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스크랩 시장, 자금난에 흔들린다
- 거래 줄고 자금난 번지며 스크랩상 피해 사례 빈번 - 그럴싸하면 더 위험···보수적 대응이 리스크 줄여
철 스크랩 시장 전반에 자금난이 번지고 있다. 거래량 감소와 조업 축소로 스크랩업체들의 자금 압박이 심화되는 가운데, 부도·잠적·사기 피해 사례도 속속 발생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이미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요즘은 거래처가 갑자기 문을 닫고 잠적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 우리도 돈을 떼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자금을 돌려가며 버티던 스크랩상들이 폐업하거나 파산에 이르면서 선금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도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행태를 일명 ‘돌핀’이라 부른다.
돌핀은 일정 기간 거래 신뢰를 쌓은 후, 마지막에 대금을 받거나 선금을 유인한 뒤 그대로 사라지는 업자들을 비유적으로 지칭하는 은어다. 물 위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돌고래처럼, 흔적도 없이 잠적한다는 의미에서 붙은 말이다.
“요즘은 먹고살기 어려우니까 욕심이 생긴다. 큰 마진이 있다며 선금을 요구하거나, 평소와 다른 거래 조건을 제안하면 그게 위험 신호다”는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 실제 피해자들은 “그럴싸하게 접근하면 누구든 당한다”고 입을 모은다.
책임은 특정 집단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구좌업체든 중소상이든, 시장 불황 앞에 자금흐름이 막히면 누구든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시장 규모는 과거보다 축소됐지만 그에 상응하는 구조조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버티지 못한 일부 업체들이 연쇄적으로 주변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철 스크랩 값이 자고 나면 오르던 시절과 달리, 지금은 조금만 물려도 생존이 위협받는 국면이다.
한 스크랩 공급업체 관계자는 “어려울수록 보수적이고 신중하게 운영해야된다. 다 아는 얘기지만 요즘은 진짜다. 쉽지 않겠지만 작게 먹고, 안정적으로 오래 가는 게 낫다”고 말했다.
시장 내 경각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대응이나 피해 방지책은 부족하다. 공급자와 구매자 모두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업종 특성상 업계 스스로의 자정 노력과 경계가 어느 때보다 절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