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철강 관세 50% 적용] 철강 산업에 대한 영향과 대응 방향 ①

- 시장 불안정, 미국 내 생산 및 공급망의 급격한 변화 예상 - 철강 수요산업 및 제조업에 수요 감소로 이어질 전망

2025-07-16     한성호 자문위원

[미국의 철강 관세 50% 적용] 철강 산업에 대한 영향과 대응 방향

미국 정부는 2025년 6월 4일에 철강 관세를 기존 2025년 3월 12일부터 전격 적용되던 25%에서 50%로 인상 적용하기로 하였다. 이의 영향으로 이후 미국내 철강 수입은 감소하는 추세이고, 이러한 인상 적용으로 인해 미국 철강산업 및 미국으로의 철강 수출국들 특히 한국의 경우에 심각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이번 이슈페이퍼에서는 미국 정부의 50% 관세 적용이 향후 미국 및 글로벌 철강산업 그리고 한국 철강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3회로 나누어 다루어 보고자 한다. 1호에서는 주로 미국내 철강산업에 대한 영향을 중심으로, 2호에서는 이에 대한 주요국들과 기업들의 대응을 중심으로 그리고 3호에서는 한국에 대한 영향 및 대응방안을 중심으로 언급하고자 한다.

[50% 관세 적용의 영향] 미국 철강산업에 대한 영향 ①

(1) 미국 내 철강 수입의 감소, 가격 상승

철강 수입 감소

2025년 6월 미국의 전체 철강 수입 허가량은 약 204 톤으로, 이는 5월 대비 약 9.5% 줄어든 수치이다. 완제품 철강만 놓고 보면 약 156만 톤으로, 이 역시 전달보다 3.7% 감소했다. 상반기 전체로 보면(2025년 5월 이전은 실적 통계), 총 철강 수입량은 1,328만 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4.7% 감소했고, 완제품 철강은 약 995만 톤으로 7.2% 줄었다. 미국 내 철강소비에 대비한 수입 점유율은 6월 기준으로 약 20%, 1~6월 평균으로는 약 21%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수입 의존도가 과거보다 다소 줄어들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한편 미국 철강 수입을 국별로 보면, 2025년 6월 기준으로 캐나다와 일본이 전년 동월비 각각 41.2%와 32.8% 감소하였고, 같은 기간 중국과 한국은 각각 36.0%, 27.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1~6월까지의 누적 기준으로 보면, 한국과 중국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이들 국가의 최근 감소 추세가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 철강수입 추이(2024.1~2025.6)

미국 상무부 국제무역국, U.S. Steel Import Monitor

 

철강가격 상승

2025년 6월에 미국의 철강 가격은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이의 직접적 원인은 트럼프 행정부에 의한 관세 대폭 인상 조치로서, 이러한 정책 변화는 단기적으로 철강 가격에 강한 상승 압력을 가했고, 특히 대표적인 철강 제품인 열연 제품의 가격이 뚜렷한 반등세를 나타냈다. FocusEconomics에 따르면, 6월 한 달 동안 미국 내 HRC 평균 가격은 약 874달러에서 879달러 수준으로 형성되었고, 6월 30일 종가는 880달러에 이르렀다. 이는 5월 말 대비 약 4.8% 상승한 수치로, 관세 인상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6월 중순에는 주요 철강업체인 뉴코어가 열연 현물 가격을 900달러로 제시했으며, 캘리포니아 지역에서는 최대 960달러까지 도달하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은 선물시장에서도 반영되어 Investing.com에서는 미국 중서부를 기준으로 한 열연 선물가격이 6월 내내 864달러에서 910달러 사이를 오르내렸으며, 월말 기준으로는 880달러에 마감되었다.

열연 선물가격 추이

Investing.com

 

(2) 미국 내 생산 양상 변화

국내 철강 제품의 가격 경쟁력 회복

가장 먼저 나타난 변화는 미국 국내산 철강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수입 철강에 부과되는 50% 관세는 실질적으로 수입산 철강의 단가를 높여, 미국산 제품이 기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그 결과 브라질이나 한국, 유럽 등지에서 수입되던 열연코일이나 가공 강판의 가격이 관세 인상분만큼 높아지자, 미국 내 생산업체들이 제공하는 동일한 강종이 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었다.

미국 철강업체 수익성 회복

관세 인상 조치가 발표된 직후, 뉴코어, 스틸 다이나믹스, US스틸 등 미국의 주요 철강업체들은 철강 가격 인상을 단행했고, 이는 곧바로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되었다. 그 결과, 상장된 주요 철강사의 2분기 수익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었고, 주가 또한 반등했다. 예를 들어, Nucor는 공급 제한과 가격 강세를 반영하여 “2025년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뉴코어 보도자료 2025.6.14.)

