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 기획좌담] US스틸 품은 일본제철…그들의 數와 우리의 答

- 설비 노후화·수익성 악화에도, 미국 시장 잠재력에 베팅 - 일본제철, ‘자동차·전기강판’이 핵심...고부가 시장에 집중 - 美 철강 수요 연간 1억 톤...보호무역에 힘입어 ‘안정성’↑ - 철강 산업 ‘교역 중심’서 ‘내수·블록 중심’으로 관념 전환해야

2025-07-24     박현욱 선임기자

지난 6월 일본제철은 약 1년 반의 협상 끝에 미국 철강업체 US스틸을 141억 달러에 인수했다. 여기에 더해 2028년까지 미국 내 철강 설비고도화에 11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한화 약 35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거래다.

US스틸은 최근 실적 부진과 함께 고로중심의 노후 설비, 미 정부의 경영 개입 가능성 등 다수의 구조적 리스크를 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제철이 대담한 인수를 결단한 배경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에 맞서 한국 철강사들은 어떠한 대응 전략을 준비해야 할까?

이에 본지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배경과 한국 철강업계 과제’를 주제로 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회에는 유승록 S&S 철강연구소 소장을 비롯해 손정수 연구위원, 한성호 자문위원 그리고 스틸데일리 박현욱 기자, 김은주 기자가 참석했다.

Q>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과정과 주요 내용을 짚어본다면,  또 최근 US스틸 수익성은 어떤가?

한성호 자문위원 > 일본제철은 2023년 12월 13일, US스틸을 141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뒤 약 1년 6개월 만에 인수에 성공했다. 미국 정치적 불확실성과 거센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인수를 마무리 지었다는 점에서, 일본제철의 위기 대응 능력과 전략 실행력이 돋보이는 사례다.

인수 발표 당시 미국 내에서는 강한 반대 여론이 있었다. 대선 국면에서 바이든과 트럼프 양측 모두 ‘국가안보’와 ‘산업 주권’ 문제를 들어 외국자본의 USS 인수를 경계했으나, 이에 일본제철은 미국 정부와의 국가안보협정(NSA)을 체결하고, ‘황금주’를 미국 측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반대 여론을 완화했다.

김은주 기자 > US스틸의 최근 경영 실적은 부진한 상태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매출 156억 4천만 달러로 전년 대비 약 13% 감소했고, 순이익 역시 3억 8,400만 달러로 전년(8억 9,500만 달러) 대비 57% 가까이 감소했다. 올해 1분기 기준 매출은 37.3억 달러로, 전년 동기(41.6억 달러) 대비 약 10.4% 감소했으며, 순이익은 전년 동기 1.71억 달러 흑자에서 1.16억 달러 적자로 전환됐다.

이처럼 US스틸의 만성적인 수익성 악화를 비롯해 설비 노후화에도 불구하고, 일본제철은 장기적으로 미국 내 시장성과 인프라, 정책 리스크를 모두 고려한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일본제철은 이번 인수를 통해 글로벌 생산능력 확대, 고급강 기술 결합, 탄소중립 기반의 지속가능한 철강 생산이라는 세 가지 전략적 목표를 제시했는데, 이는 미국 시장을 교두보로 삼아, 고부가가치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Q> 일본제철의 이번 인수 건을 두고 해외 각국의 반응은?

김은주 기자 > 먼저 미국의 경우,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발표 당시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여론이 강했다. 미국에 상징적인 철강사가 외국 자본에 매각된다는 사실만으로도 거부감이 컸다. 그럼에도 일본제철은 대규모 투자 약속뿐만 아니라, 황금주’를 미국 측에 부여하면서,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했다. 결과적으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했던 US스틸의 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 내에서 조건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은 인수였다는 평가도 조금씩 흘러나온다.

중국의 반응은 상대적으로 차분한 편이다. 중국 철강산업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는 분석이 많은데, 미국향 수출 비중이 크지 않은 만큼,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이번 인수를 통해 미·일 간 철강 기술 협력이 강화되고, 첨단소재 분야의 주도권 재편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는 중국 철강업계 내부에서도 단순한 M&A 전략보다는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 녹색 전환, 기술 협력 등 본질적인 경쟁력을 빠르게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성호 자문위원 > 일본 내에서는 대체로 이번 인수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자국 내 철강 수요가 정체된 상황에서, 안정적인 미국 시장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전략적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미국과 달리 일본 내에서는 일본제철이 미국에 ‘황금주’를 넘겨줬다는 점에 대해서는 우려도 적지 않다. 향후 미국 정부가 주요 경영 사안에 깊이 개입할 여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이에 일본 내에서는 대체로 “성과는 있지만, 경영 자율성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대형 딜”이라는 평가다.

한성호 자문위원

 

Q> 미국향 수출이 많은 국내 철강사의 반응은 어떤가?

박현욱 기자 > 기업별로 온도 차는 있지만, 대체로 일본제철의 이번 인수에 대해선 투자 대비 효용성에 대한 의문이 있는 분위기다. 인수 비용만 해도 141억 달러고, 부채 포함하면 149억 달러. 여기에 2028년까지 미국 내 철강 인프라에 108억 달러를 추가로 투입하겠다는 계획까지 더하면, 총 투자 규모가 한화로 40조 원이 넘는다. 그럼에도 일본제철이 미국 시장을 얼마나 전략적으로 보고 있는지는 이번 결정을 통해 분명하게 드러났다.

