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로 제강 원가 부담↑…빌릿 수입, 대안 가능성은?
- 철 스크랩 고비용·설비 부담 속 빌릿 일시적 가격경쟁력 - 환율·시세 상승에 수입 확대는 제약···조건 맞아야 가능
중국산 빌릿 수입을 둘러싼 국내 제강업계의 계산이 복잡해지고 있다. 전기로 가동률 저하로 인한 고정비 부담과 철 스크랩 가격 상승이 맞물리며, 한때 수입 빌릿이 원가 측면에서 유리한 대안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빌릿 시세와 환율이 동반 상승하고, 설비 구조상 제약도 여전해 수입 확대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 늘어가고 있다.
당시 중국산 빌릿 가격은 톤당 436~438달러(CFR 기준), 환율은 1,358원 수준이었다. 이를 원화로 환산하면 약 60만 원이며, 여기에 압연비 약 10만 원을 더하면 철근 완제품 기준 생산원가는 70만 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같은 시기 국내 제강사들의 철 스크랩 구매단가는 중량A 기준 톤당 42만 원 수준으로, 여기에 압연비 30만 원을 더하면 원가는 약 72만 원으로, 스크랩 대비 빌릿을 사용한 생산이 더 저렴한 구조가 연출됐다.
특히 전기로 가동률이 낮아지며 고정비 부담이 늘어난 상황에서, 일부 제강사들은 “실질 원가는 77만 원에 가깝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수입 빌릿의 상대적인 가격 경쟁력이 부각됐다.
하지만 이러한 조건은 오래가지 않았다. 7월 중순 이후 중국산 빌릿 가격은 톤당 455~460달러까지 올랐다. 원달러 환율도 1,388원 수준까지 오르며 원화 기준 수입가는 약 63만 원 수준으로, 여기에 압연비를 포함하면 완제품 기준 원가는 73만 원에 육박한다. 특히 단압 업체의 경우는 압연비가 13만 원에 달해 생산원가는 76만 원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금 계약하려면 실질적으로 7월 초보다 45~50달러는 더 줘야 한다. 이 정도면 스크랩을 녹여 만드는 것과 원가 차이가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구조적 제약도 수입 확대의 걸림돌이다. 현재 빌릿 수입 계약은 대부분 제강과 압연 설비가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 제강사들 및 단압업체에 집중돼 있다. 반면, 그렇지 않은 업체들은 빌릿을 수입하게 되면 제강 설비 가동을 멈춰야 하는데, 이는 고정비 상승과 설비 유휴화로 이어져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국내 철 스크랩 기반 생산도 간단하지 않다. 최근 중량A 기준 매입단가는 41만 원 수준이지만, 감산 여파로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고정비 부담이 늘어난 상태다.
이에 일부 제강사들 사이에서는 “비가동률이 높아지면서 실제 원가는 스크랩 단가에 기존 압연비 30만 원이 아니라 35만 원을 더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스크랩 기반 원가는 76만 원에 근접하기 때문에, 여전히 수입 빌릿이 일부 제강사들에게 유리한 선택지로 여겨질 수 있다.
다만 지금처럼 빌릿 시세와 환율이 모두 불리하게 움직이는 상황에서 추가 수입 확대가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수입 빌릿이 철 스크랩 수요를 전면 대체하긴 어렵지만, 존재 자체로 시장 심리에 일정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결국 빌릿 수입은 철근 시황, 국제 시세, 환율, 설비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달라지는 조건부 선택지일 뿐이다. 일부 제강사 입장에서는 수입이 유리해 보일 수 있지만, 시장 전체 흐름에서 본격적인 수입 확대는 쉽지 않은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성수기 진입으로 수급이 더 빠듯해지거나, 빌릿 시세가 다시 하락할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