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관세 적용 영향과 대응] 주요국 및 주요 철강 기업의 대응 ②

- 주요국들은 외국 외교적 대응 및 자국 철강산업 육성책 - 미국외 주요 철강기업들 공급망 다변화 및 현지생산 전략 모색

2025-07-23     한성호 자문위원

2024년 미국의 철강 수입은 약 2,600만톤을 기록했다. 주요 국별 수입을 보면, 캐나다가 전체의 22.7%인 595만톤으로 제일 많았고, 이어 브라질, 멕시코가 각각 408만톤(15.6%), 319만톤(12.2%)을 기록했다, 이어 한국이 255만톤(9.7%), 베트남과 일본이 각각 124만톤(4.7%), 107만톤(4.1%). 그 다음에 독일 98만톤(3.7%), 대만 92만톤(3.5%), 네덜란드 57만톤(2.1%), 중국47만톤(1.8%)을 나타냈고, 그 외 유럽 주요국들은 20~40만톤을 기록했다. 미국 정부의 50% 철강 관세 적용에 대한 대응 양상은 우선은 미국에 대한 철강 수출 물량에 따라 그 강도가 좌우될 것이겠지만 그 외에도 역내 무역권 혹은 현재 철강 무역의 특성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주요국별  철강수입(2024년)

미국 상무부 국제무역국, U.S. Steel Import Monitor

1. 주요국 대응

(1) 캐나다

캐나다는 미국이 금년 3월 철강에 대해 25%의 관세를 적용할 때부터 다양한 차원의 대응을 전개하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이를 단순한 통상 문제를 넘어서 국가 경제와 고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사안으로 보고, 즉각적이고 단계적인 조치를 취해 왔다.

우선 캐나다는 2025년 3월 미국의 철강 관세 25% 적용에 대해 이는 정당한 안보 사유로 보기 어렵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주의적 수단이라고 세계무역기구(WTO)에 공식적으로 제소했다. 동시에 캐나다는 미국산 철강·알루미늄 및 기타 소비재에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하며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이후 4월과 5월에는 보복관세 일부를 면제하거나 조정하는 동시에, 미국과의 협상 여지를 남기며 양자 협정(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 USMCA) 내 협상을 추진했다. 또한 미국 빅테크 기업에 부과하려는 디지털세 계획을 철회하는 등 미국과의 충돌을 줄이려는 전략도 병행했다. 그러나 보복관세 자체는 유지되었고, 캐나다 정부는 국내 철강 산업 보호를 위한 관세 환급 제도의 지원책을 도입했다.

이후 미국이 2025년 6월, 관세율을 50%로 상향한 것에 대해 캐나다 마크 카니 총리는 6월 19일의 기자회견에서 7월 21일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보복관세를 추가로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리고 7월 16일에 캐나다 정부는 관세율한도제(Tariff Rate Quota, TRQ)라는 새로운 대응 조치를 발표했다. 이 조치에는 FTA 비체결국에서 일정 수량을 초과하여 수입되는 철강에 대해 5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원료(용해·주조된 제품 포함)가 포함된 철강에 대해서는 추가로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과 노선을 같이하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판단된다. 동시에 캐나다는 10억 캐나다달러 규모의 산업 지원 기금, 공공조달 시 캐나다산 제품의 우선 구매 정책, 철강 분야 전담 태스크포스 구성 등 산업 전반의 방어 체계를 강화했다. 캐나다는 미국 외 지역 시장 다변화에 나섰다. 유럽, 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역내 무관세 원칙 유지 및 재협상도 적극 추진 중이다

미국에 대한 최대 철강제품 수출국이자, 멕시코에 이어 제2의 미국산 철강젶무의 수입국인 캐나다의 경우 이러한 관세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경우 이른바 미국 무역의존에 따른 급격한 무역전환 현상(미국 수입량이 줄어들면서 국내에 과잉공급되는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중남미나 동남아 등 다른 지역으로의 교역 다변화를 추구하는 한편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대중국 정책에 동조하면서 자국에 대한 관세 정책 적용에 대해서는 강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 EU와 영국

EU와 영국은 미국의 50% 철강 관세 적용에 대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에 대응해 왔다. EU는 강경 대응을 준비하면서도 협상의 문을 열어두는 이중 전략을 택했고, 영국은 미국과의 신속한 협상을 통해 관세 예외를 확보하며 실리를 추구했다.

