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의 세계 철강업계⑦ 작지만 옹골찬 ‘대만’

- 조강 생산능력은 약 2,500만 톤...고로 비중 65% - 지정학적 및 지리적 특성상 자국만 수요 70% 수준 - 건설 수요와 금속 소재 가공 제조가 각각 45% 차지 - 냉연도금재, 특수강, STS 등 정밀 소재 중심 발전

2025-07-21     박현욱 선임기자

글로벌 철강산업이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탄소중립 실현, 공급망 재편, 보호무역 강화 등 복합적인 변화 속에서 각국은 생산체제를 신속히 재정비하며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이에 본지는 미국, 중국, 일본, 인도, 베트남, 튀르키예에 이어 이번 7부에서는 ‘대만’ 철강산업을 조명한다.

세계철강협회(WSA)에 따르면, 지난해 대만의 조강 생산량은 1,900만 톤으로 세계 13위를 기록했다.

대만 철강산업은 지정학적 입지와 정치적 요인은 물론, TSMC를 비롯한 전자 산업의 특수 수요에 맞춰 정밀 소재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이 과정에서 고청정도·고평탄도 강재 기술이 발달했으며, 냉연강판, 전기강판, 스테인리스강, 특수강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수출 비중이 높은 편이다. 특히 냉연도금 제품은 한국과 직접 경쟁하는 주요 품목으로 꼽힌다.

대만철강산업협회 및 현지 언론에 따르면, 대만 철강 수요는 건설과 제조업 부문이 각각 약 45%를 차지하며, 나머지 10%는 기타 산업에 해당한다. 제조업 내에서도 약 90%가 금속 가공 및 제조 부문이며, 운송 분야 비중은 3% 수준에 불과하다.

한편, 대만 철강업체들은 내수 중심으로 운영했으나 2015년 이후 과잉 생산 해소와 수익성 개선을 위해 내수보다 수출 중심 전략으로 전환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대만의 주요 철강 수출국은 미국, 베트남, 일본 등이며, 수출 품목은 열연강판이 약 50%, 냉연도금재가 40~50%를 차지한다. 이 외에도 강관, 와이어로드 등의 수출도 일부 이뤄지고 있다.

조강 생산능력은 2,500만 톤 근접
/ 탄탄한 내수 기반...전기로 비중 확대
대만 철강산업은 탄탄한 내수 수요를 바탕으로 고로 중심의 생산체제에서 점차 전기로 중심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대만의 조강 생산능력은 약 2,300만~2,500만 톤 수준으로 추정되며, 이 중 고로 기반 생산은 약 1,500만~1,600만 톤, 전기로 기반은 약 800만~900만 톤에 달한다. 전체 조강 생산능력 중 고로 비중은 약 65%로, 동북아 주요 국가들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이는 대만의 지리적 여건과 내수 중심의 수요 구조에서 기인한다. 대만은 국가 면적이 비교적 협소하고, 내수 시장도 대량의 철강재가 필요한 조선, 자동차 산업보다는 금속가공(나사·패스너) 및 건설 산업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고로 설비 확장보다는 유연한 수요 대응이 가능한 전기로 비중을 지속 확대하는 추세다.

실제로 대만은 자국 내 수요의 약 60% 이상을 내수로 충당하고 있으며, 향후 과잉투자를 지양하고 점진적으로 전기로 설비를 확충해 나갈 계획이다. 이러한 방향성은 2025년 1월 대만 국가기후변화대책위원회가 발표한 탄소감축 이행계획에서도 확인된다. 당시 위원회는 철강을 포함한 6개 주요 산업부문에 대한 탄소 저감 행동계획을 제시했다.

대만 제철소 남부·중부 중심 10곳 분포
/ 지정학적·지리적 이유로 북부는 전무
대만 전역에는 현재 약 10곳의 주요 제철소가 가동 중이며, 이 중 고로 기반 일관제철소는 제철소는 2곳, 나머지 8곳은 전기로 기반 제철소로 구성돼 있다.

지리적 구조와 산업 수요 구조에 따라 남부 및 중부 지역을 중심으로 전기로 제철소가 밀집돼 있으며, 고로 기반 대형 제철소는 남부 가오슝과 중부 타이중에 각각 분포하고 있다. 아울러 화롄(Hualien), 타이둥(Taitung) 등 동부 연안 지역은 중앙산맥을 따라 산악과 절벽이 이어지는 지형으로 인해 제철소가 없다.

■ 남부 권역 – 대만 철강 산업의 심장
가오슝(Kaohsiung)은 대만 철강산업의 핵심 거점이다. 대만 최대 철강사인 차이나스틸(China Steel Corporation, CSC)이 위치해 있으며, 고로와 전기로 병행한 일관제철소로 국가 기반 산업을 책임지고 있다.

