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봉형강 리포트] 도요타, 스크랩에 약 1조 2천 억 배팅..래디우스 인수와 영향
- 미국 철 스크랩 시장, 철강사와 자동차사 격돌 - 도요타 폐쇄형 순환 시스템 구축 - 래디우스 중심으로 재활용 사업 확대 계획
미국을 대표하는 스크랩업체인 래디우스가 도요타그룹에 매각되었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 회사가 스크랩 사업에 직접 진출했다는 점에서 관련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인수와 관련해 알아보았다.[편집자 주]
1. TAI의 래디우스리사이클링 인수 내용
도요타츠쇼(도요타통상, 이하 TTA)의 미국 법인인 도요타츠쇼아메리카(이하 TAI)가 세계적인 재활용 기업인 래디우스 리사이클링(Radius Recycling, 이하 래디우스)을 25년 7월10일 인수했다. 양사는 지난 3월13일 합병계약에 서명했고, 래디우스 주주총회를 거쳐 7월 10일 최종 양수도가 마무리된 것이다.
래디우스 지분 100%를 9억 700만 달러(주당 30달러, 한화 약 1조 2,500억원 )에 인수 한 것이다. 인수 금액은 3월12일 종가 기준 115%의 프리미엄을 준 것이다. TAI측은 래디우스가 13억3,000만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인수 과정에서 설명했다. TAI는 인수 후 래디우스의 상장을 폐지한다. 인수 후에도 본사는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그대로 두고, 경영진과 직원, 운영시스템, 전략, 브랜드도 유지하기로 했다.
- 래디우스 리사이클링은 어떤 회사?
래디우스는 한국에서 슈니처로 더 잘 알려진 회사이다. 미국 스크랩 수출의 양대 축이 심스메탈과 래디우스이다. 한국 제강사와도 인연이 깊다. 최근에는 포스코인터네셔널이 이 회사를 핵심 공급사로 지정하고 수입 중이다.
래디우스는 미국의 대표적인 독립계열(제강사 소속이 아닌) 재활용 업체이다. 1906년 설립되었고 2024년 매출량은 철 스크랩 450만 톤, 비철스크랩 33만 4,000톤, 폐차 66만 대, 중고 부품 380만개, 선재와 철근을 중심으로 50만 9,000톤의 철강제품을 전기로에서 생산하고 있다. 미국에 100개 이상의 수집 기지와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종업원은 3,011명(24년 9월31일 기준)이며, 재활용업체로선 드물게 나스닥에 상장되어 있다.
매출액은 22년 34억8,600만 달러를 피크로 감소세이다. 지난해 27억 3,900만 달러(약 3조8천 억원, 24년 9월 말 결산 기준)를 기록했다. 회계연도 기준 23년 -2,600만달러, 2024년 -2억6,600만 달러 순손실을 기록했다. 2024년 조정 EBITDA는 2,900만 달러로 2022년의 3억 1,300만 달러에 비해 크게 줄었다.
자산은 15억3,400만 달러, 부채 9억800만달러, 순자산 6억2,600만 달러이다. 래디우스의 실적이 호조를 보였던 2021년과 2022년에는 주가는 주당 60달러에 근접했지만 최근에는 10달러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까지 하락했다.
2025년 1분기 기준 래디우스의 철 스크랩 부문 매출은 미국이 43%(전년비 -3%p), 아시아 29%(-3%p), 미주 6%(+1%p, 미국 제외), 유럽+아프리카+중동 22%(+5%p)이다.
- TAI는 어떤 회사인가?
도요타 그룹 소속이며 1948년에 설립되었다. 2024년 매출액은 65억 달러이다. 본사는 뉴욕이며, 미국에 23개 거점을 두고 금속 재활용 및 알루미늄 용해업 등을 하고 있다. 도요타 그룹은 자동차 생산에서 자동차 폐기물 회수까지 그룹내에서 진행하는 페쇄형 순환 시스템을 갖추었으며 TAI는 재활용 및 부품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연간 60만 톤 이상의 철강 및 비철금속 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다.
2.M&A의 배경은?
- 래디우스 : 생존과 주주가치 실현
래디우스 주주들의 매각은 사업성과 주주가치 실현측면에서 볼 수 있다.
래디우스의 경영실적은 2021년과 2022년을 피크로 급감해 2023년과 202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2025년에도 실적 회복이 더디다.