EU는 관세 인상 이후, 7월 13일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대응 조치를 유보하고 8월 초까지 협상 기간을 확보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와 동시에 EU 집행위원회는 미국이 협상에 불성실할 경우를 대비해 약 720억 유로 규모의 미국 수입품에 해당하는 보복 관세 리스트를 마련해 두었다고 알려졌다(로이터, Trump demands more concessions as EU holds off on US tariff countermeasures, 2025.7.14.). EU는 이미 2023년 12월에 발효된 반강제 수단 제도*를 활용해 미국의 관세 정책에 의한 경제적 압박에 맞설 계획도 준비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는 G7 회의에서 미국과의 조속한 협상을 촉구했고, EU 전체 차원에서도 미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인도네시아 등 제3국과의 무역 협정을 병행 추진하고 있다. 현재 EU는 8월 초까지 협상 여지 남기기 전략을 유지하며 보복 조치를 유예하고 있다.

※ 반강제 수단(Anti-Coercion Instrument, Regulation 2023/2675) : 비EU 국가의 무역 또는 투자 수단을 이용한 경제적 압박 행위를 판단하고 대응할 수 있는 법적 근거

한편, 영국은 EU와 달리 양자 협상을 통해 전략적 예외를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미국의 관세 인상 발표 이후, 영국은 주요 철강 품목에 대해 관세 인상 대상에서 제외되는 조치를 신속하게 얻어냈다. 이 결과는 2025년 5월 체결된 영국-미국 간 경제 번영 협정의 연장선으로, 양국은 철강 외에도 자동차, 소고기 등 다양한 분야의 관세 협정도 함께 논의하고 있다.

영국은 또한 자국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국내 조치를 취했다. 4월에는 철강산업 특별조치법(Steel Industry Special Measures Act)을 제정해, 노후 설비 유지와 일자리 보호를 위한 공장 운영 권한을 국가가 확대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영국 무역장관은 미국 고위 관계자들과의 협상을 통해 예외 적용 범위와 조건에 대해 논의를 지속하고 있으며, 예외가 적용되지 않는 일부 품목이나 중국산 원재료가 포함된 제품에 대해서는 향후 재협상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영국의 철강산업 특별조치법(Steel Industry Special Measures Act 2025) 

(1) 법 제정 배경 및 목적

- 2025년 3월, 중국 Jingye 그룹이 스컨소프(Scunthorpe) 용광로 가동 중단 계획을 발표하자, 영국 정부는 G7 국가 중 유일하게 원재료 기반 제철 능력을 잃게 될 위기감 속에 즉각 대책을 마련

- 정부는 “용광로가 한 번 멈추면 재가동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가 안보·공공이익 차원에서 즉각 개입해야 한다고 판단

(2) 주요 내용

- 자산 사용 지시권 : 비즈니스·무역부 장관이 철강 기업에게 자산의 계속·안전한 사용을 위해 지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

- 불응 시 자산 통제권 :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경우 자산을 직접 통제(enter premises, prevent disposal 등)할 수 있음

- 벌칙 조항 : 지시를 방해하거나 불이행할 시 최고 징역 2년 또는 벌금형

- 비용 회수권 : 통제·개입으로 인한 정부 지출은 대상 기업에 청구 가능

- 법원 명령 가능 : 고등법원 명령을 통해 긴급조치를 보장할 수 있음

EU는 공세적인 협상 전략과 보복 관세 준비를 병행하며 미국의 압박에 공동 대응하려는 접근을 택했고, 영국은 양자 외교를 통해 제한적이지만 즉각적인 이익 확보를 우선시했다. 양측 모두 자국 산업 보호와 무역안보 확보를 핵심 목표로 하고 있으며, 향후 미국의 대응 여부에 따라 추가 조치의 가능성도 열려 있는 상황이다.

