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의 세계 철강업계⑥ 지정학적 이점...전기로 강국 ‘튀르키예’
- 전기로 생산능력만 4,000만 톤 넘겨...조강 75% 담당 - 높은 전기로 비중에 해외 스크랩 대표 가격 지표로 활용 - 건설 수요에 힘입어 봉형강 중심...최근엔 판재로 확장 - 2022년 기점 독일과 ‘유럽 철강 1위’ 자리 두고 경쟁
글로벌 철강산업이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탄소중립 실현, 공급망 재편, 보호무역 강화 등 복합적인 변화 속에서 각국은 생산체제를 신속히 재정비하며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이에 본지는 미국, 중국, 일본, 인도, 베트남에 이어 이번 6부에서는 ‘튀르키예’ 철강산업을 조명한다.
세계철강협회(WSA)에 따르면 지난해 튀르키예의 조강 생산량은 3,690만 톤으로, 전년 대비 9.4% 증가하며 세계 8위를 기록했다. 특히 2022년부터는 유럽 최대 철강 생산국인 독일(3,720만 톤)과 ‘유럽 철강 1위’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튀르키예는 2023년 2월 대지진 이후 복구 사업을 통해 점차 내수 시장이 안정된 가운데, 본격적으로 수출 확대에 나섰다.
지난해 튀르키예의 철강 수출액은 전년 대비 8.7% 증가한 161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수출 물량은 21.8% 급증한 1,770만 톤에 달했다. 업계는 올해 수출량을 전년보다 약 5% 늘어난 1,800만 톤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튀르키예철강수출협회에 따르면, 올해 북아프리카, 서아프리카, 남미 시장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조강 생산능력은 6천만 톤 근접
/ 75%가 전기로...압도적인 전기로 비중
튀르키예는 고로(BF) 대비 전기로(EAF) 비중이 매우 높은 철강 생산 구조를 갖춘 국가다. 스크랩 가격 또한 해외 대표 가격 지표로 자리매김했다.
2025년 현재 튀르키예의 조강 생산능력은 약 5,600만~5,800만 톤으로 추정되며, 이 중 고로 기반 생산능력은 약 1,400만 톤, 전기로는 약 4,200만~4,300만 톤 수준이다. 전체 조강 생산능력 중 전기로 비중은 약 75%에 달한다.
향후 설비 투자 계획을 살펴보면, 고로 중심의 생산 설비 확장은 제한적인 반면, 전기로를 중심으로 한 생산체제 구축이 더 강화되고 있다.
튀르키예의 전기로 비중이 높은 배경에는 지리적 이점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으로부터 스크랩을 대량으로 수입할 수 있는 유리한 입지에 있으며, 전기로 방식은 고로 대비 탄소 배출이 적어 유럽 등 주요 수출 시장의 환경 기준을 충족하기에도 유리하다.
또한 산업 구조 측면에서도 전기로 방식에 유리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튀르키예는 건설 부문이 철강 수요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에 따라 철근, H형강 등 건설용 봉형강 중심의 단순 강재 비중이 높다. 이러한 제품군은 전기로 방식에 적합하다.
특히, 최근에는 지진 위험 완화를 고려한 교량 등 인프라 프로젝트는 고강도·고내구성 철강 수요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있다. 정부가 국가 연결성 개선과 재난 복구 역량 강화를 정책 우선순위로 삼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수요 구조는 향후에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튀르키예 20여 개 제철소 가동
/ 지중해·마르마라 중심 전기로 밀집
튀르키예 전역에는 현재 20여 개의 제철소가 가동 중이며, 이 중 고로 기반 일관 제철소는 1곳, 고로/전기로 모두를 갖춘 제철소는 2곳, 전기로 기반 제철소는 23곳으로 구성돼 있다.
지리적 이점과 수요 구조에 따라 지중해, 마르마라 지역을 중심으로 전기로 제철소가 집중돼 있으며, 내륙 일부 지역과 흑해 연안에 고로 제철소가 있다.
■ 지중해 지역 – 전기로 밀집…건설 수요 대응 거점
지중해 지역은 튀르키예에서 전기로 기반 제철소가 가장 집중된 권역이다. 총 9개 제철소 중 전기로 설비가 7곳, 고로/전기로 제철소가 2곳이 있다. 이 지역 제철소는 주로 H형강, 철근 등 건설용 봉형강 생산에 특화돼 있으며, 지진 복구 프로젝트와 인프라 확충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하타이(Hatay) 지역에는 전기로 제철소 5곳과 고로/전기로 제철소 1곳이 위치해 있으며, 오스마니예(Osmaniye)에도 고로/전기로 일관제철소 1곳이 가동 중이다. 아다나(Adana), 메르신(Mersin)에는 전기로 기반 제철소가 각각 1곳이 있다.