가오슝 지역에는 이 외에도 전기로 기반 제철소 4곳이 가동 중이다. 이들 업체는 주로 봉형강, 선재, 빌릿 등 범용재 생산에 집중하고 있으며, 대만 최대 항만과 산업단지가 결합된 인프라를 바탕으로 원료 수입과 제품 수출에 최적화된 구조를 갖추고 있다.

■ 중부 권역 – 대만 제2의 제철 축
타이중(Taichung)에는 차이나스틸의 자회사인 드래곤스틸(Dragon Steel)이 자리잡고 있으며, 고로와 전기로를 모두 보유한 일관제철소로 운영 중이다. 대만에서 CSC에 이어 두 번째로 고로 설비를 갖춘 사업장으로, 중부권의 중추적 철강 생산기지다.

이 외에도 장화(Changhua)와 먀오리(Miaoli) 지역에는 전기로 기반 중소형 제철소가 1곳씩 운영 중이다. 이들 업체는 내수 건설재 및 금속 가공용 제품을 중심으로 유연한 공급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 북부 권역 – 산업 수요 기반 전기로 설비 운영
도원(Taoyuan) 지역에는 대만 동화강철(Tung Ho Stee)이 전기로 설비를 운영 중이다.북부는 철강 제조보다는 반도체, 기계, 전자 등 첨단 산업이 집중된 수요지 기반 권역으로, 철강 생산보다는 재료 공급 및 유통 거점으로의 성격이 강하다. 전기로 제철소는 내수 수요 대응과 더불어,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스크랩 유통 및 재활용 허브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대만 최대 철강사 ‘차이나스틸’
/ 연간 조강 1,300만 톤…드래곤스틸·CSVC 등 자회사 보유
대만 최대 철강사 차이나스틸(China Steel Corporation, CSC)은 연간 약 1,000만~1,200만 톤의 조강을 생산하는 고로 기반 일관제철 기업으로, 대만 철강 산업의 중심축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차이나스틸은 지난해 총 1,265만 톤의 조강을 생산, 전 세계 철강사 생산량 순위에서 34위를 기록했다.

1971년 설립된 차이나스틸은 남부 가오슝에 고로 중심의 제철소를 중심으로 슬래브, 열연코일, 냉연강판, 도금강판, 전기강판 등 판재류 전반을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고강도강, 내식강, EV 외판재, 고급 전기강판 등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일본, 동남아, 중동, 유럽 등지로의 수출도 확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차이나스틸은 자체 생산기지 외에도 계열 자회사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생산·유통·가공 기능을 확장하고 있는데, 대표 자회사로 대만 중부 타이중 지역에 일관제철소를 운영하는 드래곤스틸(Dragon Steel)가 있다.

아울러 차이나스틸은 JFE 스틸과 합작으로 베트남 CSVC(China Steel Sumikin Vietnam)를 설립, 동남아 수요지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으며, 베트남 2위 일관제철소인 포모사 하틴 스틸(FHS)에도 지분 투자자로 참여해 글로벌 입지를 넓히고 있다.

차이나스틸의 전략 자회사 ‘드래곤스틸’
/ 타이중 제철소 중심…판재·봉형강 담당
드래곤스틸(Dragon Steel Corporation)은 차이나스틸(CSC)의 100% 자회사로, 대만 중부 핵심 철강 거점인 타이중 지역에 고로 기반 일관제철소를 운영하며 연간 약 600만 톤의 조강을 생산하고 있다.

드래곤스틸은 2000년대 중반 CSC의 생산능력 확장을 위한 전략적 프로젝트로 출범했으며, 2010년 고로 조업을 시작하면서 대만 북부·중부 산업권역에 강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고로 기반 일관제철 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주요 생산 품목은 슬래브 및 열연, 봉형강 등으로 모회사 CSC와 함께 대만 전역의 제조업·건설업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특히 생산된 슬래브와 열연은 CSC 가오슝 본사의 냉연·도금 등 고부가 공정용 원소재로도 활용되며, CSC 그룹 내부 밸류체인을 보완하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드래곤스틸은 최신 고로 설비와 환경 대응 시스템을 기반으로 에너지 효율화, 온실가스 감축, 공정 최적화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으며, CSC 그룹의 2050 탄소중립 목표에 맞춰 수소환원 제철 등 저탄소 기술 전환도 중장기적으로 준비 중이다.

‘동화강철’ 대만 전기로 봉형강 제강사
/ 연 300만~400만 톤 조강…친환경 녹색 공장
동화강철(Tung Ho Steel)은 연간 300만~400만 톤의 조강을 생산하는 대만 최대 전기로 기반 철강사로, 건설용 철근과 H형강 등 봉형강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왔다.