(3) 일본

일본은 미국의 최근 관세 정책에 따른 상황을 국가적 위기로 간주하고 전방위적 대응에 나섰다. 일본 정부는 과거에도 미국과의 통상 마찰을 경험한 바 있지만, 이번 관세 인상은 특히 정치·경제·외교 전반에 걸쳐 중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우선 일본 정부는 미국에 철강 관세 면제를 공식 요청하고, 이를 위해 강도 높은 무역 협상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과거 2022년 미국과의 협상에서 연간 125만 톤까지 무관세 수출이 가능한 쿼터(TRQ)를 확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도 유사한 조치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일본 대표단은 미국과 최소 다섯 차례의 실무 협상을 진행했으며, 철강뿐 아니라 자동차, 알루미늄, 농산물 등 주요 품목의 기저 관세 축소 또는 철폐를 협상 의제로 삼았고, 일본의 협상 담당자들은 “일부 진전이 있었다”고 밝히며 협상 여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일본 총리는 이번 사태를 국가적 위기로 규정하며, 초당적 대응체계를 마련했다. 이를 위해 장관급 협의체를 구성하고, 여야 정당과 산업계를 아우르는 위기 대응 플랫폼(미국 관세 대응 종합 본부)*을 가동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미국 의존도를 줄이고, 식량·에너지·안보 등 자립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단기적인 무역 대응을 넘어 전략적 자립체계 구축을 병행하고 있다.

미국 관세 대응 종합본부(2025.4.8.~) : 범정부 차원의 상담체제의 정비, 영향을 받는 기업의 자금 등의 지원강화, 고용유지와 인재육성, 국내소비환기책 강화와 국민의 삶의 뒷받침, 산업구조의 전환과 경쟁력강화 정책 추진

일본 정부는 또한 일본제철의 미국 US스틸 인수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른바 관세 상쇄용 투자 카드로서, 미국 내 생산설비 투자 확대를 전제로 관세 면제 혹은 유리한 협상 조건을 도출하려는 전략이다. 이는 경제협력과 투자 유치를 통해 미국의 통상 압박을 완화하려는 실용주의적 접근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대응과 함께, 일본은행은 관세 인상이 일본 수출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현재까지 수출 감소는 제한적이지만, 일부 산업에서는 자본지출 지연, 기업 수익성 악화,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임금 압박 등이 감지되고 있으며, 일본은행은 중장기적인 불확실성에 대비해 정책 유연성을 강화하고 있다.

외교적 차원에서도 일본은 다각적이고 밀도높은 채널을 확보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25 오사카 월드엑스포를 활용하여 미국 재무장관과 일본 총리 간의 직접 협상, 그리고 무역 협상관을 중심으로 한 대표단 협의가 집중적으로 진행되었다. 이 자리를 통해 일본은 철강 분야에 대한 협상뿐 아니라, 보다 넓은 통상 및 안보 협력을 포함한 전략적 틀에서 미국과의 관계를 조율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일본은 이번 고율 관세 사태에 대해 단기적인 무역협상은 물론, 정치적, 외교적, 산업정책적 대응을 병행하면서 다층적 접근을 취하고 있으며, 그 핵심은 대미 협상의 주도권 확보와 전략적 자립 기반 강화에 있다고 볼 수 있다.

(4) 중국

중국은 미국의 관세 인상 적용 조치에 대해 직접적인 보복보다는 다층적인 외교·경제 전략을 통해 대응에 나섰다. 중국 정부는 이번 조치를 단순한 통상 갈등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과 전략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으로 인식하며, 다양한 차원에서 대응 조치를 실행하고 있다.

우선 중국은 미국의 관세 인상이 WTO 규범에 어긋난다고 판단하고, 2025년 4월 WTO에 공식 제소를 제기했다. 동시에 미국과의 협의 여지를 남기며 양자 및 다자 협상을 통한 해결을 선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상무부는 “상호 존중과 공정성을 기반으로 한 협상을 통해 무역 분쟁이 확대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외교적 절차와 병행해 보복 관세 조치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4월 중순, 중국은 미국산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농기계, 곡물, 육류 등 주요 수출 품목에 대해 10~15% 수준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며 대응 수위를 조정했다. 이는 미국의 50% 관세 발표 이후 단계적으로 확대된 조치이며, 향후 미중 무역협상 경과에 따라 추가 보복도 가능하다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특히, 중국은 전략 자원인 희토류와 희귀 금속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의 수위를 높였다. 2025년 5월부터는 해당 자원의 수출에 특별 허가제를 도입했으며, 이는 미국의 반도체·배터리·방산 산업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려는 계산이 담긴 조치이다.

