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철강 막히자…중국, 동남아·중동에 설비 투자 러시
- 베트남·한국, 중국산 철강 무역규제 강화 중 - 미국, 우회수출 차단 나서...중국산 겨냥 목적 - 中, 동남아·중동 중심으로 수출 다변화 가속화 - 바오산강철, 사우디에 그린필드 프로젝트 추진 중
글로벌 무역장벽이 강화되는 가운데, 중국 철강사들이 설비 이전 및 해외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한국 등 주요 수출국들이 중국산 철강에 대한 규제를 잇따라 강화하면서 무역장벽이 상대적으로 약한 국가를 위주로 파고드는 모습이다.
중국산 철강 겨냥한 반덤핑 규제 확산...미국의 우회수출 규제도 강화 중
중국 최대 철강 수출처인 베트남은 중국산 열연에 올해 3월부터 반덤핑 잠정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7월에는 최종 관세를 확정했다. 최종 관세율은 23.01~27.83%로 기존 잠정치(19.38~27.83%)보다 최저 관세율이 높아졌다. 이외에도 4월에는 중국산 아연도금강판에 대해서도 최대 37.13%의 반덤핑 잠정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한국도 중국산 제품에 대한 무역규제를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은 3월 중국산 열연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으며, 4월 중국산 후판에 27.91~38.02%의 잠정 관세를 부과하기로 확정했다. 업계에서는 중국산 열연에 대한 예비 판정은 이달 말, 후판에 대한 최종 판정은 내달 말 나올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주요 수출국들의 압박에 더해 미국은 중국산 제품의 우회수출까지 차단하고 있다. 중국산 철강이 미국으로 수출되는 비중은 1% 미만에 불과하지만, 아세안 국가들을 통한 미국으로의 우회수출이 상당하다고 보고 이를 막기 위한 조치에 들어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상호관세 발표 이후 영국·베트남·인도네시아와 잇따라 무역합의를 성사시켰으며, 이들 국가와의 합의에 중국산 제품의 우회수출을 제한하는 조항을 포함시키고 있다.
베트남과의 무역합의가 대표적이다. 미국은 베트남산 모든 대미 수출품에 최소 2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도 제3국에서 베트남을 경유해 미국으로 수출되는 상품에는 40%의 고율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는 중국산 제품의 우회수출을 겨냥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어 인도네시아와의 합의에도 유사한 내용이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 높은 관세율이 적용되는 국가에서 인도네시아를 거쳐 환적하는 경우, 해당 국가의 관세율을 인도네시아 관세에 추가로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동남아·중동 중심의 수출 전략 재편 불가피
각국의 반덤핑 규제와 미국의 우회수출 차단까지 겹치면서 중국 철강업계는 수출 전략 '새판짜기'을 본격화하고 있다. 즉 무역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등 국가들을 위주로 설비 이전이나 현지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최대 철강사 바오우그룹 산하 바오산강철(Baosteel)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연산 250만 톤의 직접환원철(DRI)과 150만 톤의 후판을 생산할 수 있는 일관제철소를 건설 중에 있다. 이는 바오산강철의 첫 해외 그린필드 프로젝트로 오는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중국 허난성에 위치한 헝싱커지(Henan Hengxing Science and Technology Co., Ltd.)는 최근 베트남에 연산 15만 톤 규모의 고성능 PC 강연선(Steel Strand for Prestressed Concrete) 공장 설립 계획을 밝혔다. 총 투자금은 1,000만 달러(약 139억 원) 규모다.
이밖에 신싱주관(Xinxing Ductile Iron Pipes Co.,Ltd.)은 이집트에서 연산 25만 톤 규모의 주철관 공장을 건설 중이며, 광서구이신강철그룹(Guangxi Guixin Iron and Steel Group Co.,Ltd.)은 인도네시아 칭산산업단지에 연산 180만 톤 규모의 특수강 생산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중국 철강매체 LGMI는 "미국이 다른 국가에도 제3국의 우회수출을 제한하도록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향후 중국 철강사들이 생산능력(설비)을 해외로 이전하는 것이 하나의 추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현지 자원과 관세 혜택을 활용해 동남아, 아프리카, 중동 등에 공장을 짓는 것이 주요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중국 철강사들의 해외 투자 확대는 규제 회피뿐만 아니라, 현지 철강 수요 증가와도 맞물려 있다. 올해 아세안 6개국의 철강 수요는 약 8,0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며, 건설 수요 비중은 전체 수요의 57%~89%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