생산 확대 유인의 증가

미국 철강기업들의 내수점유율의 확대와 철강 가격 상승은 철강업체들로 하여금 생산 확대를 검토하게 만드는 유인이 된다. 특히, 고로 기반의 생산능력을 갖춘 철강기업들은 관세 인상 부과 이전부터 관세 인상을 기대하여 가동률을 높이거나 일시 중단된 라인을 재가동하는 방식으로 단기 공급 확충에 나서 왔다. 또한 일부 기업은 중장기적으로 설비 투자 또는 신규 라인 건설 계획을 재검토 중이다. 그 결과 관세 인상 발표 이전에 미국철강협회는 미국 철강업계의 가동률이 78.2%로 2024년 8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한다(MEPS, 2025.6.4.). 이처럼 수익성이 확보된 환경에서는 철강업체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생산 능력 확대에 나설 수 있는 토대가 형성될 전망이다.

업계 간 양극화 가능성

한편 이러한 효과는 모든 철강업체에 똑같이 나타나지는 않는다. 대규모의 통합형 철강업체는 관세 인상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보지만, 소규모 또는 전문 소재 위주의 업체는 상대적으로 제한된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 특히 기술 기반 고급강이나 전기강판, 정밀강 등은 여전히 국내 생산 능력이 부족하거나 수입 의존도가 높은 영역으로, 이들 업체는 관세가 실질적인 기회가 되기보다 시장 재편에 따른 경쟁 심화로 작용할 수도 있다.

단기적 생산확대의 한계 존재

철강 공급은 이러한 변화 양상에 대응하여 단기간에 대응하기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어려움이 존재한다. 첫째, 철강 생산설비는 특성상 단기간 내 증설이 어렵다. 최근 몇 년간 미국 내 철강 생산설비의 신규 투자 속도는 둔화되어 있었고, 일부 설비는 비경제성을 이유로 장기간 휴지 상태에 있었다. 이번 관세 인상을 계기로 이러한 설비를 재가동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예열·정비·노동력 재배치 등의 과정까지 포함하면 가동까지 최소 수개월이 소요된다.

둘째, 숙련 인력과 원자재 확보의 병목 현상도 생산 확대의 속도를 늦추는 요인이다. 철강업은 고도의 기술력과 운영 경험이 필요한 분야로, 특히 고로 운영이나 특수강 가공에는 숙련된 기술 인력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미국 내 철강산업은 지난 수년간 구조조정과 자동화로 인해 인력이 많이 이탈한 상태이며, 갑작스러운 생산 확대에 필요한 인력을 단기간 내에 충원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철강 생산에 필수적인 철광석, 스크랩, 석탄 등 원자재 역시 글로벌 수급망에 의존하고 있어, 시장의 수요 급증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엔 공급 측면의 제약이 따른다.

셋째, 기업들의 투자 결정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철강 기업들이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신규 설비 투자나 라인 증설을 검토한다고 해도, 실제 투자 결정에는 자본조달 계획, 정책 리스크, 장기 수요 예측, 지역사회 수용성 등의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한다. 즉, 관세 인상이라는 단기 자극만으로는 장기적 생산계획을 전환하기 어려운 것이다.

넷째, 기존 설비의 가동률 확대에도 물리적 한계가 있다. 이미 가동 중인 전기로 설비나 중소형 제강소는 일부 증산이 가능하지만, 에너지 비용 상승과 환경 규제, 유지보수 일정 등으로 인해 무한히 가동률을 끌어올릴 수는 없다. 특히 고온·고압 환경에서 오랜 시간 운영되는 고로는 과도한 가동이 오히려 설비 효율을 저하시키거나 사고 위험을 높일 수 있어, 조심스러운 운영이 요구된다.

(3) 미국 내외의 철강 공급망 변화

관세 50%로의 인상으로 인해 미국의 철강 공급망은 국내외에서 광범위한 재편 과정을 겪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수입 감소 차원을 넘어서, 조달 전략의 전환, 생산·유통 네트워크 재구축, 글로벌 무역 흐름의 이탈로까지 이어지며 공급망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

수입 의존에서 내수 중심으로의 전환

가장 먼저 나타난 변화는 미국 내 철강 수요 기업들이 기존의 수입 중심 조달 구조에서 내수 중심으로 전략을 급격히 수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요기업들은 관세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국내 생산 철강이나 무관세·FTA 국가(예: 캐나다, 멕시코)에 의한 공급으로 전환하고 있다. 미국 내 철강 유통업체들이 ‘미국산(미국내 용융과 주조. Melted and Poured in the USA)’ 규정을 충족하는 제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는 양상이고, 이에 따라 국내 제강소와의 직거래 계약 확대, 기존 유통망 재편 등의 움직임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러한 내수 전환은 미국 철강업체들의 공급 책임을 강화시키는 동시에, Ryerson 등의 주요 철강유통사에 의한 유통망 집중과 기존의 철강생산과 유통망이 지역별로 한정된 것에 따른 물류에서의 병목 가능성을 높일 전망이다.

