산업 밀집지역을 겨냥한 유연 생산체계를 갖췄다.
남동부 대서양 연안에 위치한 에스피리투 산투(Espírito Santo)에는 고로 제철소 및 전기로 제철소 각각 1곳이 입지해 있으며, 항만 인접성과 산업 연계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
■ 북동부 – 항만 인접 고로 및 전기로 운용
북동부에는 총 3곳의 고로 중심의 일관 제철소가 운영 중이다. 대서양으로 향하는 항만을 통한수입과 수출 물동량을 활용한 전략적 입지를 갖춘 지역이다.
북동부 대서양 연안에 위치한 세아라(Ceará)에는 아르셀로미탈의 일관제철소가 있다. 페셍(Pecém) 산업항과 연계된 수출 지향형 제철소로, 고로 기반 고품질 판재류를 생산하고 있다.
대서양 연안 마라냥(Maranhão)에는 고로 제철소 2곳이 운영 중이다. 이들 설비는 철광석 수급과 항만 접근성 등을 고려한 내수 및 수출 병행형 생산 기지로 기능하고 있다.
■ 북부 – 내수 대응 일관제철소 운용
북부 지역 대서양 연안의 파라(Pará) 주에는 고로/전기로 복합 설비를 갖춘 일관제철소 1곳이 운영되고 있다. 아소 세아렌세(Aço Cearense)가 운영 중인 이 제철소는 고철을 재활용해 철근, 봉형강 등 건설재를 생산하며, 북부 산업 및 인프라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남미 최대 일관제철소 ‘아르셀로미탈 브라질’
/ 연간 조강생산 1,000만 톤 이상… 건설·자동차·산업용 판재 특화
세계 최대 철강그룹 아르셀로미탈(ArcelorMittal)의 브라질 법인인 아르셀로미탈 브라질(ArcelorMittal Brasil S.A)은 남미 최대의 철강사 중 하나로, 연간 약 1,500만 톤 이상의 조강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약 1,000만 톤의 쇳물을 생산한다.
브라질 전국에 걸쳐 광산-제철-압연-가공-유통까지 아우르는 수직계열화를 구축하고 있으며, 고로 기반의 일관제철소와 전기로(EAF)를 함께 운용 중이다.
본사는 벨루오리존치(Belo Horizonte)에 위치해 있으며, 주요 제철소는 조앙모넬레바, 티무테오, 사라멘토, 피라시카바, 주아리즈 등에 분산돼 있다. 슬래브, 빌릿 등 반제품을 비롯해 열연, 냉연도금재 등 판재류 그리고 강관, 철근, 선재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강도강(AHSS), 핫스탬핑강, 전기강판 등 고부가 제품 생산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아르셀로비탈 브라질은 자국 내 북부 광산에서 철광석을 직접 조달하고 있으며, 브라질 내수 수요 외에도 아르헨티나, 칠레, 멕시코, 미국 등 남북미 전역으로의 수출이 활발하며, 유럽 및 아프리카 일부 지역까지 공급망을 넓히고 있다.
‘게르다우’ 남미 최대 전기로 기반 철강 그룹
/ 미국·브라질 중심 연간 1,500만 톤 생산 케파
브라질을 대표하는 철강기업 게르다우(Gerdau S.A.)는 남미 최대의 전기로 기반 철강사로, 브라질과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연간 약 1,500만 톤 규모의 조강을 생산하고 있다.
게르다우는 지난해 총 1,278만 톤의 조강을 생산, 전 세계 철강사 생산량 순위에서 33위를 기록했다. 브라질 내 생산능력은 약 800만~900만 톤으로 추정된다. 북미 시장에서는 Gerdau North America를 통해 연간 600만 톤 이상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게루다우는 봉형강과 특수강 분야에 강점을 갖춘 글로벌 민간 철강기업으로, 주력 제품은 철근·빌릿·H형강 등 건설용 봉형강, 자동차용·산업용 특수강, 기계·가전용 열연·냉연소재, 에너지·수송 인프라용 강관 등이다.
