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스틸 인수] 일본제철의 미국시장 진출 절박성

- 단기적 금융 리스크와 수익성 악화가 우려도 존재 - 미래 글로벌 생존의 차원에서 충분히 계산된 전략에서 추진

2025-07-09     한성호 자문위원

(1)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는 생존을 위한 전략적 결단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인수하고자 한 것은 단순한 글로벌 확장을 넘어서, 생존을 위한 전략적 결단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그것은 일본제철이 안고 있는 복합적인 위기 상황에 절박하게 대응하려는 것이다.

일본 내 수요 감소

일본제철이 안고 있는 위기 상황의 주요 내용을 보면, 첫째, 인구감소 및 내수산업 위축 등의 요인으로 일본 내 철강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인구 감소와 산업구조의 변화(제조업의 해외 이전)로 인해 철강 총수요는 1990년의 피크인 113,069천톤에 대비하여 2024년 72,264천톤으로 35% 이상감소했다. 따라서 국내 수요만으로는 생존이 불가하고, 또한 일본 내에서만 생산 기반을 유지할 경우 가동률이 저하하게 되고, 생산단가가 상승함으로써 수익성이 급락할 수 있다. 따라서 글로벌 수요 확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철강 주요지표 추이(1990~2024)

자료: 일본철강연맹

 

 

중국의 과잉 공급과 가격 경쟁

둘째, 중국의 압도적인 과잉 공급과 이로 인한 가격 경쟁의 위기이다. 중국은 세계 철강 생산의 55% 이상을 점유하고, 중국 국유 철강사들은 대규모 공급을 바탕으로 저가 공세를 펼쳐 세계 시장 가격을 압박하고 있다. 나아가 일본 고급강 분야에서도 가격 압박을 하고 있어, 일본제철의 주요 제품인 고급 자동차강, 전기강판의 경우에 중국산과 경쟁 심화로 수익률이 떨어질 위험성이 크다. 따라서 미국 고부가 철강 제품 시장으로의 진입이 절실한 상황이다.

국내 투자 효율성 저하

셋째, 일본내 철강산업에 대해 설비투자하는 것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제철의 경우 고로(blast furnace) 중심의 전통 제철 방식에서 전기로(EAF) 및 수소환원 기술로의 전환을 중심으로 설비투자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고로의 경우 국내의 것을 일부 가동중단하고, 해외 설비투자 쪽으로 전환하고 있다. 전기로의 경우 국내에서도 국내에서 필요한 정도의 설비투자를 진행하지만, 막대한 비용 부담이 요구되는 탈탄소 시대의 압박에 대한 투자분산 혹은 투자효율화를 위한 미국의 전기로 설비를 활용하는 쪽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M&A 경쟁 열세

넷째, 일본제철은 글로벌 M&A 경쟁에서 밀리는 위기감을 안고 있다. 2020년대 들어 글로벌 경쟁사인 아르셀로미탈(유럽), 바오우(중국) 등을 중심으로 세계 철강 기업들은 시장 지배력 확대를 위한 M&A를 가속했던 데 비해 과거 일본제철은 이에 대해 소극적인 대응을 해왔다. 인도, 브라질, 태국으로의 진출은 있었지만 그 규모나 전략적 내용이 부족했다. 미국 시장 진출은 이러한 추세에 더 늦으면 글로벌 생존 경쟁에서 크게 뒤떨어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실패의 교훈

그 밖에 이유로 과거 1989년 Armco, 2000년 Wheeling-Pittsburgh 투자에서처럼 기술 공유 실패, 노조 갈등 및 성과 부진 등으로 요인으로 인해 실패하여 철수한 사례가 있다. 이번의 US스틸 인수는 이러한 시도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이 번에 실패하면 미국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될지 모른다는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의 전략적 목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의 핵심 목표는 글로벌 생산 역량 강화와 미국 시장 내 전략적 거점 확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제철은 그동안 글로벌 철강 생산 역량의 확대 전략을 추진해 왔다. 일본제철은 이미 2021년 중기 경영계획에서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1억 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US스틸 인수도 이러한 글로벌 생산 역량의 양적 확대를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나 이번의 인수는 단순히 양적인 규모를 확대하는 것 이상의 목표를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생산 역량의 양적·질적 확대 및 미국 내 전략적 거점 확보

첫째, 이번 인수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서 미국 내 생산거점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US스틸은 미국 내 고로 및 전기로 설비를 모두 보유한 기업으로서, 미국 전국의 생산·가공망을 기반으로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제철은 단순 수출이나 합작투자보다 훨씬 빠르고 안정적인 진출 방식인 미국 현지 생산을 바로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하는 것이다. 또한 고령화·에너지 비용·탄소 규제 등으로 일본 내 생산 기반의 지속가능성에 한계를 갖고 있는 있는 일본제철은 US스틸 인수를 통해 미국이라는 안정적이고 성장 여력이 있는 시장에서 공급망을 구축함으로써 유럽, 동남아 등 기존 진출 지역과 더불어 글로벌 생산의 균형과 리스크 분산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고급강 생산 경쟁력 강화 및 저탄소 전환 전략

