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관세 적용과 대응] 우리나라 철강산업의 대응 ③

- 글로벌 철강 무역환경의 변화 추세에 대응하는 관점 필요 - 철강 산업정책의 스마트한 수립 및 적용 모색

2025-07-30     한성호 자문위원

이전 호에서는 미국 철강 관세 50% 적용에 따른 미국 내외의 영향과 세계 각국 및 철강기업의 대응 양상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이러한 미국의 공격적 정책 변화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글로벌 무역 환경의 현재 특성과 연관시켜 제시해보고자 한다.

1. 글로벌 철강 무역환경의 변화

( 철강산업이 더 이상 수출산업이 되기 어려운 이유)

1990년대 이후 세계 철강 생산과 무역은 단순화하여 보면, 중국이 세계 철강제품의 주요 공급지로 부상하는 과정과 그것에 대해 미국을 중심으로 기존의 철강 선진국들이 견제하는 내용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림1> 세계 철강 생산ㆍ수출량 및 중국의 비중 추이(1990~2024)

Worldsteel Association, World Steel Steel Statistical Yearbook 각년도.Worldsteel Association, World Steel in Figures 2025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세계 철강시장은 일본, 유럽, 러시아 등의 선진국이 주도하고 있었다. 1996년에 중국의 철강 생산량이 1억톤을 능가하여 세계 1위 철강 생산국이 되었지만 당시 중국은 내수 수요조차 충분히 충당하지 못하여 일본과 한국 등으로부터 철강을 수입하는 주요 수입국 중 하나였고, 1996년 수출량은 710만톤으로 세계 철강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9% 정도 수준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중국은 도시화와 산업화를 급격히 추진하면서 대규모로 철강 설비 투자를 추진해왔다. 중구의 철강 생산량은 2006년부터는 4.2억톤으로 세계 생산의 33%를 넘어서는 압도적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고, 그에 따른 수출량도 5천만톤을 넘어서 세계 수출량의 12.4%에 이르게 되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이 기간에 세계 최대 철강 수출국으로 도약하게 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친 2009년 이후에도 중국은 생산량 확대 기조를 멈추지 않았다. 내수는 둔화되었지만, 생산설비는 유지되거나 확대되었고, 이에 따라 생산량은 2016년에 8.1억 톤에 도달하며 세계의 50% 정도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수출도 폭증하여 2016년에는 연간 1.1억 톤에 달했고, 이는 당시 세계 철강 무역의 약 23%를 차지하는 규모였다. 이러한 중국발 철강제품 공급 공세로 인해 세계 철강가격이 급격히 하락하였고, 주요국들은 중국에 대해 덤핑 조사와 고율의 관세를 통해 대응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2015~2016년에 미국은 중국산 열연, 철근, 오일가스용 파이프(OCTG) 등 다양한 품목에 대해 평균 266%에 달하는 반덤핑 및 상계관세를 부과했고, 유럽연합(EU) 역시 중국산 철강에 대해 60건 이상의 무역 구제 조치를 취했다. 한국, 인도, 브라질 등도 유사한 대응에 나서면서 철강을 둘러싼 국제 무역 갈등이 확대되었다. 이에 따라 중국은 2016년부터 생산과 수출을 조절하는 공급 측 구조개혁을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정부 주도로 낙후 설비를 폐쇄하고, 중소 규모 고로를 감축했으며, 2016년부터 2018년 사이 약 1억 5천만 톤의 조강 생산능력이 폐쇄되었다(S&P Global, China steel, refining capacity rises as supply-side reforms come under pressure. 2019.9.12.)

2020년 이후, COVID-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세계철강 공급망의 혼란이 발생하였지만 이후 미국의 철강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정책이 지속되는 가운데, 새로운 철강 생산 강국으로서 인도, 튀르키예, 베트남 등의 국가가 부상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지난 35년간의 글로벌 철강 생산 및 무역의 역사를 돌아보았을 때, 현재 글로벌 철강산업의 상황의 특징에 대한 몇 가지 시사점을 도출해볼 수 있다. 세계 각국은 철강 생산을 확대해 오다가 어느 시점부터 생산량이 감소할 수 밖에 없다. 즉, 어느 나라든 생산이 계속 증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그림2>에서 보듯이 과거 철강 선진국들이 세계 철강생산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2> 주요국의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생산 점유율 변화(1990-2024)