일단, 국내 고로사들은 일본제철이 향후 미국 내 자동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크게 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현대제철은 미국 내 전기로 제철소를 짓겠다고 이미 공식 발표했고, 포스코도 여기에 지분 형태로 참여할 계획이다.

문제는 일본제철이 인수한 US스틸이 기존 설비와 영업망을 기반으로, 신규 그린필드 투자까지 더한다면 미국 내 공급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현대제철은 새롭게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상황이라 상대적으로 부담이 클 수 있다.

Q> 일본제철은 이미 아르셀로미탈과 합작으로 미국 철강시장에 진출했는데, 굳이 이를 정리하고, 단독으로 US스틸 인수한 이유는?

손정수 연구위원 > 아르셀로미탈과 일본제철은 2014년부터 미국 앨라배마주에 합작 제철소를 운영했다가, 최근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인수하면서 지분 전량을 아르셀로미탈에 매각했다. 이는 독점금지법 때문이다. US스틸 인수를 준비하면서 미국 시장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법적 쟁점을 사전에 정리하고, 단독 인수로 방향을 잡은 걸로 판단된다.

유승록 소장 > 이런 점을 보면, 일본제철이 이번 US스틸 인수를 얼마나 절실하게 추진했는지 알 수 있다. 사실 미국 철강시장은 성장 여력이 크다고 보긴 어렵지만, 정부의 보호조치가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단순 수출보다 현지 진출이 내수 기반 확보에 훨씬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거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이후 강화된 보호무역 기조, 제조업 부활 정책, 노후 인프라 교체 수요 등도 적극적인 인수 배경이 됐을 것으로 본다.

또 일본제철은 자사의 기술력만으로도 미국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을 것으로 본다. 실제로 일본제철은 제철 설비와 공정 기술을 공급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글로벌 철강사다.

Q> US스틸은 설비 노후화로 원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걸로 보이는데, 그럼에도 경쟁력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박현욱 기자 > US스틸의 재정 상태나 설비 노후화 문제가 있는 건 맞지만, 그와 별개로 갖고 있는 인프라 자체가 꽤 강하다. 연간 2,000만 톤 규모의 조강 생산능력에 더해, 미국 북부 권역에는 고로, 남부에는 전기로가 있고, 자회사로 빅리버스틸, 철광석 광산, DR 공장까지 보유하고 있다. 원료부터 제품 생산까지 전 공정에 걸쳐 벨류체인을 갖춘 건 분명한 경쟁력이다.

손정수 연구위원 > 미국 시장은 연간 8천만 톤 정도의 내수 수요와 함께, 수입재도 2천만 톤 이상, 간접 수입 6천 만 톤까지 합치면 상당한 규모의 철강 수요가 있다. 여기에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 정책까지 더해져 시장 안정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또 미국은 고급강 중심의 시장인데, 이런 구조는 일본제철의 고부가가치 전략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일본제철로선 그린필드 투자를 새로 시작하는 것보다, US스틸을 인수해서 기존 영업망과 숙련된 인력까지 한 번에 확보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일본제철은 현대제철이나 베트남 포모사가 진행한 신규 투자보다, 이번 US스틸 인수가 조강 톤당 투자비 측면에서도 더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손정수 스틸앤스틸 연구위원 

유승록 소장 > 사실 미국 철강사들의 설비 노후화가 꽤 심각한 편이다. 만약 강력한 정부 보호조치가 없었더라면, 미국 철강산업은 훨씬 더 빨리 쇠퇴했을 것이다. US스틸도 설비만 놓고 보면 일본제철이 많은 돈을 들여 인수할 정도는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럼에도 인수한 건, 미국 내에서 US스틸이 갖는 ‘상징성’과 명성, 그리고 미국 정부의 보호 의지가 크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 하나 중요한 건, US스틸은 미국 내 자동차 업체들과 강한 공급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건 일본제철이 추진 중인 고급강 중심 전략과 잘 맞아떨어지는 부분인데, 향후 일본제철이 자사 설비 엔지니어링 기술을 US스틸의 설비 신예화에 적용한다면, 일본제철그룹 전체의 수익성과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Q> 일본제철은 US스틸 인수 이후 설비 고도화를 어떻게 추진할까? 또 미국 철강산업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손정수 연구위원 > 이번 인수는 미국 내 철강업계의 설비투자 경쟁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제철은 US스틸 인수 이후 고로와 열연공장 합리화 외에도 신규 제철소 건설 계획을 언급했는데, 인수 대금 외에 별도로 11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런 움직임은 경쟁사들의 대응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

박현욱 기자 > 동의한다. 최근 하시모토 일본제철 회장은 미국 2위 철강사인 클리블랜드-클리프스를 직접 언급하면서, US스틸의 생산량을 향후 10년 내 3,400만 톤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혓다. 철강산업은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만큼, 클리프스 역시 이를 의식해 설비투자를 가속할 가능성이 높다.

