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전망–철근] 끝나지 않는 침체···하반기도 '먹구름'
- 건설경기 부진 심화로 수요 기반 붕괴 가속화 - 선행·동행 지표 모두 '하락'…반등 기대난 - 구조적 저수요 시대, 생존 전략 모색 절실
2025년 상반기 철근 시장은 수요 위축과 회복 지연이 반복되는 가운데 답보 상태를 면치 못했다. 건설경기의 본격적인 회복을 기대하던 시장의 바람과는 달리, 주거용 건설수주를 비롯한 주요 건설지표들이 연초보다 더 악화된 수치를 보이며 하반기 시장에도 불확실성을 드리우고 있다. 인허가·착공 지표의 연속적인 하락과 분양 시장의 부진은 철근 수요 기반 자체가 축소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5년 하반기 역시 시장 반등보다는 침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선행지표, 하반기 수요 회복 신호는 감감
하반기 철근 수요를 가늠할 수 있는 장기 선행지표들부터 살펴보면, 대부분 반등의 조짐 없이 하락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주거용 건설수주 실적은 2025년 5월 누계 기준 31조 7,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27조 2,000억 원) 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2022년(38조 1,000억 원)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친다. 건설사들이 여전히 고금리·고원가 환경 속에서 신규 사업에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수치다.
철근콘크리트 구조물 인허가 연면적도 2025년 5월 누적 기준 2,897만㎡로 전년(3,473만㎡) 대비 16.6% 줄어들며 하반기 수요 위축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통상 6개월에서 1년 후 철근 실수요로 이어지는 선행지표의 특성을 감안하면 하반기 내내 수요 반등을 기대하긴 어려운 구조다.
단기선행∙동행지표 부진 지속, 당면 수요 불투명
철근 수요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착공 연면적도 여전히 낮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5년 1~5월 철근콘크리트 구조물 착공 연면적은 1,927만㎡로 전년 동기(2,052만㎡) 대비 6.1% 감소했다. 이는 철근 내수의 핵심 기반이 여전히 위축 국면에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공동주택 분양 실적은 철근 수요 침체의 심각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2025년 1~5월 누적 분양물량은 5만 2,982호로, 전년 동기 대비 41.7% 감소했다. 월별 흐름에서도 2025년은 전년보다도 낮은 수준을 대부분의 월에서 반복하고 있으며, 시장 평균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한 흐름이 지속 중이다.
철근 계절적 성수기에도 무거운 그림자
통상 3분기말인 9월부터 11월까지는 착공과 시공이 활발해지는 시기지만, 올해 하반기에는 그 계절성이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상반기 동안 충분한 분양이 이뤄지지 않았고, 인허가·착공 지표 모두 저조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2025년 하반기에는 총선, 대규모 공공 사업, SOC 투자 확대 등의 경기 부양 기대 요소가 이미 선반영된 상태이거나 당장 실현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외생 변수로의 수요 전환도 제한적이다.
수급 균형보다 구조적 저수요 대응에 무게
생산 측면에서도 제강업계가 가동률 조정을 지속하며, 하반기 공급이 수요 부진에 맞춰 탄력적으로 조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수급 균형을 맞추기보다는 구조적 저수요에 대응하는 성격이 강하다.
특히, 수요 기반이 크게 줄어든 상태에서 공급조절 효과가 제한적일 경우, 철근 가격은 박스권에 갇히거나 일시적인 하락압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울러 하반기 전반에 걸쳐 관망세가 짙어질 여지도 존재한다.
결과적으로 2025년 하반기 철근 시장은 반등보다는 관망과 침체의 연장선에 가깝다. 실수요를 반영하는 모든 건설 지표가 저점을 기록하고 있으며, 생산업계도 불확실한 수요 전망에 선제적 대응보다는 보수적 운영을 택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철강협회 통계에 따르면 2021년 1,124만 톤이었던 국내 철근 명목소비(내수+수입)는 이후 매년 감소세를 보여 2024년에는 784만 톤까지 줄었다.
나아가 본지 조사를 참고하면 올해 상반기 철근 명목소비는 347만 톤으로, 전년 동기(405만 톤) 대비 14.3% 감소했다. 이는 2015년 이후 상반기 기준 가장 낮은 수준이며, 소비 기반이 계속해서 축소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하반기 역시 뚜렷한 회복의 근거를 찾기 어렵다. 분양과 착공을 비롯한 건설 동행지표와 선행지표가 모두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고, 계절적 수요 반등을 견인할만한 정책 변수나 외부 수요도 제한적인 상황이다. 하반기 명목소비 또한 전년(379만 톤) 대비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일시적 조정이 아닌 구조적 위축에 대응해야 하는 시점에 단기적 반등보다는 저수요 국면에서의 생존 전략 마련이 더 절실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