Worldsteel Association, World Steel Steel Statistical Yearbook 각년도.Worldsteel Association, World Steel in Figures 2025

철강생산의 확대는 당연히 수요(내수와 수출)에 기초하고 있는데, 특히, 자국의 수요가 어느 정도 충족되는 상황에서 철강산업의 생산 확대의 동인은 수출 수요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림3>에서 보면, 2024년 기준으로 볼 때 철강 생산 주요국들의 자국내 생산량에 대한 수출량의 비중은 50%를 넘고, 일본과 한국은 각각 40% 내외로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오히려 중국은 2024년 기준으로 11.7% 수준이다. 따라서 중국이 많은 철강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세계 철강 공급과잉의 기본적인 원인이겠지만, 공급과잉은 철강산업 자체가 주요국들에서 수출을 생산의 기본동력으로 하고 있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림3> 주요국 철강 생산량 대비 수출량 비중(190-2024)

Worldsteel Association, World Steel Steel Statistical Yearbook 각년도.Worldsteel Association, World Steel in Figures 2025

향후 글로벌 철강산업에서 중국에 이어 인도나 새롭게 부상하는 튀르키에나 베트남의 생산량이 어느 정도 늘어날지는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으나 어느 정도 낮은 수준까지 증가하다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따라서 이것이 현재의 시장점유율 구도를 크게 변화시킬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또한 이러한 철강생산 증가의 한계로 인해 수출 비중이 높은 철강산업에서의 수출 환경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판단된다. 어느 나라든 자국의 철강산업 성장을 위해서는 수출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하는데, 수출환경이 어려워짐에 따라 동시에 자국으로의 수입을 억제해야 할 유인을 갖게되어, 이로 인해 수출 환경은 세계적으로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철강산업의 공격적 관세정책이 현재 주로 미국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주요 철강 생산국들도 현재의 악화되는 철강 무역환경 속에서 보복적 조치에서든 아니든 피하기 어려운 정책이 아닐까 생각된다. 따라서 우리나라 철강산업은 향후 주요 국내의 적정 생산량에 대한 고민을 하는 동시에 더 이상 철강산업을 수출산업으로 당연시하는 관점은 전환해야 할 것이다.

2. 한국 철강산업의 대응

( 새로운 철강 산업정책 마련의 계기로 삼아야)

미국의 철강 제품에 대한 관세율 대폭 인상에 대해 우리나라 정부는 우선 이에 대한 긴급 대응으로, 2025년 6월 2일, 철강협회에서 철강 및 비철금속 업계와 긴급 점검회의를 개최하였다. 포스코, 현대제철, 노벨리스코리아 등 주요 기업 통상담당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본 회의가 개최되었고, 참석자들은 철강 관세 인상에 따른 업계 영향과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하였다. 정부는 시행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미 협의의 큰 틀에서 우리 업계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산업통상(산업통산자원부 보도자료 2025.6.2. 미 철강·알루미늄 232조 관세 인상 긴급 점검회의). 그러나 업계의 영향과 대응방향의 언급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하지 않았다. 아직 이렇다할 체계적인 대응 이전에 관망하는 자세가 아닌가 생각된다.

정부는 또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외교적 협상에 집중하고 있다. 철강만이 아니라 다른 주요 산업 분야를 포함하여 미국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관세 예외 또는 감세 조치를 얻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한국 정부는 한국 정부는 단순한 관세 철폐 요청을 넘어서는 포괄적인 ‘무역 패키지(trade package)’ 제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 패키지는 미국과의 고위급 통상 협상에서 핵심 카드로 활용되고 있으며, 철강과 자동차 등 주요 수출품에 대한 관세 감면 또는 예외 적용을 목표로 한다. 2025년 7월 현재, 한국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통상교섭본부장을 중심으로 미국 측과의 ‘2+2 고위급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이 제안한 무역 패키지의 핵심에는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있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 조선업계가 미국 현지에 대규모로 투자하여 조선 및 해양설비 산업을 함께 키우는 협력 방안이다. 포스코, 현대제철, 삼성중공업 등 주요 대기업들이 중심이 되어 미국 내 조선산업 재건에 참여하겠다는 계획으로, 총 1,000억 달러 수준의 직접 투자 및 공적 금융 연계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무역 패키지에는 단순한 투자 외에도, 농산물 수입, 디지털 규제 완화, 공동 연구개발 협력 등 다양한 분야가 포함될 수 있도록 설계되고 있다.