김은주 기자 > 이번 인수를 두고 각 보고서나 외신에서도 일본제철이 미국 시장에서 가장 주력할 분야는 자동차강판과 전기강판으로 보고 있다. 일본제철은 이 두 분야에 집중적으로 자본을 투입해 미국 내 안정적인 공급 기반을 확대해 나갈 걸로 예상된다.

게다가 현재 미국 내에서는 현대차를 비롯해 도요타, 닛산, 벤츠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생산 확대를 진행 중이거나 검토 중이다. 이런 흐름에 맞춰 뉴코와 같은 미국 철강사들도 고급강판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이 높아, 앞으로 미국 내 고급강 시장 경쟁은 훨씬 치열해질 걸로 예상된다.

유승록 소장 > 일본제철은 우선 자동차 강판 등 고급강 제품의 미국 내 점유율 확대를 목표로, 이 분야에 대한 설비 효율화에 집중할 걸로 예상된다. 이건 일본제철이 가장 자신 있는 분야이기도 하고, 투자 대비 효과가 빠르게 나타날 수 있는 영역이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전기강판인데 일본제철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분야인데, 미국은 이 제품을 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미 일본제철은 전기강판에 대한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사업을 전개할 걸로 보인다. 이는 한국을 비롯한 주요 수출국 입장에서는 분명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유승록 스틸앤스틸 철강산업연구소 소장

 

Q> 과도한 자금 투자가 일본제철 자체의 유동성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은?

유승록 소장 > 이번 인수에 들어간 자금 141억 달러는 일반 대출보다 이자율이 높은 단기차입으로 마련됐다. 인수 이후 일본제철의 유이자 부채는 약 5조 엔으로 증가하게 되었고, 이를 기준금리 3%로 가정할 때 연간 이자 부담만 600억 엔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2028년까지 약 110억 달러에 이르는 추가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미국 사업에서의 충분한 수익성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최근 미국 철강사들의 경쟁력이나 수익성 악화를 고려했을 때 상당한 부담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일본제철은 자금 확보를 위해 단기 대출 외에도 유상증자 등 다양한 방법으로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한성호 자문위원 > 일단 인수 금액 149억 달러는 전액 현금으로 지급된다. 자금은 보유 현금과 단기 차입을 통해 마련하고, 향후에는 장기 회사채 발행이나 금융기관의 신용 공여도 활용할 수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 등 정부 계열 정책금융기관의 저리 융자 가능성도 존재한다.

2024년 기준 현금성 자산은 1조 엔 이상, 순부채비율은 40~50%대로 재무구조는 비교적 안정적이으로 보이며, 일본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미국 내 고부가 제품 매출 확대가 기대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자금 흐름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경기 악화나 대규모 후속 투자 시 재무 건전성 유지를 위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Q> 미국 시장 내 판도가 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국내 철강기업들의 대응 전략은?

유승록 소장 > 향후 US스틸이 설비 확장과 고급강 부문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면, 한국 철강사들의 미국 내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 있다. 특히 일본제철이 US스틸을 통해 열연코일 등 중간재를 수출하면서 관세 인하 등의 특혜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포스코가 과거 UPI에 열연을 공급하며 AD(반덤핑) 조치를 면제받았던 전례를 고려하면, 한국 철강사의 경쟁력이 더 약화될 수 있다.

또한 캐나다·멕시코 등 우회 수출도 제약이 커질 가능성이 있어,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현대제철과 포스코의 미국 현지 합작투자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더불어 현지 고객과의 밀접한 관계 구축, 가격·품질·납기·AS 등 종합적인 고객 만족 전략이 중요해진다. 단순 소재 수출보다는 고부가가치 제품 수출로 전환해야 하며, 예를 들어 미국 해군 MRO 시장 진출 시, 중국산이 아닌 한국산 사용 보증 등으로 안보 우려를 해소하고 조선사와 공동 수주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손정수 연구위원 >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는 한국 철강업계에 경고등을 켰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시장 수출 여건은 더 어려워질 수 있으며, 미국 고객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수출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무엇보다 무역 장벽이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한국 기업들도 현지 생산 기반을 마련하는 전략을 진지하게 검토할 시점이다.

또한 미국 외 수출 물량을 대체할 새로운 시장 발굴도 병행되어야 하며, 중장기적으로는 수출 시스템 전반을 재정비해야 한다. 철강 산업은 이제 ‘글로벌 교역 중심’ 시대에서 ‘자국 및 블록 생산·소비 체제’로 전환되고 있다. 수출에 대한 기존 관념 자체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일본제철은 자국 내 고급강 중심 수출체제를 구축하는 동시에, 미국을 포함해 동남아·인도 등에 해외 생산기지를 확보해 ‘1억 톤 생산 체제’를 추진 중이다. 이는 한국의 주력 수출 지역과 중첩되며, 특히 범용강 분야에서는 직접 생산을 통해 자국 내 수요를 해결하겠다는 전략이다. 결국 고부가가치를 가진 제품이 아니면, 한국산 철강의 해외 경쟁력은 점차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