외교적 차원에서는 협상 테이블 복원 시도도 추진하고 있다. 7월 18일 중국의 상무부장 왕원타오는 “미국과의 협상이 일정 수준 진전됐으며, 무역 전쟁 재개는 피할 수 있을 것”이라며 8월 12일까지 포괄적인 무역 합의를 도출하자는 입장을 내놓았다. 중국은 미국이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일 경우, 기존 갈등을 완화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국내 경제의 안정적인 운영과 구조 전환에도 힘을 쏟고 있다. 중국은 수출 구조를 일부 조정하며 관세 부담을 회피하고자, 완제품보다는 반제품인 철강 빌릿(billet) 수출을 확대하는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관세를 회피하면서도 수출을 유지할 수 있는 일종의 우회로로 평가받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철강 시장에서 가격 경쟁 및 시장 왜곡의 우려를 낳고 있다.

중국은 이번 미국의 철강 관세 조치에 대해 WTO 제소와 외교적 협상, 보복 관세, 전략 자원 통제, 산업 구조 전환이라는 복합적 대응 전략을 펼치고 있다. 동시에 철강 수출 방식 전환과 경제 안정화 노력을 통해 실질적인 충격을 최소화하고 있으며, 향후 협상 추이에 따라 대응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단기적인 맞대응보다는 장기적인 통상력과 전략적 자율성 확보에 중점을 둔 접근으로 평가할 수 있다.

2. 주요 철강기업들의 대응(미국계 기업 제외)

미국 이외의 글로벌 철강기업들은 미국의 고율 철강 관세 적용에 대해 각기 다른 방식으로 대응에 나섰다. 이들은 관세 회피를 위한 미국 내 생산기지 확대, 고부가가치 제품 집중, 관세 면제 협상, 가격 전가 전략, 공급망 다변화 등 다양한 전략을 복합적으로 구사하고 있다.

유럽계

유럽의 대표 철강사인 살츠기터(Salzgitter), 티센크루프(ThyssenKrupp), 아르셀로미탈(ArcelorMittal)은 미국의 관세 조치가 유럽 철강산업의 수출에 타격을 줄 것이라 우려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살츠키터 CEO는 이러한 관세 조치로 인해 아시아산 저가 철강이 유럽 시장에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경고했고, EU 집행위에 수입쿼터 강화와 ‘철강 및 금속 대응 계획(Steel and Metals Action Plan)’의 신속한 실행을 요구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유럽 철강사들은 당장의 수출 손실을 줄이기 위해 EU 차원의 보복 조치와 시장 보호 전략 강화를 정부에 요청하는 동시에, 미국 외 수요 시장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아르셀로미탈은 미국의 철강 관세의 50% 인상 조치에 대해 신중하고 전략적인 대응을 펼치고 있다. 이 회사는 관세 조치가 시행되기 전부터 이를 예상하고, 사전 출하를 자제하는 방식으로 초기 충격을 최소화했다. 이는 시장에 과잉 공급을 유발하거나 재고 비용을 높이는 위험을 피하려는 목적이었다.

무엇보다도 아르셀로미탈은 미국 시장에서 저가 판재류 중심의 수출이 아닌, 자동차용 고급 강판 등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수출 구조를 이미 구축해 왔다. 이로 인해 관세 인상에도 비교적 제한적인 영향을 받으며,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또한 장기적인 대응 전략으로 북미 현지 생산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미국 앨라배마 등지에서 신규 또는 증설 투자를 통해 현지 생산 비중을 높이고, 관세 부담 없이 미국 내 수요에 직접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등 미국 내 생산 우대 정책에도 부합하는 전략적 선택이다.

아울러 아르셀로미탈은 유럽연합(EU)의 ‘철강 및 금속 산업 대응 계획(Steel and Metals Action Plan)*’을 공식 지지하고 있으며, 고에너지 가격과 무역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보호 장치 강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회사는 EU에 덤핑 방지, 경쟁력 회복, 저탄소 전환 등 다각적인 산업정책을 요구하고 있으며, 유럽 철강 산업의 구조적 대응에서도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 철강 및 금속산업 대응계획 : 미국의 고관세 및 글로벌 과잉 생산으로부터 유럽 철강·금속 산업을 보호하고, 경쟁력 강화 및 녹색 전환 촉진을 위한 전략적 정책. 저탄소·저비용 에너지 확보, 탄소 누출 방지와 무역 보호 강화, 유럽 산업 역량 보호, 원형경제 및 재활용 촉진, 고용 보호 및 스킬 전환 지원, 탈탄소화 및 투자 촉진의 6대 정책 축을 제시

