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철, US스틸 인수 후 본격 행보...“대출 상환·설비 투자”
- 브릿지론 상환 준비…8,000억 엔 후순위 대출로 유동성 확보 - 108억 달러 설비 투자 확정…Gary Works·Big River 중심 - 일본제철, 부채비율 0.35→0.8 급등, 내년까지 0.7 복원 계획
일본제철이 미국 US스틸 인수 이후 본격적인 자금 조달과 투자 계획을 가동하며, 글로벌 철강 산업의 재편을 주도하고 있다.
일본제철은 총 149억 달러(약 21.4조 원)에 달하는 US스틸 인수를 마무리한 데 이어, 후속 자금 확보와 미국 정부의 규제 수용, 대규모 설비 투자 등 ‘장기전’을 준비 중이다.
8,000억 엔 후순위 대출…브릿지론 상환 본격화
일본제철은 지난 3일 US스틸 인수와 기존 차입금 상환을 위해 총 8,000억 엔 규모의 후순위 대출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자금 조달은 크게 2건으로 나뉜다. 이 중 5,000억 엔은 지난 6월 인수자금으로 마련한 2조 엔 규모의 브릿지론 일부 상환에 투입되며, 나머지 3,000억 엔은 기존 4,500억 엔 후순위 대출의 차환에 활용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5,000억 엔 대출에는 미쓰비시UFJ금융그룹, 미즈호금융그룹, 스미토모미쓰이금융그룹 등 일본 3대 메가뱅크와 스미토모미쓰이신탁은행, 일본정책투자은행이 참여하며, 오는 9월 18일까지 조달을 완료할 계획이다. 3,000억 엔 대출은 스미토모미쓰이신탁은행 등 4개 은행을 통해 7월 22일까지 조달된다.
일본제철은 브릿지론의 잔여 1조 5,000억 엔에 대해서도 시장 상황과 금리를 고려해 다양한 금융 수단을 조합해 추가 조달에 나설 계획이다. 회사 측은 “자본성 자금 조달도 검토 중이지만, 주당순이익(EPS) 희석은 지양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와의 ‘국가안보협정’...US스틸, 이름·공장 유지
자금 조달과 더불어 일본제철은 미국 정부가 요구한 인수 조건을 모두 수용하며 관련 계약 내용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정식 제출했다.
이번 계약에는 미국의 국가안보협정(NSA)에 따른 ‘황금주(Golden Share)’ 조항이 핵심으로 포함됐다. 이는 미국 대통령 또는 고위 인사가 US스틸의 주요 경영 결정에 일정 수준의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는 US스틸의 Granite City 제철소를 2027년 6월 18일까지, 기타 생산설비를 2035년 6월 18일까지 폐쇄·유휴화·매각할 수 없도록 하고, 내수 철강 생산을 저해하는 원재료 변경 금지, 설비 투자 변경 시 미국 정부 승인 의무 등의 조건이 포함됐다. 일시적 유휴나 불가항력 상황은 예외로 인정된다.
또한 US스틸은 향후에도 ‘US스틸’이라는 이름과 본사를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 유지해야 하며, 철강 제품을 시장 평균 가격의 85% 이하로 판매하는 것도 제한된다. 원재료 조달 방식이나 공급 전략 변경 역시 미국 정부의 사전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다.
US스틸에 2028년까지 108억 달러 투자
일본제철은 2028년까지 미국 내 철강 인프라에 총 108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주요 투자 계획으로 ▲아칸소주 Big River(30억 달러) ▲인디애나주 Gary Works 제철소(31억 달러) ▲ 펜실베이니아주 Mon Valley(24억 달러) ▲ 미네소타주 Keetac·Minntac 광산( 8억 달러) ▲ 앨라배마주 Fairfield Works(5억 달러) ▲신규 미니밀 신설(10억 달러) 등이다.
특히, Big River와 Gary Works, 신설 미니밀 등 주요 시설에는 2028년 단일 연도에만 4억 2,000만 달러가 집중 투자될 계획이다.
한편, 일본제철은 이번 US스틸 인수로 인해 재무구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지난 3월 말 기준 0.35였던 부채비율은 인수 이후 0.8 수준으로 급등했다. 이는 브릿지론 차입뿐 아니라, 인수 과정에서 아르셀로미탈과의 미국 합작법인 지분을 매각하며 발생한 손실이 반영된 결과다. 일본제철은 오는 2026년 3월까지 현금 창출과 자산 매각 등을 통해 부채비율을 0.7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중기 계획을 내놓았다.
일본제철은 US스틸이라는 미국 철강의 상징을 등에 업고, 다시 한 번 글로벌 철강 패권의 무대에 나선 가운데 이번 인수가 실제 수익성과 전략적 가치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실행력과 리스크 관리 능력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