현재 브라질, 미국, 멕시코, 캐나다,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우루과이 등 전 세계 10개국 이상에 40개 이상의 제강 및 압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는 건설·인프라용 철근, H형강, 빌릿, 와이어로드 생산에 있어 북미 1~2위 수준의 공급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브라질에서는 철근·형강·특수강·강관·기초 소재 등 대부분의 철강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브라질 판재류 철강 대표 기업 ‘우시미나스’
/ 고로 기반 자동차·조선용 고급 판재 특화
우시미나스(Usinas Siderúrgicas de Minas Gerais S.A.)는 브라질을 대표하는 판재 전문 철강사로, 연간 약 800만~900만 톤 규모의 조강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실제 조강 생산량은 약 319만 톤으로, 세계 철강사 순위 99위에 올라와 있다.
1962년 설립된 우시미나스는 브라질 산업화와 함께 성장한 철강사로, 브라질 자동차, 조선, 기계 산업에 사용되는 평판재 생산에 특화된 기업이다.
현재는 일본제철(Nippon Steel)이 약 22% 지분을 보유한 전략적 파트너다. 이를 통해 일본의 고급 판재 기술과 품질관리 노하우를 접목,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자동차용 고장력강·초고장력강, 냉연강판, 전기강판 등이 있으며, 내수는 물론 수출시장에도 공급 중이다.
주요 제품은 슬래브, 열연, 냉연·도금강판 등이며, 브라질 내 자동차 산업에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현대차, 폭스바겐, GM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에도 강판을 납품하고 있다. 또한, Usiminas Mecânica(중공업·플랜트 제작), Soluções Usiminas(철강 유통) 등 계열사를 통해 철강 밸류체인 전반을 아우르는 수직계열화된 사업 구조를 운영 중이다.
브라질 철강·광산 복합 그룹 ‘CSN’
/ 주석도금강판 등 고부가 판재 특화
CSN(Companhia Siderúrgica Nacional)은 연간 약 600만~650만 톤 규모의 조강 생산능력을 보유한 브라질 민영 철강사로, 철광석 채굴부터 철강 생산, 물류·에너지까지 아우르는 수직계열화 구조를 갖췄다. 2024년 기준 조강 생산량은 약 379만 톤으로, 세계 철강사 중 87위에 올랐다.
CSN은 1941년 브라질 정부 주도로 설립된 최초의 고로 기반 일관제철소로, 이후 1993년 민영화 과정을 거쳐 민간 철강·광산 복합 그룹으로 성장했다. 현재 CSN은 고로 기반 설비를 통해 슬래브, 열연, 냉연, 도금강판 등 판재류 생산에 특화돼 있다. 주요 공급 분야는 건설, 자동차, 가전, 포장용 캔 강판 등이다, 특히, 주석도금강판 분야에서는 남미 시장 점유율 1위를 자랑한다.
CSN의 가장 큰 경쟁력은 철강과 광산을 동시에 운영하는 구조다. 자회사 CSN Mineração(SNMIN)은 브라질 내 상위 철광석 생산 기업으로, 연간 약 3,300만 톤을 채굴하며, 원료 자급은 물론 철광석 수출 기업으로서의 역할도 수행 중이다. 또한 철도, 항만, 물류 계열사를 통해 제품 및 원료 운송을 자체 운영하고 있으며, 수력·화력 발전소 등 에너지 자산까지 확보해 생산 전 과정에 걸친 내재화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유럽·남미 대표 스테인리스 기업 ‘아페람’
/ 스테인리스·전기강판 중심 고부가 전략
아페람은 2011년 아르셀로미탈(ArcelorMittal)에서 스테인리스 부문이 분사돼 설립된 회사로, 유럽과 남미를 중심으로 글로벌 고급 철강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연간 약 200만~300만 톤의 조강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주요 생산거점은 벨기에 Genk, 프랑스 Isbergues, 브라질 Timóteo에 있으며, 브라질 내 생산량은 약 100만 톤 정도로 추정된다.
주력제품으로는 스테인리스를 비롯해 전기강판을 중심으로 고부가 특수강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아페람은 자동차, 가전, 산업용 기계, 에너지·전력 시장에 고급 특수강을 공급하며, 특히 전기강판 부문에서는 고효율 모터 및 변압기용 소재 수요 확대에 대응하고 있다.
아페람은 스테인리스 생산에 필요한 니켈, 크롬 등 합금 원료의 수직계열화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재활용 스크랩을 활용한 전기로 기반 친환경 생산 체계도 강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