인도계

인도에 본사를 둔 타타스틸(Tata Steel)은 미국의 철강 관세 50% 인상 조치에 직면하여 복합적인 전략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특히 유럽 내 계열사인 타타스틸 네덜란드(Tata Steel Nederland, TSN)는 미국 자동차 업계에 고성능 특수강을 공급하는 핵심 공급처로, 관세 부과 시 고객사들이 직접 타격을 입는 구조이다. 이를 의식한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TSN이 생산한 제품에 대해 관세 면제를 요청하는 로비를 진행하고 있으며, TSN 역시 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타타스틸은 미국 정부와의 면제 협상에 집중하고 있으며, 정치적 변화나 무역 환경의 변동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탄력적인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유럽 본사 차원에서도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데, 특히 네덜란드의 IJmuiden 제철소에서는 약 1,600명의 감원이 계획되는 등 비용 절감을 위한 조치가 병행되고 있다. 이는 관세에 따른 수익성 저하에 대비한 선제적 조치로 평가된다.

영국 웨일스의 포트탈봇(Port Talbot) 제철소 역시 타타스틸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영국은 미국과 철강 관세 면제 협정을 체결했지만, 타타스틸 제품이 실제로 면제 적용 대상이 될지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와 타타스틸은 미국 측과 긴밀한 협의를 이어가고 있으며, 관세가 그대로 적용될 경우 연간 1억 5천만 파운드 규모의 수출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타타스틸은 미국 의존도를 줄이고자 전 세계 고객 기반 확대 및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공급망 재편에도 나서고 있다. 특히 자동차용 고급 강판과 같은 전략 제품을 중심으로 미국 외 지역으로 판매처를 다변화하면서 위험을 분산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중국계

중국 철강업계는 미국의 50% 철강 관세 부과에 대해 전통적인 대응 대신 반제품 전략을 통한 우회 대응이라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 인도네시아,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시장에서 완제품에 부과되는 고관세를 피하려고, 중국 철강 기업들은 반제품(billet) 형태의 수출을 크게 늘려 왔다. 2025년 1~5월 기준, 중국의 반제품 수출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배 증가한 약 472만 톤으로, 총 철강 수출의 10% 수준에 달했다.

이러한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바오산 철강(Baoshan Iron & Steel), 사강 그룹(Shagang Group), 드롱 철강(Delong Steel) 등이 있다. 바오산 철강은 중국 국유기업 바오우(Baowu)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연간 수천만 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가진 대형 제철기업이다. 이 회사는 미국의 고율 관세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대신, 수출 전략을 전환하여 반제품 형태의 공급을 늘리고 있다. 민영 철강사 중 최대 규모인 사강 그룹은 장쑤성에 본사를 둔 기업으로, 이미 수년 전부터 동남아 및 중동 국가를 대상으로 반제품 수출을 강화해 왔다. 사강은 특히 중간재인 빌렛을 해외 고객사에 공급하고, 이들 고객이 현지에서 압연 및 가공을 거쳐 최종제품을 생산하는 공급망을 형성해 미국 관세를 우회하고 있다. 드롱 철강은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지만, 반제품 중심 수출 구조를 일찍부터 정착시켜 미국뿐 아니라 중동·동남아 시장으로의 수출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다. 2025년 상반기 동안 중국의 빌렛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가운데, 롱은 이 흐름을 대표하는 주요 수출 기업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 전략은 각국이 완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반제품에는 상대적으로 제재가 적거나 없기 때문에, 수출 시장을 유지하거나 대체하려는 실질적인 대응책으로 작용한다. 반제품은 이후 현지 공장에서 최종 제품으로 가공되어 미국, 유럽 등으로 재수출되기도 한다. 그러나 중국 철강 관련 업계에서는 반제품 전략의 장기적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철강협회(CISA)는 이번 전략이 "저부가가치 제품에 치중하는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지적하며, 수출세 도입 등 정책 개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관세를 회피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고부가가치 전환을 지연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