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이온 배터리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 스크랩 야드 규제 만으로 문제 해결 못해 - 법 제도 정비와 자발적 참여가 필수

2025-07-29     손정수 연구위원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가 이슈로 부상 중이다. 지난 4월 부산의 한 제강사 야드의 화재. 

 

# 제강사와 스크랩 업계의 화재 리스크, 이제는 ‘외양간’부터 고쳐야 한다

리튬 이온 배터리 탓에 제강사와 스크랩 업계가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지난 4월 부산의 한 제강사 야드에서 리튬 이온 배터리에서 발화해 29시간 만에 진화되는 대형 화재가 발생한 바 있다. 이후에도 크고 작은 화재가 전국 곳곳의 스크랩 야드에서 연이어 발생하면서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제강사들은 스크랩 납품 시 리튬 이온 배터리 반입 관련 규정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감량이나 퇴송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제강사로선 어쩔 수 없는 입장이지만 규제를 당하는 스크랩 업체로선 현실적으로 대응이 쉽지 않아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휴대폰, 선풍기, 킥보드, 무선 청소기 등 다양한 제품에 내장되어 있어  스크랩 상태로 야드에 반입되면 선별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스크랩 야드의 한 관계자는 “입고된 이후에는 이미 손쓸 수 없는 상태”라며 “사전에 유입되지 않도록 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스크랩 야드는 화학공장처럼 인화성 물질이 많은 곳은 아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경량 스크랩에는 오일이나 플라스틱 등 가연성 이물질이 함께 섞여 있고, 철 이외의 폐자원도 함께 취급되기 때문에 화재 위험은 언제든지 존재한다. 특히 소규모 야드 업체일수록 관리가 취약해 피해 규모가 더 클 수 있다.

한국철강자원협회 관계자는 “리튬 이온 배터리 회수를 담당하는 한국 배터리 순환 자원협회조차 스크랩 야드에서 화재가 일어나는지 모를 정도로 스크랩 야드는 리튬이온 배터리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말했다. 또 “실사를 나가 보면 비전문가가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배터리가 스크랩 더미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고 실태를 전했다.

# 제도 개선의 첫걸음은 시작됐지만…

다행히 정부도 제도 개선에 나섰다.

환경부는 내년 1월 1일부터 전기·전자제품 생산자 책임 재활용제도(EPR)의 적용 대상을 기존 50종에서 소형 가전제품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그동안 EPR 회수 대상에서 제외돼 스크랩 야드로 유입되던 휴대용 선풍기, 전동 킥보드 등도 새롭게 포함된다.

또 리튬이온 배터리를 색으로 구분해 분리 회수의 효율성을 높일 예정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제도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특히 재활용 시스템은 배출 단계에서의 분류가 핵심이다. 지금까지는 대형 가전 위주로 EPR이 적용돼 비교적 체계적인 회수가 이뤄졌지만, 소형 가전은 수입량이 많고 브랜드도 다양해 관리의 사각지대가 많다. 결국 일반 배출자가 잘 분류해 내는 것이 선결 과제다.

이 과정에서 강제적인 규제와 함께 인센티브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빈(공) 병 회수처럼, 리튬 이온 배터리가 포함된 제품을 배출자가 분류해 반납할 경우 소정의 보상이나 포인트 등을 제공하는 방식을 도입하면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 기술과 현장 대응도 병행돼야

제도적 보완과 함께, 현장 대응 시스템 구축도 병행되어야 한다. 현장 대응은 반입을 차단하는 선별 및 분류기 그리고 화재 대응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제강사들은 스크랩 납품업체에 반입 금지와 규제만 얘기 할 것이 아니라 선별할 수 있는 장비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 X-ray 기반 선별기나 AI 비전 인식 시스템 등 다양한 탐지 기술이 개발되어 있다. 제강사는 야드 반입을 억제하도록 분류 선별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스크랩 야드인데 가격과 유지 관리 문제로 인해 도입이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와 지자체, 협회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또 하나의 핵심은 화재 대응력 강화다.

재활용 업의 특성상 100% 완전한 분류는 불가능하다는 전제를 갖고, 야드 관리자와 직원들에게 화재 대응 교육과 매뉴얼 숙지가 필수다. 최근 철자원상생포럼에서는 안성을 시작으로 리튬 이온 배터리 화재 대응 순회 교육을 전국 투어를 마무리했지만,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리튬이온 배터리 전용 소화기 같은 기본 장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야드가 대부분이다. 전용 소화기의 존재를 모르는 경우도 많고 가격도 일반 소화기의 4~5배 수준이어서 부담이 큰 탓이다. 자원협회에서 공동구매 추진도 고려하고 있는 듯 하지만 역시 정부의 안전 장비 지원과 연계해 확대할 필요가 있다.

#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않으려면’

지금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이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사용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고, 그에 따라 야드 화재 위험성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제도를 정비하고, 제강사는 책임 있는 납품 관리와 선별체계 구축에 나서야 하며, 스크랩 야드 역시 교육과 시설 개선을 통해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 각자가 자신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수리할 것은 수리하고 요구할 것은 분명히 요구해야 할 때다.

더 이상 소를 잃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외양간부터 고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