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강사 수요 위축, 철 스크랩 시장 흐름 둔화로 이어져

- 철근 수요 부진에 전기로 가동률 하락···매입 여력 축소 - 순환구조 위축 속 공급단 부담 지속···“제강사 회복이 열쇠”

2025-07-21     곽단야 기자

전기로 제강사의 가동 축소가 철 스크랩 시장의 흐름을 둔화시키고 있다.

현장 곳곳에서는 조업 중단, 감산, 하치장 공백 등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는 단순한 공급 문제가 아니라 수요 축소, 특히 철근 전기로 제강사의 침체에서 비롯된 모습으로 보인다.

철 스크랩은 전기로 제강을 통해 반복 사용되는 대표적 순환자원이다. 수거, 선별, 가공을 거쳐 다시 제강 공정에 투입되며 자원 선순환을 실현해왔다.

그러나 이 순환 구조는 마지막 고리인 전기로 제강사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때에만 유지된다. 최근 이 고리가 느슨해지면서, 철 스크랩 시장 전반의 흐름 역시 점차 둔화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공급 부족을 언급하는 이들도 있지만, 실제로는 수요가 결정적인 문제로 보인다. 철근 수요가 줄며 제강사들이 전기로 가동을 줄였고, 이에 철 스크랩 매입 여력도 크게 위축됐다.

업계 관계자는 “제강사들이 철 스크랩을 더 받으려면 제품이 팔려야 하고, 제품이 팔리려면 시장이 움직여야 한다. 지금은 철근도 안 팔리고 가격도 낮아, 제강사 입장에서도 철 스크랩을 많이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025년 들어 철 스크랩 구매량은 예년보다 뚜렷하게 감소하고 있다. 1~5월 누적 기준, 국내 총 구매량은 약 766만 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3% 줄었다. 이 가운데 수입량은 73만 톤 수준으로, 2024년 동기(137만 톤) 대비 49% 이상 급감했다. 자가 발생량도 감소세를 보이면서, 전체적인 흐름이 수요 감소에서 기인하고 있음을 뒷받침한다.

철근 전기로 제강사의 경영지표도 이를 설명한다. 대한제강, 한국철강, 환영철강 등 철근을 전문으로하는 제강사 3사의 2025년 1분기 실적은 모두 부진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급감하거나 적자 전환됐고, 이는 곧 철 스크랩 매입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철근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전기로 제강사일수록 가동률을 높이기 어려운 구조다. 최근 철근 시중유통가격은 제강사들의 가격 상승 정책에도 70만 원 초중반대에서 보합세를 보이고 있어, 단기 목표가격인 78만 원과는 여전히 격차가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수출을 대안으로 제시하지만, 현실적인 한계가 분명하다. 철 스크랩 연간 내수 사용량이 2,000만 톤에 달하는 반면, 최대 수출 실적은 2017년의 40만 톤 수준에 불과하다. 유통 구조 자체가 내수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 점도 구조적인 제약 요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급업계는 출혈을 감수하며 버티고 있다. 수익성은 악화되고, 가공설비 중단이나 야드 가동 축소 사례도 늘고 있다. 그러나 공급만으로는 시장을 회복시킬 수 없다. 결국 전기로 제강사가 소비를 회복해야 순환구조가 복원된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지금은 수요단도 여력이 없고, 공급단 역시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잃고 있어 모두가 힘든 상황”이라며 “철근 시장이 살아날 가능성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에서 더 문제”라고 우려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6월 발표한 ‘2025년 하반기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건설투자는 전년 대비 –1.9%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철근 수요 회복에 구조적인 제약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철 스크랩 시장이 다시 순환을 시작하려면, 제강사의 회복이 그 출발점이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