한국 정부의 접근 방식은 미국의 철강 관세 정책을 보다 광범위한 외교통상 정책의 차원에서 풀고자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 방법이 당장의 관세 적용 문제 해결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나 앞서 언급한 다른 나라의 대응 사례나 현재의 철강산업에 대한 무역환경의 특성 등을 감안했을 때, 현 시점을 향후 철강 산업정책의 새로운 로드맵을 마련하여 실행해 나가는 계기로 삼아야 할 주요한 시기라고 판단된다.

즉, 수출이 중요성을 갖던 시대에서 수출 재화로서의 철강의 의미가 점차 취약하게 되거나 수출이 어렵게 되는 상황에서 근본적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어 나갈까라는 문제에 대응하는 것이다. 향후 보호관세나 반덤핑 혹은 우외수출의 이슈는 세계적으로 더욱 다양한 형태로 자주 발생할 것이고, 그에 따라 우리나라 철강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관점에서의 방향 모색을 위해서는 보다 포괄적이고 심층적인 분석이 요구되지만 우선 현재 정부가 고려하고 있는 내용을 포함하여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기본 방향을 강조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대외 리스크 대응을 위한 공급망의 안정화를 위해, 수출을 다변화하여 미국 이외에 인도, 아세안, 중동, 중남미 시장에 대한 수출 확대 전략을 마련한다. 동시에 해외 생산기지를 확대하여 미국·멕시코·유럽 등에 현지 가공·유통 거점 설립을 촉진해 관세 리스크를 회피하고 공급 안정성을 확보한다. 이의 일환으로 글로벌 밸류체인 전체의 재설계를 요구하는 간접무역 정책을 추진한다. 한국 내에서 생산된 철강 제품을 제3국(예: 멕시코, 베트남, 인도, 캐나다 등)의 가공 또는 조립 공정을 거쳐 미국으로 수출함으로써, 한국산 원재료의 직접적 관세 적용을 회피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방 국가와의 FTA, 생산거점 투자, 물류체계 확보 등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존 한-EU, 한-아세안, 한-인도 CEPA를 철강 분야에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RCEP, CPTPP 등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다.

둘째,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생산구조를 전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동차용 고강도강판, 친환경 강재 확대를 확대하여 현대차, 테슬라, 유럽 전기차 OEM과의 공급 연계를 강화한다, 또한 에너지·건축 분야 특화 소재 개발: 풍력타워용 후판, 고층건축용 내진철강 등 고난도 제품을 중심으로 R&D를 지원한다. 고로 중심에서 전기로 기반의 친환경 생산 체제를 확대해 나간다.

셋째, 이러한 이행 과정을 연착륙화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선, 미국의 고율 관세 조치와 같은 외부 변수에 민감한 중소 철강기업을 대상으로 금융이나 세제 상의 지원 방안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수출 비중이 높은 중소업체들을 대상으로 운영자금 긴급 대출, 정책금융 보증 확대, 환율 변동 위험에 대비한 환변동 보험 확대 등의 조치를 마련하여 유동성 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강화한다. 또한, 공공조달 부문에서 국산 철강제품의 우선 사용을 제도화하여 공공 인프라 사업과 건설 프로젝트에 국산 철강재 사용 비율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할당함으로써, 내수 시장의 안정과 철강산업의 수요 기반 확보를 동시에 도모한다. 아울러, 철강산업의 생산 구조 개편에 따른 노동시장 충격에도 대응하여 고로 설비 감축, 공정 자동화 등으로 인해 이탈이 예상되는 인력에 대해 직업 재훈련, 전직 지원, 고용 연계 프로그램을 통합적으로 제공한다.

또한 이러한 방향을 철강 산업정책 차원에서 새롭게 추진하기 위한 로드맵을 작성하고, 그에 따른 액션플랜 실행을 관리하기 위한 플랫폼의 확보가 요구된다. 지난 호에서 다루었듯이 일본의 경우 2025년 4월에 미국 관세 대응 종합본부라 하는 범부처, 범기업 연계 플랫폼을 구축하여 그때 그때의 상황변화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정부의 정책 내용에 대해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경로를 마련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향후 철강산업에 대한 스마트한 산업정책의 정립과 이를 실현해나가기 위한 선진화된 형태의 플랫폼 구축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라고 판단된다.

(연재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