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반기 철강 수출 전년 比 9%↑...“이유 있는 질주”

- 중동·아프리카 수출 급증...동남아 제치고 최대 시장 부상 - 내수 부진·관세 회피 전략·저가 오퍼 3박자 맞물려 - 수출 오퍼 5년래 최저...경쟁국 밀어내며 점유율 확대

2025-07-31     박현욱 선임기자

올해 상반기 중국의 철강 수출이 전년 대비 9% 증가한 5,810만 톤(mnt)을 기록하며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인도 철강정보매체 빅민트(Bigmint)에 따르면, 중국은 시장 불확실성과 통상 마찰에도 불구하고, 가격 경쟁력과 선출하 전략을 앞세워 주요 수출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했다고 분석했다.

지형도 달라진 中 철강 수출…반덤핑 피해 다변화
지역별로는 중동 및 아프리카가 동남아시아를 제치고 중국산 철강의 최대 수출 지역으로 부상했다.

해당 지역의 수출 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18% 급증한 가운데, 구체적으로 나이지리아(0.99mnt, +108%), 탄자니아(0.68mnt, +60%)의 수입이 크게 늘었다. UAE(2.85mnt, +11%)와 사우디아라비아(2.56mnt, +17%)도 안정적인 수입 증가세를 보였다.

유럽과 CIS(독립국가연합) 지역도 각각 19%, 24% 증가한 가운데 중남미 수출은 전년 대비 24% 증가한 730만 톤으로, 신흥 수출지로 부상했다. 브라질이 가장 많은 물량을 수입했으나, 반덤핑 조사 개시로 인해 6월 수입은 전월 대비 51% 급감했다. 페루(113만 톤, +37%)와 칠레(87만 톤, +23%)는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였다.

반면, 지난해 말 반덤핑 관세를 도입한 튀르키예는 수입이 3% 줄었다. 동남아시아로의 수출은 2% 증가한 1,688만 톤에 그쳤다. 베트남은 반덤핑 조치 영향으로 25% 감소한 480만 톤을 기록했으나, 태국은 20% 증가한 301만 톤으로 수입 확대를 견인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자국의 수입관세 정책에도 불구하고 수입이 소폭 증가했다.

동아시아 수출은 한국(-15%), 대만(-29%) 등의 반덤핑 조치로 7% 감소한 642만 톤에 그쳤다. 대만을 제치고 홍콩이 중국 철강의 두 번째 수입국으로 부상하며 67% 급증했다.

남아시아 수출은 7% 증가한 358만 톤을 기록했으며, 파키스탄은 35% 증가한 165만 톤을 수입했다. 인도는 세이프가드 조치로 수입이 24% 감소했다.

수출 증가 배경엔 내수 부진·선출하·가격 경쟁력
올해 상반기 중국 철강 수출 증가의 배경에는 세 가지 주요 요인이 있다.

첫째, 국내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 이후 건설·제조업 수요가 줄어들면서 철강업체들은 내수 시장 대신 해외 수출에 주력하게 됐다. 상반기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수축 국면을 지속했으며, 신규 착공 면적은 전년 대비 20% 급감했다.

둘째, 미국발 관세 강화 우려로 인한 선출하 전략이 수출 증가를 견인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복 관세 가능성에 대비해 중국 철강업체들은 상반기부터 선제적으로 물량을 출하했으며, 이에 따라 일부 수입국들도 앞당겨 구매에 나섰다.

셋째, 가격 경쟁력이 다른 국가들을 압도했다. 중국산 열연 수출 오퍼(FOB)는 6월 기준 가격이 톤당 445달러로, 5년래 최저 수준이다. 이는 일본(FOB 기준 456달러), 한국(FOB 기준 499달러), 러시아(흑해 FOB 기준 474달러)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단, 하반기 수출 전망은 ‘불확실’
중국의 하반기 철강 수출 전망에 대해 업계의 시선은 엇갈린다.

마이스틸에 따르면, 하반기 수출이 전년 대비 500만 톤 줄어든 1억 1,060만 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며, 둔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글로벌 제조업 둔화와 무역 갈등, 상반기 선출하의 반작용이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중국 정부의 감산 정책과 탈탄소 정책이 강화될 경우, 내수 공급 부담이 줄어들면서 수출 필요성도 낮아질 수 있다.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산업 구조조정이 맞물릴 경우 수급 균형 회복도 기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과거에도 수출 감소 전망을 꾸준히 뒤엎어온 만큼, 하반기 수출 둔화를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여전히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