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전망-STS] 공급 과잉의 끝자락, 하반기 전환점 될까?

2025-07-15     손연오 편집국장

2025년 상반기 스테인리스 시장은 글로벌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이 맞물리며 침체 국면이 이어졌다. 원재료 가격은 하방 압력을 받았고, 니켈 가격은 톤당 1만 4천~1만 5천 달러 수준까지 하락했다. 중국 내수 가격도 동반 약세를 보이며, 국내 유통 가격은 포스코의 공식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하락세로 전환됐다. 수입재는 열연·냉연 모두 전기 대비 감소했으나 내수 수요가 더 큰 폭으로 줄어들며 수입재 점유율은 확대됐다.

글로벌 통상환경도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웠다. 미국의 철강 관세 강화는 중국산 제품을 직접 겨냥했고, 이에 대응하지 못한 중국은 아시아 시장으로 과잉재고를 밀어내며 가격 경쟁을 부추겼다. 이로 인해 동남아를 중심으로 저가 출혈경쟁이 심화됐고, 국내 시장도 이에 따른 가격 압박과 유통 마진 축소에 직면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업계는 하반기 수요 회복 여부와 글로벌 공급 재편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상반기 스테인리스 시장 리뷰 : 가격·수급·수출입 전반 약세

상반기 스테인리스 시장의 판세는 사실상 약세로 평가된다. 3월을 기점으로 중국과 국내의 가격 상승세가 나타나긴 했지만 2분기에 이내 가격과 수요 모두 동반 하락세를 보였다. 이에 상반기 전체를 두고 평가할 때 부진에 좀 더 수렴했던 것으로 정리된다. 특히 중국의 경우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관세 정책과 우회 수출 규제까지 이어지면서 공급 과잉에 따른 전반적인 가격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니켈 가격의 경우 올 들어 톤당 1만 6천 달러대에서 1만 4천 달러대로 하락세를 보이면서 스테인리스 가격 약세에 일조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전 세계적인 경기 부진과 관세 충격에 따른 수요 정체도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상반기 니켈 시장은 전형적인 공급 과잉 속에서 가격 하락이 지속됐다. LME 기준 가격은 연초 톤당 1만 6천 달러 초반에서 출발해 3월 중순 한때 1만 6,700달러까지 반등했지만, 이후 수요 부진과 공급 확대 우려로 4월 초 1만 4,150달러까지 급락했다. 평균 가격은 1만 5천 달러 안팎으로, 최근 5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 중 하나로 평가된다.

공급 확대의 중심에는 인도네시아가 있다. 2025년 상반기 기준, 전 세계 정제 니켈 생산에서 인도네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60%를 넘어서며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했다. 반면, 고비용 구조의 호주 광산은 감산과 폐광이 이어졌고, 필리핀도 중국 수요 감소로 약세를 보였다.

수요 측면에서는 EV 배터리 소재로 사용되는 니켈의 경우, 삼원계(NCM) 배터리보다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채택이 확대되며 성장세가 둔화됐다. 스테인리스 업계도 수요 산업 부진과 아시아 내 가격 경쟁 심화로 가동률 회복이 지연되면서, 공급 초과 구조가 더욱 뚜렷해졌다.

국내외 경기 침체와 수요산업 부진, 통상 규제 강화 등 복합 악재로 상반기 스테인리스 생산과 소비 모두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내수 수요가 급감하면서 수입재 점유율은 오히려 상승하는 흐름을 나타냈다.

포스코의 정기 대수리 영향으로 상반기 열연 생산은 일시적 차질을 빚었지만, 수출 확대 덕분에 전체 판매량은 증가했다. 1~5월 기준 열연 소비량은 23만 4,880톤, 수입재 비중은 36.9%로 나타났다. 반면 냉연은 내수와 수출 모두 부진하며 생산·판매 모두 뚜렷한 감소세를 보였다. 동기간 냉연 소비는 37만 6,798톤, 수입재 비중은 33.8%를 기록했다.

수입 흐름을 보면, 상반기 열연 수입은 11만 톤(전년 동기 대비 –19%), 냉연은 16만 톤(–22%)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내수 소비가 더 크게 위축되며 시장 내 수입재 비중은 오히려 상승했다. 특히 2분기 들어 수입 오퍼 가격 하락과 환율 약세, 베트남산 수입 규제 전 선재고 확보 움직임 등으로 수입 물량이 일부 증가했다.