둘째, 자동차용의 고급강 글로벌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자 하는 것이다. US스틸은 Ford, GM 등 미국 빅3 자동차 업체의 주요 공급사이고, 일본제철은 고강도 강판, 전기강판 등 고부가 제품군에 특화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인수의 상호 기술적 시너지를 통해 미국 내 고급강 수요 증가에 맞춰 현지 대응력이 대폭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US스틸의 전기로 기반 공장은 미국 내에서 가장 현대화된 저탄소 강재 생산설비 중의 하나로서, 일본제철은 US스틸 인수를 통한 탈탄소 고급 전기로 기술 도입에 의해 기존 고로 의존에서 벗어나 글로벌 고급강 생산 체제의 저탄소화 전환도 동시에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산업, 정치·외교적 전략

셋째,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는 글로벌 철강시장 재편의 움직임에서 일종의 선점 전략으로 보인다. 미중간 기술 패권 경쟁, EU CBAM(탄소국경조정세), 공급망 보호주의 등으로 철강도 전략자산으로 인식되는 시대에서 미국, EU, 인도 등은 자국 내 철강생산 역량 강화를 핵심 산업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본제철은 이 흐름에 대응하여 현지에서 생산하고 현지에 공급하는 글로벌 체계 구축하고자 하는 의도를 갖고 있다. 이는 단순한 시장 확대가 아니라, 산업정책과 연동된 생산 기반 확보 경쟁에서의 전략적 노림수라고 판단된다. 나아가 장기적으로 미국의 변동성 높은 수입규제 정책에 대응하고, 미국과의 동맹국 기반 공급망 구축을 추진하며, 미국 정부와의 관계에서도 정치·외교적 협력 기반을 강화하는 고도의 정치적 의도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 자금조달 계획: 내부 유동성과 주식발행, 부채조달의 조합

일본제철은 149억 달러 규모의 US스틸 인수 및 추가 설비투자 지출을 위한 110억 달러의 총 260억 달러를 확보해야 하며, 149억 달러의 인수 자금은 현금 지출을 해야 하는 등 막대한 자금 부담을 안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내부 유동성 활용, 부채 방식 조달, 주식 발행 등을 복합적으로 조합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내부 유동성

일본제철의 내부 유동성은 2025년 3월 말 기준으로 약 6,700억 엔(약 47억 달러) 수준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2024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영업 현금흐름이 9,800억엔(약 68억 달러)이 되고 있으나 이것으로 인수 자금을 충당하기는 크게 부족한 상태다. 따라서 부채 방식의 조달이나 주식발행 등의 자금조달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부채조달 방안

부채 방식의 조달의 경우, 내부 유동성과 자본 조달 금액의 규모를 벗어나는 범위의 약 70억 ~ 100억 달러 수준에서 일본과 미국 내 은행 대출, 국제 자본 시장에서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한다. 또한 일본 경제산업성(METI)으로부터 자국 전략 산업의 보호 및 해외 확장을 지원하려는 지원책의 일환으로 약 50억 달러 규모의 대출을 금융기관 연계지원을 통해 지원받을 계획이다. 현재 연계지원을 받았다고 하나 그 금액 수준은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주주 희석 최소화 원칙의 주식발행 수준

이와 함께 일본제철은 추가 투자 자금을 위해 공식적인 발표는 아직 없으나 주식발행이나 자산매각 등의 추가 자본의 확충을 주요한 선택 방안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규모는 약 20~30억 달러 수준으로 예상되고, 이는 기존 주주 희석을 최소화하기 위한 발행 수준으로, 내부 유동성을 보강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리스크 요인과 대응

이러한 일본제철의 자금조달 계획에 대해 S&P는 ‘신용등급 리스크 존재, 신용비율 급등’의 경고하였고, 또한 단기적인 수익성 감소와 높은 금리 환경에서 추가 부채 조달 시 이자부담 상승 가능성 지적하였며, 높은 인수 프리미엄과 부채 부담으로 인해 주가 및 배당 정책 등에 대한 불만 증가 등 주주의 반발 가능성이 높아질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일본제철은 이미 주주들에 대한 현금 상환을 6월말 완료했고, 향후 지속적인 대규모 자금 조달 부담에 따른 리스크 회피를 위해 안정적인 대출 상환 계획을 마련하거나 추가 자금 조달 확보를 위한 금융기관과의 협력 강화와 자산매각 및 구조조정 등의 방안을 도모하고 있다. 나아가 미국 정부 및 규제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정책적 리스크도 최소화 해나가려 하고 있다.

결론

향후 이러한 자금부담 압박에 의한 금융 리스크와 단기적 수익성 악화의 문제를 실제로 일본제철이 잘 해결해 나갈 수 있는가의 여부가 인수의 성공을 위해 중요한 요인일 것이고, 이는 인수 결과를 비관적으로 보는 관점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일본제철은 현재 생존 전략으로서 강력히 요구되는 글로벌 전략의 일환으로 미국 시장 진출을 필사적으로 도모하는 것이고, 이를 위한 자금압박은 대응가능한 범위에 있다면 불가피한 요소이자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결론적으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는 절박한 필요성에 의한 것이지만 계산이 충분히 이루어진 전략이라 판단된다.

(연재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