래디우스의 실적 악화는 1) 미국의 경기 부진과 폐차 등 스크랩 발생 부진으로 공급량이 줄었다. 반면 고정비 부담이 상승했다. 2) 주력인 수출 시장에서도 중국의 철강재 공급 과잉과 수출 증가로 철 스크랩과의 경쟁이 치열해진 것. 철 스크랩과 비철금속 가격 하락으로 래디우스의 실적이 악화했다.
반면 탈탄소 요구가 커지면서 환경규제와 이에 대응한 설비투자 등에 대한 자금 부담이 증대되고 있다는 점도 래디우스 경영진을 압박하는 요인이 되었다. 래디우스측은 2024년 비전으로 2028년까지 온실 가스 배출량을 35% 감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외부 환경의 악화와 구매 경쟁의 심화, 수익성 하락으로 래디우스 경영진들은 사업의 한계를 절감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주주들은 실적부진과 주가 하락속에서 프리미엄을 받고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주주가치의 실현으로 보고 매각을 결정한 것이다.
- TAI : 자동차에서 재활용까지
TAI는 미래에 더 나은 지구를 아이들에게 물려주겠다는 미션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1) 차세대 모빌리티 2) 재생에너지와 탄소 중립 3) 세계 최고의 순환경제 공급업체가 되는 것이 목표이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2024년 362.5억 엔이었던 이익을 2027년 450억 엔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도요타 그룹은 「자동차 생산 → 판매 → 폐차 → 재활용 → 자동차 생산」의 폐쇄형 순환 시스템을 그룹내에 갖추고 싶어 한다. 래디우스 인수는 도요타가 말하는 폐쇄형 순환시스템 구축의 핵심이다.
또한 탄소중립이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어 자원 재활용 사업의 미래가 낙관적이라는 것이 도요타측의 시각이다.
3. TAI의 운영 계획은?
TAI는 래디우스의 기본 골격을 유지 할 예정이다. 그 위에 도요타의 사업과의 시너지를 모색 중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래디우스의 자금난 해소이다. 래디우스는 자금난 해소로 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추가로 장착하게 되었다. TAI는 래디우스를 허브로 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강화할 예정이며, 이미 새로운 공장 건설 계획도 발표했다.
기존 사업의 경쟁력도 강화할 예정이다. 도요타에서 생산 판매한 자동차를 미국에 산재한 50여개 사이트에서 직접 폐차하고 분쇄할 예정이다. 도요타는 폐차 재활용율을 높이고 래디우스는 가공 원재료 구매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추가로 도요타 1~3차 협력사와의 관계 강화를 통해 일반 스크랩 구매의 효율성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TAI는 래디우스의 재활용율 상승으로 알루미늄 같은 비철금속과 백금 등 귀금속 회수율을 높여 부가가치를 향상 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탄소 중립의 벽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재활용율 향상을 통해 그린스틸 사용율을 높여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TAI측은 “이번 인수는 TAI의 재무적 강점, 자동차산업의 경험, 우수한 재활용 기술을 통해 래디우스의 성장을 이끌 것”으로 설명했다. 또 이번 인수가 그린스틸 공급망 구축과 자동차 OEM업체의 재활용 수요에 대응함으로써 고품질 원재로 공급망 구축이 가능해 졌다고 평가했다.
4. 이번 인수 합병의 시사점은?
미국의 철 스크랩 발생량은 연간 약 7,000만 톤 정도이다. 수출량은 1,700만 톤 남짓이고, 500~600만 톤가량 수입을 한다. 미국내 철 스크랩 소비량은 6,000만 톤 전후이다. 래디우스의 스크랩 시장 점유율은 8% 전후이다.
래디우스가 도요타그룹의 우수현 자금력을 발판으로 스크랩 구매에 적극 나서게 되면 뉴코나 SDI 등 철강사 계열의 스크랩업체들과 경쟁이 치열해 질 것이다.
- 도요타 발생 폐차 독식?
주목되는 것은 도요타의 폐쇄형 재활용 시스템이다.
래디우스는 TAI의 인수로 스크랩 모재 구매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게 됐다. 도요타그룹은 매년 미국에서 130만 대 이상을 생산하고 70~100만 대를 수출하고 있다. 연간 생산량 130만 대를 기준으로 발생하는 리턴 스크랩은 매년 40만 톤 정도이다. 1~3차 밴더까지 수직 계열화하면 발생 스크랩은 더 늘게 된다. 래디우스는 철 스크랩 판매량의 10%를 A급 리턴 스크랩으로 우선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의 자동차 수명은 평균 약 16년 정도이고, 도요타그룹은 지난 십 수 년간 매년 200만 대 남짓의 자동차를 판매 해 왔다. 도요타의 시장 점유율이 17% 정도라는 점을 생각하면 폐차 점유율도 상당할 것으로 점처진다. 도요타가 자사 차량을 전량 래디우스가 회수한다고 하면 매년 200만 대의 슈레더 모재 확보가 가능하다. 추가로 래디우스가 확보하고 있는 폐차 구매망까지 고려하면 폐차 구득난이 크게 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대로 17%가 시장에서 사라지게되면 폐차 가격은 상당히 오를 수도 있다. 도요타의 자동차 생산에서 재활용까지 순환 시스템이 미국 스크랩 시장 특히 A급 스크랩 시장에 적지 않은 변화를 줄 수 있다.
