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산 DRI 가격 하락…철 스크랩 수출길 다시 좁아지나

– 저가 환원철 공급 확대에 수입 스크랩 수요 ‘주춤’ – 상반기 국내 수출 물량 절반 이상 인도행…전망엔 불확실성

2025-07-18     곽단야 기자

올해 들어 회복세를 보이던 인도의 철 스크랩 수입 수요가 다시 주춤하고 있다. 현지에서는 저가의 직접환원철(DRI) 공급이 확대되며, 수입 스크랩의 가격 경쟁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2025년 1~4월 인도의 철 스크랩 수입량은 348만 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7.9% 증가했다. 하지만 6월 들어 현지 DRI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되면서, 수입 스크랩 수요에도 제동이 걸리고 있다. 구자라트 간디담 지역 기준으로 7월 초 DRI 가격은 톤당 2만4,500~2만5,000루피(약 285~291달러)로, 수입 슈레디드 스크랩보다 약 70달러가량 저렴한 수준이다. 이는 올해 평균 프리미엄(63달러)을 상회하는 수치다.

현지 제강업계 관계자는 “우기 시즌 진입으로 철강 수요가 위축되는 가운데, 많은 제강사들이 DRI, 로컬 스크랩, 주철 등을 혼합 투입하고 있다. 항만에 도착한 수입 스크랩도 재고로 쌓이면서 할인 조건으로 유통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 수출 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올해 1~6월 우리나라에서 수출된 일반용해용 철 스크랩 총 14만 8,471톤 가운데, 절반이 넘는 8만 4,220톤이 인도향이었다. 단일 국가 기준으로 최대 수출처인 인도에서 수요가 꺾일 경우, 하반기 수출 여건이 녹록치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생산 측면에서는 오히려 조강 증가세가 뚜렷하다. 인도의 지난해 조강 생산량은 1억 4,960만 톤으로 전년 대비 6.3% 증가했으며, 올해 1~5월에도 8.2% 늘어난 6,720만 톤을 기록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DRI 생산은 2,440만 톤으로 8.8% 증가해 조강보다 빠른 증가율을 보였다. 철강 생산이 늘고 있음에도 수입 스크랩이 그 혜택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는 구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 기대감은 여전하다. 인도재활용산업협회(MRAI)는 타타스틸과 진달스틸 등 대형 제강사들이 전기로(EAF) 증설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고급 스크랩 수입 수요는 다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고순도의 슈레디드나 부쉘링처럼 내수 공급이 제한적인 품목은 해외 조달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한편, 유럽연합(EU)의 스크랩 수출 규제 가능성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인도는 현재 EU에 비OECD국가 대상으로 스크랩 수출을 허용받기 위한 신청을 완료했으며, 최종 결정은 2026년 11월에 내려질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EU의 수출 제한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인도 내 수입 원료 수급에도 일정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 관계자는 “인도는 단기적으로는 수입 여력이 줄어들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전기로 확대에 따라 고급스크랩 관련 전략적 시장으로 남을 것”이라며 “다만 당분간은 환원철 가격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