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래브 늘고 빌렛·블룸 급감...반제품·스크랩 수급 동반 위축

- 슬래브는 증가, 빌렛·블룸은 반토막···수요 구조 변화 뚜렷 - 철 스크랩 자가소비 19% 감소···전기로 감산 영향 직격

2025-07-17     곽단야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철강 반제품 수입량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품목별 흐름은 확연히 갈렸다. 슬래브 수입이 늘어난 반면, 빌렛과 블룸은 절반 가까이 줄었다. 

한국철강협회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2025년 1~6월 국내 반제품(슬래브·빌렛·블룸) 총 수입량은 64만 7,365톤으로, 전년 동기(65만 6,266톤) 대비 1.4% 감소했다. 전체 규모는 비슷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온도차가 크다.

품목별로 보면, 빌렛은 18만 톤에서 8만 7,305톤으로 51.5%, 블룸은 2만 3,277톤에서 1만 160톤으로 56.4% 줄었다. 반면 슬래브는 47만 6,110톤에서 56만 60톤으로 17.6% 늘어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빌렛과 블룸은 국내에서 주로 철근이나 형강 등 막대형 제품 생산에 쓰이는 반제품으로, 전기로 조업 시 철 스크랩과 대체적으로 사용된다. 이들 품목의 수입이 줄어든 것은 철근·형강 등 제품 수요 부진과 함께 전기로 제강사들의 감산 흐름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이 같은 흐름은 철 스크랩 자가소비 통계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협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스크랩 자가소비량은 808만 855톤으로, 전년 같은 기간(998만 5,013톤)보다 19% 가까이 줄었다. 스크랩 수요 자체가 둔화됐다는 방증이다.

가격 측면에서 올해는 세 품목 모두 평균 수입단가가 지난해보다 떨어졌다. 슬래브는 톤당 568달러에서 487달러, 빌렛은 548달러에서 478달러, 블룸은 680달러에서 619달러로 각각 낮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빌렛과 블룸의 수입 물량이 크게 줄었다는 점은, 단순한 가격 요인보다는 수요 축소와 조업 감축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로 읽힌다.

반면 슬래브는 유일하게 증가세를 보였다. 일반적으로 조선용 후판 등 평판재 생산에 쓰이는 중간재로, 최근 조선 업황이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점이 수입 증가의 배경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빌렛이나 블룸은 철 스크랩과 직접 경쟁하는 원료인 만큼 수입 감소는 스크랩 수요 위축과 연관돼 있다”며 “슬래브는 특정 수요에 따른 흐름으로, 전체 시장의 회복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