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철강 빌릿 수출 금지 연장···완제품 중심 구조로 전환

- 생산 증가·철근 수출 확대···정책 효과에 자신감 - 한국산 수출 여건 변화 가능성···기술 협력 여지 주목

2025-07-21     곽단야 기자

카자흐스탄이 철강 빌릿(HS 7206)과 기타 반제품(HS 7207)의 수출을 오는 12월까지 전면 금지한다.

지난해 말 시행된 수출 제한 조치는 당초 6개월 한시로 계획됐으나 정부가 산업 전환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추가 연장을 결정했다. 이 조치는 도로, 철도, 해상, 항공 등 모든 운송수단을 통한 수출을 금지하며, 유라시아경제연합(EAEU)의 통상 규정과 국가 산업법에 근거해 시행되고 있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이번 조치를 단순한 수출 통제가 아닌 산업 구조 고도화의 핵심 수단으로 보고 있다. 중간재인 빌릿을 해외로 반출하기보다 자국 내에서 철근, 강판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가공·소화해 내수 중심의 철강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산업건설부는 수출 제한 이후 자국산 철근 수출이 약 3만 톤 증가했다고 발표하며 정책 효과를 강조했다.

그간 카자흐스탄의 빌릿 수출은 우즈베키스탄에 집중돼 있었다. 2024년 기준 전체 수출의 99.9%가 해당 국가로 향했다. 우즈베키스탄은 이 물량을 기반으로 압연·도금 등 후속 공정을 거쳐 재수출까지 수행하고 있다.

반면, 카자흐스탄은 전기로(EAF) 기반의 빌릿 생산에 머무르며 상대적으로 낮은 부가가치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수출 제한 이후 생산 지표는 개선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2025년 1~4월 철강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9.1% 증가한 141만 톤을 기록했으며 같은 기간 평판재 생산은 14.8% 증가한 95.8만 톤으로 집계됐다.

2024년 전체 기준으로는 철강 생산 417만 톤(+9.5%), 평판재 290만 톤(+18.2%)을 기록하며 성장세가 이어졌다.

정책의 실행 주체는 카자흐스탄 유일의 통합 제철소인 Qarmet(舊 아르셀로미탈 테미르타우)이다. Qarmet은 긴제품(Long Products), 코크스, 소결광, 평판재 등 다양한 제품을 일관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2025년 철강 생산 목표는 370만 톤으로 설정했다.

이와 함께 중국 Xinxing 및 MCC와의 합작을 통한 연성주철관 공장 설립, 금속·광산 산업 협력 프로젝트도 병행 중이다.

- Qarmet에서 생산하는 빌릿

카자흐스탄 정부는 빌릿 수출 제한과 함께 철강산업 전반에 대한 보호 기조도 유지하고 있다. 중국 및 우크라이나산 아연도금강판과 무계목 강관(Seamless Pipe)등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2025년 9월까지 연장 적용 중이며, 이는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해석된다.

다만, 정책의 지속적 추진을 위해 해결해야 할 구조적 과제도 존재한다. 빌릿 내수 집중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변동성과 단일 기업 의존에 따른 시장 왜곡, WTO 및 EAEU 규범과의 충돌 가능성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 철강업계에도 중장기적 영향이 예상된다. 현재 한국은 철근, 형강, 냉간압연재 등 완제품 중심으로 카자흐스탄에 수출하고 있으나, 현지의 생산능력 확충 및 국산화 기조가 강화되면서 일부 수입품에 대한 대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산업 보호 및 공급망 내재화 흐름 속에서 인증 기준 강화, 조달 우선권 부여 등 간접 규제가 도입될 경우, 시장 접근성이 점차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냉간압연·도금 등 기술 경쟁력이 있는 분야에서는 설비 수출, OEM 생산, 합작 투자 등의 방식으로 현지와의 협력 기회가 존재한다. 카자흐스탄 정부도 산업고도화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 유치와 기술 협력을 병행하고 있어,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의 본질을 ‘산업 보호’가 아닌 ‘산업 재구조화’에 두고 있다.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생산 체제로의 전환, 내수 기반 강화, 외부 의존도 완화를 위한 구조적 변화가 지속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