주요 생산거점은 타오위안, 먀오리, 가오슝에 자리잡고 있으며, 전기로 기반 제강-압연 일관 공정을 통해 철근, H빔, 철판, U형강, 와이어로드 등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가오슝 공장은 빌릿을 전기로로 정련, 후속 압연·가공까지 책임지는 풀라인체제로 운영되어 “친환경 녹색 공장”으로 인정받고 있다.

아울러 글로벌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동화강철은 베트남에도 진출, ‘Tung Ho Steel Vietnam Corp’를 설립했다. 베트남 바리아붕따우성 푸미(Phu My) 산업단지에 위치한 이 법인은 연간 약 100만 톤 규모의 빌릿 및 철근 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동남아 인프라 및 건설 수요에 본격 대응하고 있다.

민간 철강사 재편의 중심 ‘대만강철’
/ 봉형강부터 판재류까지 수직계열화 구축
대만강철(Taiwan Steel Group, TSG)은 2010년대 중반 이후 대만 내 중소 철강사들의 인수·통합을 주도하며, 대만을 대표하는 민간 철강그룹으로 부상한 기업이다.

전기로(EAF) 기반의 연간 조강 생산량은 약 250만~300만 톤으로 추정되며, 철근·빌릿 등 봉형강부터 열연·냉연·도금강판 등 판재류까지 아우르는 수직계열화된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TSG는 현재 ▲Yieh Hsing Enterprise ▲Tang Eng Iron Works ▲Feng Ming Steel ▲Chien Shing Stainless Steel ▲Dragon Steel 일부 자산(CSC 계열)을 포함한 5개 철강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중소 제강사 중심이던 대만 철강업계에 통합과 구조조정 바람을 일으킨 대표 사례로 꼽힌다.

최근에는 냉연·도금재·컬러강판 등 고부가 제품 확대를 통해 봉형강 중심의 수익 구조에서 탈피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주요 수요처는 대만 내 건설 산업 및 가전·가구 산업이며, 일부 판재류는 동남아, 일본, 미국 등지로 수출되고 있다.

‘펑신강철’ 대만 건설강재 시장의 숨은 강자
펑신강철(Feng Hsin Steel) 대만 중부 타이중에 본사를 둔 대표적인 전기로 기반 철강사로, 철근과 와이어로드 등 봉형강 제품에 특화된 생산체계를 갖추고 있다.

1969년 설립된 펑신강철은 연간 약 120만~150만 톤의 조강을 생산하며, 대만 내 철근 시장에서 점유율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타이중 제철소에는 전기로, 빌릿 연속주조기, 압연기 등 일관 압연 설비가 있다.

펑신강철은 철스크랩 리사이클링, 에너지 효율 제고, 온실가스 저감 기술 도입 등 ESG 경영에도 적극적으로 대응 중이며, 대만 내 주요 철스크랩 수입·유통사로도 높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주요 수요처는 대만 내 건설업체 및 가공 유통업체다.

대만 최대 스테인리스 제강사 ‘유스코’
대만 최대의 스테인리스강 전문 제강사인 유스코(Yieh United Steel Corp, Yusco)는 연간 약 100만 톤 규모의 조강을 생산하는 대만 최대 스테인리스 전문 철강사로, 전기로 기반의 일관 생산체계를 갖추고 있다.

1988년 설립된 유스코는 Yieh Group 산하에 있으며, 대만 남부 가오슝 린위안 산업단지에 제강, 열연, 냉연, 후처리 라인을 집중 배치해 스테인리스 평판재 전 공정을 자체 수행하고 있다.

주요 생산 품목은 스테인리스 열연, 냉연 등이며, 304, 316, 430시리즈 등 다양한 등급의 스테인리스 강재를 생산해 대만 내수는 물론, 아시아, 중동, 유럽 등 수출 중심의 운영 전략을 구사한다.

내수 중심의 봉형강 사 ‘해광철강’
해광철강(Hai Kwang Enterprise Corp)는 연간 약 100만 톤 규모의 조강 생산능력을 갖춘 전기로 기반 봉형강 전문 제강사다.

1968년 설립된 해광철강은 철근과 H형강을 중심으로 대만 내수시장에 특화된 제품 공급을 이어가고 있다. 대만 남부 가오슝 항만 인근에 제강 및 압연 설비를 집중 배치해, 스크랩 기반 전기로 제강부터 후속 압연까지 일관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대만 내에서는 국책 인프라 프로젝트, 주택·건축용 강재 공급처로 인지도가 높으며, 고강도 철근 및 다양한 규격의 형강 라인업을 확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