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로 회귀’하는 철근 제강업계, 유통시장에 던진 변화구
- 유통價 하락에 직판 비중 확대···실수요 비중 61%로 상승 - 일부 제강사, 유통출하 제한하며 공급구조 재편 움직임 - “입찰단가도 낮다”···실수요 확대 우려 목소리도 나와
2025년, 철근 시장이 사상 최저 수준의 수요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제강업계의 판매 비중이 유통채널보다는 건설사 실수요쪽으로 늘어나고 있다. 가격 주도권 회복을 위한 전략적 변화로 풀이된다.
본지 조사에 따르면 국내 철근 제강사 실수요 판매 비중은 지난 2020년 40%에서 23년 64%까지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이다가 지난 24년 58%를 기록해 약 4년만에 하락세를 기록했다.
철근 수급 대란까지 펼쳐지며 유례없는 호황이 나타난 지난 2021년 이후 안정적 수요 확보를 위해 대형 건설사 및 현장 중심의 판매 체계로 전환이 이뤄졌으나 시황이 급격하게 나빠진 2023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실수요 판매 비중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국내 철근 명목소비량(내수+수입)은 지난 2021년 1,124만 톤에서 2024년 784만톤까지 3년 연속 감소세를 나타내는 중이다. 나아가 올해는 연간 700만 톤을 하회하는 수준이 예상된다.
단 최근 들어 제강업계의 판매 비중은 실수요 비중이 다시 늘어나고 있는 양상이다. 본지 조사에 따르면 올해 제강업계 판매 비중은 실수요 61%, 유통 39% 수준으로 추산된다.
더욱더 악화한 시황속에서도 실수요 판매 비중이 높아진 이유는 시중 유통가격이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수익을 보장할 수 없을 만큼 저가로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제강사들은 유통출하 물량 자체를 제한하거나 고강도 제품 중심의 직판 비중을 극단적으로 높이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유통시장에서의 무분별한 가격 하락을 차단하고, 공급자 중심의 가격 질서를 다시 세우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생산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유통업체는 이미 관리 수준을 넘어 통제가 어려울 상황에 이르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강업계 입장에서는 유통 채널을 동원해 물량을 많이 판매하는 것보다 가격과 시장 흐름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는 채널로 재편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서는 제강사들의 실수요 판매 확대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실수요(건설향) 물량이 늘어난다고 해서 반드시 가격 주도권을 회복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부 대형 건설사 입찰 단가가 시중 유통가격보다 높지 않거나 오히려 낮게 형성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와 관련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과도한 가격 경쟁은 건설향 실수요판매에서도 이뤄진다. 입찰 경쟁 구조상 낮은 가격을 제시해야 수주를 받는 경우가 태반이다. 유통시장뿐만 아니라 실수요 거래 가격 구조 자체도 다시 되돌아봐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