글로벌 철강 공급 형태의 변화 및 공급망의 지역화

미국 정부의 철강 50% 관세 부과로 인해 기존에 미국을 주요 수출시장으로 삼았던 브라질, 한국, 일본, EU 국가들은 수출 물량을 급히 줄이거나 다른 시장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EU 철강업체들은 미국 시장을 사실상 “수입 불가 시장(de facto import ban)”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중동, 동남아, 남미, 인도 등 제3국으로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고 있다. 일부 국가는 캐나다나 멕시코 등 USMCA 협정국을 통한 우회 수출 전략도 모색 중이다. 철강 반제품을 해당 국가로 수출한 후, 이를 미국으로 다시 공급함으로써 관세를 회피하려는 시도다. 미국 정부는 이에 대해 원산지 검증을 강화하고 있고, 그에 따른 수입 경로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공급망의 변화는 중장기적으로는 공급망의 재편과 지역 내 생산·유통 체계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이러한 변화는 향후 철강을 포함한 원자재 공급 전반에서의 블록 경제 체제의 강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물류 및 재고 전략의 변화

파이낸셜 타임즈(How trade tensions are really affecting the global economy, 2025.7.5.)에 따르면 우선, 단기적인 공급 차질과 납기 지연 우려가 커지면서 수요 기업들은 철강을 스팟 거래로 확보하기보다는, 연간 단위의 장기 계약을 체결하는 방향으로 조달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이는 예측 가능한 가격으로 안정적인 공급을 확보하고, 시장 가격 변동성으로부터 영향을 덜 받기 위한 조치이다. 특히 주요 유통업체와 제조업체는 가격이 더 상승하거나 물류가 더 지연되기 전에 일정 물량을 미리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한, 철강 수입업체들은 관세 납부 시점을 유예하거나 관세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항만 주변의 보세구역(bonded warehouse)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창고는 세금과 관세를 나중에 납부할 수 있도록 해주는 공간으로, 수입 철강 제품을 일시 저장해두고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되고 있다. 이는 현금 흐름 부담을 줄이면서도 필요시 바로 출고가 가능한 전략적 재고 확보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와 같은 장기 계약 확대 및 재고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납기 안정성과 가격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중장기적으로는 기업들의 조달 체계에 유연성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급망이 흔들릴수록 안정적 조달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미국 수요 기업들은 이러한 전략들을 통해 시장 혼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4) 미국내 철강 수요산업 및 제조업에 대한 영향

2025년 6월부터 미국 정부에 의한 50%로의 관세 인상조치는 철강 수요 산업 전반과 제조업계에 광범위하고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철강을 원자재로 사용하는 미국 내 주요 제조업체들은 원가 상승, 생산 축소, 고용 불안, 공급망 재편 등 여러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일부 산업에서는 장기적인 경쟁력 약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생산 비용 증가

가장 뚜렷한 변화는 원자재 비용의 급격한 상승이다. 관세 인상은 곧바로 철강 가격에 반영되었고, 2025년 상반기 미국 내 철강 평균 가격은 연초 대비 30% 이상 상승했다. 이로 인해 자동차, 건설, 가전 등 철강을 대량으로 사용하는 수요산업들은 생산 원가가 크게 상승하게 되었고, 이에 따른 부담은 결국 생산량 축소나 소비자 가격 인상이라는 방식으로 전이되고 있다.

이러한 비용 상승은 대기업보다는 중소 제조업체에 더 치명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대기업은 일부 원자재를 장기 계약이나 재고로 버틸 여지가 있는 반면, 중소기업은 즉시적인 조달이 필요하고, 가격 상승을 제품 가격에 전가하기도 어려워 이중고를 겪고 있다. 실제로 일부 중소 제조업체는 관세 부담으로 인해 생산을 줄이거나 고용을 축소하고 있으며, 신규 설비 투자를 유보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제조업체에 대한 공급 불안정과 납기 지연

관세 인상은 수입 물량을 급격히 줄이는 동시에, 국내 철강업체에 대한 수요로 전환하게 되었다. 그러나 국내 생산능력이 단기간에 증가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철강의 조달 시점이 늦어지고, 납기 지연과 계약 불이행 사례가 속출하게 되었다. 많은 제조업체들은 기존에 다양하고 경쟁력 있는 글로벌 공급선에 의존해 철강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왔으나, 관세 인상 이후 대체 조달 경로를 재정비하는 데 큰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었으며, 일부 중소기업은 조달 차질로 인해 생산 중단 또는 납품 지연 사태를 경험했다.

제조업 전반의 투자와 고용의 둔화

더불어 제조업 전반의 투자와 고용도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철강 관세 인상은 철강 가격의 급변 가능성, 수급 불확실성, 시장 혼란은 새로운 설비 투자나 생산 확대를 어렵게 만들었으며, 특히 중장기 프로젝트를 고려하던 산업들(예: 자동차 공장 신축, 신재생 발전설비 제조 등)은 계획을 유보하거나 축소했다.

장기적으로는 미국 제조업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 가능성도 예상된다. 제품 가격이 올라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고,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 내 생산을 꺼리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은 생산공정을 자동화하거나, 아예 생산 거점을 미국 외 국가로 이전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일자리 감소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의 철강 관세 50% 인상에 따른 미국 철강산업의 영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