상반기 국내외 스테인리스 가격은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포스코가 1분기 가격 인상을 단행했음에도, 실제 시장에서는 인상분 반영이 어려웠고, 2분기에는 판매 부진과 손실 판매가 이어지며 실질적인 적자 구간에 접어들었다.

글로벌 시장도 마찬가지다. 유럽, 일본, 미국 등 알로이 서차지 적용 국가에서도 니켈 가격 하락에 따라 2분기부터 가격이 동반 하락했다. 중국 역시 내수 부진과 미국 관세 정책 여파로 스테인리스 가격이 약세를 보였다. 전반적인 수요 침체와 각 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 영향으로 아시아 지역 내 거래가격도 하락장이 이어지는 중이다.

특히 국내 스테인리스 업계에서 가격 상승 반전의 흐름을 확신하기 어려운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1) 2분기 수입재 유입 증가 속 판매 부진에 따른 업체들 간의 출혈경쟁으로 지속적인 가격 하락이 악순환처럼 나타나는 문제와 2) 중국의 스테인리스 내수 및 수출가격의 약세장과 수요산업 회복에 대한 기대심리가 바닥을 형성한 영향이다.

하반기 스테인리스 시장 전망

2025년 하반기 스테인리스 시장은 여전히 복합적인 변수들이 얽혀 있는 가운데, 회복 여부를 놓고 업계 내에서는 신중론이 팽배한 상황이다. 경기 반등의 시그널은 여전히 미약하고, 통상환경은 오히려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영향이다. 수요산업의 회복 속도와 글로벌 원자재 가격 흐름, 수입재 유입과 재고 소진 속도, 통상 정책 변화 등이 맞물리며 국내외 시장의 변수로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4분기를 기점으로 시장 가격의 회복세를 예상하는 의견도 있다.

니켈 시황, 제한적 반등 전망

하반기 니켈 가격은 톤당 1만 4천~1만 6천 달러 수준에서 제한적 등락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네시아의 정제 니켈 생산 확대 기조가 여전한 가운데, RKEF 설비 가동률도 높게 유지되고 있다. 인니 정부가 니켈 광산 쿼터를 3.64억 톤으로 확정한 가운데, 실제 감산 효과는 단기적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요 측면에서도 LFP 배터리 확대와 스테인리스 산업의 부진한 가동률로 인해 니켈 수요 회복은 지연되고 있다. 중국의 전략 비축 확대가 단기 바닥을 지지하고 있지만, 가격 반등을 견인할 근본적 동력은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러한 니켈 시황은 스테인리스 시장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유통가격이 포스코의 공식 인상에도 불구하고 2분기를 기점으로 하락세를 보인 가운데, 하반기에도 니켈 가격이 반등하지 못할 경우, 업계는 재고 평가손과 함께 구매 보수화 현상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반면 니켈 가격이 단기 바닥권을 형성하며 추가 하락을 피할 경우, 메이커들의 가격 정책은 방어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수요산업, 회복 모멘텀 제한

하반기 한국 경제는 0.7~1.6%의 완만한 성장세가 예상되며, 민간소비와 수출, 건설 부진이 하방 리스크로 지목되고 있다. 하반기 금리 인하 등 정책적 유인은 존재하지만, 민간 소비 개선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자료 : IBK 경제연구소 2025년 하반기 경제 환경 전망

스테인리스 수요와 밀접한 산업군은 회복 속도가 더딜 전망이다. 조선업은 글로벌 발주 감소 속에서도 LNG선과 해양플랜트를 중심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기계산업은 내수·수출 모두 감소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됐다. 자동차 산업은 내수 반등 가능성이 일부 제기되고 있으나, 미국의 관세 정책 등 대외 변수에 따라 수출 여건은 더 악화될 수 있다. 가전 산업은 AI·스마트홈 수요가 성장 동력이지만, 미국 보호무역 강화는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또한 국가별 관세 정책에 따라 해외 사업장 생산 확대도 불안 요소다. 건설업 또한 상반기 수주 부진의 영향으로 하반기 실제 투자는 감소세를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자료 :: KDI

최근 이재명 정부의 31.8조 원 규모의 건설 추경 예산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추경규모는 31.8조 원으로 당초 정부가 신청했던 30.5조에서 1.3조 정도만 증액되면서 건설과 밀접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철강 업계의 실망감이 표출되기도 했다. 건설경기 활성화에 직접 배정된 예산은 2.7조 원으로 전체의 8.4%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부실 PF 사업 회생을 위한 예산이 처음으로 포함되었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됐다.