자동차 회사의 철 스크랩 직거래 및 수직 계열화가 미치는 영향은 한국에서 잘 보여준다. 현대제철은 현대차 그룹 1차 협력사에서 발생하는 스크랩을 직접 회수하고 있다. 그 결과 A급 철 스크랩의 경쟁 시장으로의 공급이 그만큼 줄었다. 세아베스틸과 포스코의 구매 압박은 증폭되었고 구매 경쟁은 치열해진 것이다.
이외에도 래디우스의 확장 가능성도 점쳐진다. 래디우스는 지난 2021년에 콜럼버스리사이클링(Columbus Recycling)을 인수하는 등 규모 확대를 해 왔다. 자금력과 리사이클링 능력을 확장한 래디우스는 추가적인 야드 확장과 인수 합병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 철강사와의 불꽃 경쟁?
그동안 미국에서 스크랩업체 인수는 철강사가 주도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뉴코다. 뉴코는 2007년에 해리스 오토파츠, 2008년 DJJ를 인수해 연간 680만 톤의 철 스크랩 처리 능력을 확보하면서 미국 최대 재활용 업체로 부상했다.
스틸다이나믹(SDI)도 철 스크랩 업체인 옴니소스를 인수한데 이어 멕시코 기반의 철 스크랩 업체인 짐머도 인수했다. 두 회사를 통해 530만 톤을 확보한 것.
클리블랜드 클리프스도 AK스틸로부터 300만 톤 규모의 스크랩 구매 시스템과 조달망을 인수하고, 2021년에 FPT를 인수하는 등 철 스크랩 공급망을 강화했다.
미국의 전기로업체들은 원가 경쟁력 향상과 탄소 중립 준비를 위해 철 스크랩을 내재화 했다. 또 DRI플랜트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의 스크랩 시장 진출은 철강사와 자동차사간의 탄소 중립을 둘러싼 본격적인 철 스크랩 구매 경쟁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인지 주목된다.
5. 한국과 국제 철 스크랩 시장에 미칠 영향은?
- 대형화 촉진
이번 도요타의 래디우스 인수는 미국의 스크랩 업체들의 대형화를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 MEPs는 2023년~2027년 사이 5년간 북미에서 약 1,000만 톤의 전기로가 새로 가동될 것으로 전망했다. 탄소 중립을 확대하고 전기로에서 고급강 생산 비중을 늘리기 위해선 DRI와 선철의 사용 비중이 늘어나겠지만 철 스크랩은 여전히 전기로의 주 원료이며 그만큼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지난 십수년간 미국의 스크랩 야드는 인수 합병을 통해 규모를 키워 왔다. 이번 인수는 수요 증가와 함께 대규모 자본의 참여로 스크랩 업체들의 몸집 확대를 촉진 할 것으로 전망된다.
- 가격 상승 압력
도요타 같은 대형 자동차사가 직접 철 스크랩 시장에 참여하면서 모재 구매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점쳐진다. 또한 미국내 수요 증가가 더해지면서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 한국시장에 미칠 영향은?
한국 제강사의 미국산 스크랩 수입은 거의 중단 되었다고해 과언이 아니다. 가격이 비싸고 원거리인데다 한번에 구매해야 하는 수량도 많아 재고 관리가 어려운 탓이다. 따라서 이번 인수 합병이 단기적으로 한국 스크랩 시장의 수급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어 보인다.
다만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에서 탄소중립 수요가 본격적으로 가세하게되면 미국산 스크랩도 주요 공급원이 될 가능성이 있다. 래디우스는 지난 수 십 년간 한국 제강사와 좋은 파트너십 관계를 구축해 왔다. 그러나 도요타의 인수로 그 관계가 계속 유지될 것인지 미지수이다. 특히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와 연계해서 생각하면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대형화와 집중화로 철스크랩 수출가격 협상력 향상 가능성이 크며 한국 제강사의 국내외 스크랩 구매가격에 간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