■ 마르마라 지역 – 산업·물류 중심지에 전기로 집중
튀르키예 북서부의 마르마라 지역은 튀르키예 경제·산업 중심지로, 유럽과 연결되는 해상물류 거점이며, 인근에 대규모 산업단지가 조성돼 있어 안정적인 스크랩 공급과 수요 기반이 함께 형성돼 있다.
현재 전기로 제철소 7곳이 가동 중이다. 코자엘리(Kocaeli)에 4곳, 이스탄불(Istanbul)과 인근 부르사(Bursa), 테키르다(Tekirdağ)에도 각각 1곳씩 전기로 제철소가 위치해 있으며, 차나칼레(Çanakkale) 지역에도 1개 제철소가 가동 중이다. 주로 빌릿, 선재, 형강 등 범용재 중심으로 생산을 수행하고 있다.
■ 에게 지역 – 항만 인프라 바탕 전기로 생산 허브
에게 지역은 이즈미르(İzmir)에 전기로 제철소 6곳이 집중돼 있으며, 서부 해안 중심의 집중화된 구조가 특징이다.
이즈미르는 스크랩 수입 및 제품 수출에 유리한 항만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며, 전기로 설비는 선재, 철근 등 내수 건설재 수요에 대응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 흑해 지역 – 고로 중심 전통 생산 기반 유지
튀르키예 북부 흑해 연안 지역에는 총 4개의 제철소가 위치해 있으며, 이 중 카라뷕(Karabük) 지역에는 고로 기반 일관제철소가 있다.
또한 바르틴(Bartın), 삼순(Samsun), 존굴닥(Zonguldak) 지역에는 각각 전기로 기반 제철소가 1곳씩 가동 중이다.
■ 중앙·동남 아나톨리아 – 내륙 전기로 공급 거점
내륙 산업지대인 중앙 아나톨리아 지역에는 중앙 아나톨리아 지역의 앙카라(Ankara), 콘야(Konya), 시바스(Sivas), 카이세리(Kayseri) 등 4개 도시에는 전기로 기반 제철소가 각각 1곳씩 있다.
튀르키예 동남부 국경 지역인 동남 아나톨리아 지역 가지안테프(Gaziantep)에도 전기로 제철소 1곳이 운영되고 있다. 이들 내륙 지역의 제철소는 주로 빌릿, 봉형강 등을 생산하며, 지방 건설 수요 및 내수 건설 수요와 함께 시리아 및 중동 등 인접 국경 지역에 수출하고 있다.
튀르키예 최대 민간 철강사 '토시알리'
/ 세계서 빠르게 성장하는 철강사 TOP3...2030년 20위 진입
튀르키예 최대 민간 철강사 토시알리(Tosyali Holding)는 현재 유럽 철강사 가운데 생산량 기준 3위, 튀르키예 내에서는 1위 철강업체로, 조강 생산능력은 자국 내 약 900만~1,000만 톤, 해외 생산 거점까지 포함해 총 1,500만 톤 규모를 갖췄다.
토시알리는 지난해 총 912만 톤의 조강을 생산, 전 세계 철강사 생산량 순위에서 46위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54.3%의 생산 증가율을 기록하며 21계단 상승,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철강사 TOP 3위로, 5년 안에 세계 20대 철강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다.
본사는 튀르키예 남부 이스켄데룬에 위치하며, 이스켄데룬·오스마니예·Algerian Qatari Steel 등 자국 내 핵심 제철소를 비롯해 아프리카·유럽·미국·아시아 등지에 30개 이상의 계열사 및 생산거점을 두고 있다. 특히 알제리 오란(Oran) 지역의 ‘Tosyali Algeria’는 연간 250만 톤 규모의 고로 기반 일관제철소로, 북아프리카 최대 철강 생산기지로 성장 중이며, 리비아에서는 대규모 DRI 설비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토시알리는 전기로 기반 철근·선재·형강 중심의 전통 제품에서 시작해, 최근에는 고로 및 직접환원철(DRI) 기반의 슬래브와 열연강판 생산체계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주요 제품은 철근, 와이어로드, 슬래브, 열연코일, ERW/SAW 강관, HBI 등이다.
이와 함께 DRI·HBI 등 고급 전기로 원료의 내재화와 탄소중립 기술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2023년부터는 수소환원 기반 저탄소 제철공정 실증 프로젝트에 착수해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글로벌 환경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고로 기반 튀르키예 최대 판재 철강사 '에르데미르'
/ 연 생산능력 950만 톤… 2030년까지 탄소 25% 감축 목표
에르데미르그룹(Erdemir Group)은 연간 약 950만 톤의 조강 생산능력을 갖춘 튀르키예 최대의 판재류 철강사로, 지난해 기준 854만 톤의 조강을 생산해 세계 조강 생산 순위 50위에 이름을 올렸다.