PF 대출 부실이 철강 수요와 직결되는 건설경기 회복의 핵심 걸림돌인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정책은 국내 철강 및 스테인리스 산업에 있어 중요한 회복의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 같은 예산이 실제 시장 회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조속하고 적극적인 집행이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료 :: KDI

수입재·재고 소진과 가격 반등 조건

국내 스테인리스 시장의 하반기 가격 반등은 결국 누적된 수입재와 국내산을 포함한 재고 회전 속도에 달려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 동안 유입된 저가 수입재와 내수 부진으로 정체된 재고는 그동안 시장 내 가격을 누르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동해 왔다.

7월부터 베트남산 스테인리스 냉연 제품에 11.34~18.81%의 최종관세가 부과되면서 다행히 하반기 베트남에서의 냉연 유입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수입재 재고 누적 우려에서 한숨 돌릴 수 있는 요인이다. 하반기 중으로는 베트남산을 대체할 수 있을 만한 비관세 지역에서의 수입량이 늘어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수입에서의 하반기 변수가 하나 존재한다. 이는 바로 4분기 최저가격이다. 4분기 최저가격이 중국의 7월 유통 평균가격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중국의 7월 내수가격 흐름을 눈여겨 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대로 4분기부터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대만 등 3개국에 대한 반덤핑 최저가격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에 이 가격이 3분기보다 낮아질 경우 수입물량 자체의 유입 강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또한 3개 국가들의 하반기 쿼터 물량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상반기 스테인리스 열연과 냉연 수입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영향이다. 4분기 최저가격과 중국 및 아시아 지역 내 거래가격의 흐름이 하반기 시장 가격의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 통상환경, 불확실성의 ‘정점’ 가능성

하반기 통상 정책 변화도 변수로 작용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철강·자동차·가전 등 수출 물량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가별로 어떻게 미국과 협상하는가에 따라 철강을 포함한 자동차와 가전 등의 관세율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쿼터 적용 여부에 따른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50% 관세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미국 수출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자동차와 가전에 대한 관세율 역시 해외 사업장 이전에 따른 생산량 변동으로 내수 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또한 미국 관세 정책 뿐 아니라 유럽을 포함한 국가들의 관세 정책이 강화되면서 수출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대다수 국가들이 대중국 견제에 나서면서 중국의 과잉공급이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자료 : IBK 경제연구소 2025년 하반기 경제 환경 전망

더불어 WTO 제소 확대, 원산지 규정 강화, 탄소국경세, 기술기준 강화 등 비관세 장벽도 글로벌 시장 진입에 또 다른 장벽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리쇼어링 확대는 중장기적으로 일부 시장에서는 긍정 요인이 될 수 있으나, 아시아 지역 중심의 공급 과잉 문제와 중복되며 새로운 경쟁 환경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결과적으로, 2025년 하반기 스테인리스 시장은 △수요 회복의 속도 △분기 최저 가격 흐름 △수입 규제 영향 △글로벌 통상 정책이라는 네 가지 핵심 축 위에서 복합적인 방향성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단기간 내 가격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재고 소진과 수입 규제 효과가 겹치는 구간에서는 수급 균형이 맞춰지며 단기적 반등 기회가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하반기 시장 환경을 ‘회복의 전환점’으로 만들 수 있을지 여부를 판가름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놓여 있으며, 원가 관리, 공급 전략 조정, 유통 채널 경쟁력 강화 등 내실 중심의 대응 전략이 요구된다. 동시에 글로벌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고부가·친환경 제품 중심의 구조 전환을 병행하는 중장기 전략 수립이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료 :: KDI
자료 : IBK 경제연구소 2025년 하반기 경제 환경 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