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STS 업계, 통상 장벽 속 '시장 쟁탈전' 격화
최근 주요국들의 수입 규제 강화가 이어지면서 아시아 스테인리스 생산업체들이 수출길이 막힌 채 가능한 수출 및 내수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대만·인도네시아·베트남 등 주요 아시아 생산국들은 잇따른 반덤핑을 포함한 다양한 통상 조치에 발이 묶인 가운데 가격 인하를 통한 판로 확보에 고군분투하고 있는 모습이다.
반덤핑 조치 등 전 방위 무역 규제 확대
국내의 경우 3개국 AD 조치 5년 재연장, 베트남산 스테인리스 냉연에 대해 7월 11일 부로 최종 관세가 부과되며, 3월 25일부터 중국산 스테인리스 후판에 대해 21.62%의 잠정 관세를 부과 중에 있으며 6월 26일 5년 간 관세 부과를 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중국은 지난 7월 1일부터 인도네시아, 한국, EU, 영국산 스테인리스 반제품과 열연 코일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를 5년 더 연장했다. 관세율은 EU·영국 43%, 한국 23.1~103.1%, 인도네시아 20.2%이며, 포스코는 수출 가격 약속을 지킬 경우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다.
대만은 한국과 중국산 스테인리스 냉연강판에 대해 각각 37.65%, 38.11%의 AD 관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 조치는 2025년부터 2030년 3월까지 벌써 3차 연장됐다. 대만 유스코는 올해 중으로 베트남산 스테인리스 냉연에 반덤핑 조사를 신청 준비 중이다.
태국은 한국·중국·대만·베트남산 스테인리스 강관·튜브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 중이며, 2022년 9월부터 해당 조치를 추가로 5년 연장한 상태다. 관세율은 기업 및 국가별로 최소 2.38%에서 최대 310.74%까지다. 또한 2024년 10월에는 베트남산 스테인리스 냉간압연제품에 대해 AD 조사를 개시한 상태다.
튀르키예는 기본적으로 스테인리스 냉연 제품에 대해 12%의 수입 기본 관세를 적용하고 있으며, 2024년에는 포스코 등 현지 진출 한국계 기업들의 요청으로 중국·인도네시아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도 개시한 상태다. 다만 아직 관세 부과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미국 상무부는 전체 수입 철강재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최근 대만산 일부 스테인리스 냉연 코일에 대해 7월 7일자로 21.2%의 잠정 관세를 예고했다. 최종 판정은 120일 이내에 내려질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은 7월 4일부터 중국산 스테인리스 강관에 대해 톤당 1,340.52달러의 AD 관세를 5년 간 재부과하기로 했으며, 이는 304·316 용접관이 적용 대상이다. 또한, 브라질은 6월 30일자로 중국·인도·인도네시아산 스테인리스 열연 제품(두께 2~50.8mm)에 대해서도 AD 조사에 착수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글로벌 쿼터를 축소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 여부에 따라 새로운 조치 가능성도 열려있다. 중국과 대만, 인도네시아에 대한 스테인리스 관세 부과 뿐 아니라 인도네시아산 원소재 사용에 대한 우회덤핑 관세도 부과 중이다. 내년 1월 1일부터는 CBAM(탄소국경세) 부과되어 사실상 또 다른 관세로 작동할 전망이다.
인도는 제품별 쿼터를 시행 중이며 BIS 신인증 제도를 도입해 해당 제품의 전 단계 소재 인증까지 받아야하는 절차를 강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도 정부도 종국에는 AD 조치를 내릴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이처럼 특히 아시아산 스테인리스 제품을 겨냥한 각국의 규제 조치가 동시다발적으로 확대 강화되면서, 해당 국가들의 수출 여력은 더욱 제약을 받고 있다. 특히 중국, 대만, 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주요 생산국들은 이러한 제재 조치 속에서 수출 활로를 확보하기 위해 가격 인하 경쟁을 벌이거나, 관세 조치가 없는 특정 국가들로 물량을 집중적으로 포화하는 중이다.
아시아 수출업체들 가격 인하 통한 시장 점유 유지
통상 장벽이 확산되며 아시아에서 생산된 제품이 자국 내에 풀려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수출업체들은 가격을 낮추면서까지 물량을 퍼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 내 국가들의 수요도 침체된 가운데 내수에서 소화되지 못한 물량을 저가 수출을 통해서라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는 304 냉연 코일(2B, 2mm)의 수출 오퍼를 톤당 1,890~1,930달러(FOB 기준)로 제시했지만, 실제 입찰가격은 이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트레이더들은 전했다. 일부 업체는 톤당 1,830달러까지 낮춘 가격에 협상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아시아 지역 내 7월 중순 기준 304 스테인리스 냉연 코일(2B, 2mm) 수출가격은 톤당 1,850~1,880달러(CIF))로 전년 동월 대비 최대 190달러 가까이 하락했다. 열연 코일도 톤당 1,750~1,780달러로, 1년 전보다 150달러 낮아진 상태다.
인도네시아산 스테인리스의 경우 아시아 시장에서 가장 경쟁력이 높은 제품으로 평가되지만, 좀처럼 가격 인상이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수출업체 관계자는 인니산 스테인리스 제품 역시 마진이 거의 없지만, 가격을 인상하게 되면 점유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가격을 올리는 것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한 트레이더는 “수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각 국에서 반덤핑 조치나 쿼터 제한, 신인증 도입 등으로 무역 장벽을 높이고 있다"면서 “유럽이나 미국 시장 등 상대적으로 단가가 높은 곳으로 출하를 유지하려 애쓰고 있지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 내 7월 304 스테인리스 냉연의 거래가격은 톤당 2,350~2,420유로(약 2,766~2,848달러)로, 전월 대비 최대 80유로 낮아졌다. 서차지 가격 인하와 유럽 내 수요 감소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지역 내 전반적인 감산과 구조조정이 한 차례 일어날 필요가 있어보이며, 각 국의 무역 구제 조치가 강화되고 경기 및 수요 회복이 나타날 경우 시장은 점차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가격 전쟁과 지역 간 출혈 경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