에르데미르그룹은 고로 기반 일관제철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튀르키예 내 에레일리(Ereğli) 제철소와 이스켄데룬(İskenderun) 제철소 등 2대 거점을 중심으로 슬래브, 열연강판, 냉연도금재, 형강 등 다양한 판재류와 함께 봉형강을 일괄 생산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에르데미르그룹은 튀르키예 군 복지기금 산하 OYAK 그룹에 소속돼 있으며, 철광석 광산, 기계 설계, 유통 자회사 등 수직 계열화된 철강 밸류체인을 갖추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유럽, 중동, 북아프리카 등지로 연간 150만 톤 이상의 철강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최근 친환경 설비 고도화 및 저탄소 전환 전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4년 한 해 동안만 10억 달러를 설비 현대화와 환경 투자에 집행했으며, 장기적으로는 30억 달러 이상을 투입해 ▲고로 리빌딩 ▲수소환원 기반 제철 파일럿 프로젝트 ▲에너지 고효율 설비 전환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제품 톤당 탄소배출량 25% 감축, 2050년까지 탄소 Net Zero 달성이 목표다.
하바쉬, 전기로 기반 튀르키예 복합 철강사
/ 조강 450만 톤 규모…냉연·주석도금 등 고부가 판재 확대
튀르키예 철강·산업가스 기업인 하바쉬그룹(Habaş Group)은 연간 약 450~500만 톤 규모의 조강 생산능력을 보유한 전기로 기반 제강사다. 지난해 조강생산량은 세계 86위로 380만 톤의 조강을 생산했다.
1956년 산업·의료용 가스 사업으로 출발한 하바쉬 그룹은 현재 철강, 에너지, 조선, 항만, 금융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으며, 철강 부문은 그룹 매출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바쉬그룹은 전기로 기반의 철근, 선재, 형강, H형강 등 건설·산업용 봉형강 제품군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으며, 최근에는 냉연강판, 아연도금강판, 주석도금강판 등 고부가 판재류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독일 SMS 그룹과 협력해 오는 8월까지 연간 165만 톤 규모의 냉연 및 도금강판 설비 증설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아울러 지난 2023년에는 이탈리아 Danieli와 협력해 주석도금강판 공장 건설을 추진해 식품·음료 포장재 시장에 진출했다.
열연까지 드라이브 건 '콜라코글루 메타누르지'
/ 전기로 기반 조강 생산능력 300만 톤, 열연 450만 톤
콜라코글루 메타누르지(Çolakoğlu Metalurji A.Ş)는 연간 약 300만 톤 규모의 조강 생산능력과 함께, 열연 450만 톤 수준의 연산능력을 보유한 전기로 기반 철강사다. 지난해 기준 조강 생산량은 343만 톤으로, 세계 순위는 95위다.
1945년 설립된 콜라코글루는 튀르키예 북서부 지역에 제강 및 압연 설비를 집중해 운영하고 있으며, 슬래브, 빌릿, 철근, 와이어로드, 열연강판, 헬리컬 바 등 건설 및 산업용 봉형강과 평판재 전반을 아우르는 제품군을 생산한다.
특히, 지난해에는 두 번째 슬래브 퍼니스(Slab Furnace)를 도입하며 열연 생산능력을 대폭 증설했고, 인공지능(AI) 기반 공정 제어 시스템을 본격 도입해 고순도 정밀강 생산 역량을 강화했다.
콜라코글루는 ISO 9001, ISO 14001 등 국제 품질·환경 인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제품은 ASTM(미국), JIS(일본), TSE(튀르키예) 등 글로벌 규격을 충족한다. 주요 수출 시장은 유럽, 중동, 북아프리카 등이다.
이츠다스, 철강과 함께 발전, 항만 물류 인프라 연계
/ 열연 500만 톤, 와이어로드 5만 톤 생산 준비
이츠다스(İçdaş)는 연간 약 500만 톤 규모의 조강 생산능력을 가진 민간 철강사다. 지난해 기준 310만 톤의 조강을 생산해, 세계 순위 101위를 달성했다.
조선, 에너지, 철강 사업을 운영하는 이츠다스는 차나칼레주 비가반도에 위치한 전기로 기반 통합 생산단지를 중심으로 철강, 발전, 항만, 조선 등 복합 산업 인프라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츠다스 3기의 전기로를 활용해 스크랩 기반 조강을 생산하고 있으며, 주력 품목은 철근·빌릿·와이어로드·형강 등 봉형강이다. 특히 자체 발전설비를 기반으로 한 전력 자급체계와 전용 항만 물류 인프라를 통해 고효율 생산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강점이다.
최근에는 열연 생산을 위한 신규 설비 투자를 추진하며, 봉형강 중심에서 판재류로의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서고 있다. 신규 열연 라인은 연산 500만 톤 규모로 계획돼 있으며, 와이어로드 생산라인도 월 5만 톤 규모로 시범 가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