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의 세계 철강업계⑤…‘베트남’, 순수입국서 수출국으로
- 철강 수요 2,500만 톤, 생산량은 3.100만 톤 확대 - 고로 일관 제철소인 호아팟, 포모사 중심 조강 생산 - 단압은 판재, 전기로 제강사는 봉형강...특화 뚜렷 - 생산량 증대 속 중국 이어 한국도 무역규제 확대
글로벌 철강산업이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탄소중립 실현, 공급망 재편, 보호무역 강화 등 복합적인 변화 속에서 각국은 생산체제를 신속히 재정비하며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이에 본지는 미국, 중국, 일본, 인도에 이어 이번 5부에서는 ‘베트남’ 철강산업을 조명한다. 베트남철강협회(VSA)에 따르면, 올해 베트남의 철강 수요는 전년 대비 4.5% 증가한 2,450만~2,5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 생산량 또한 전년보다 약 10% 증가한 3,100만 톤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베트남은 동남아시아에서 철강산업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국가로, 그간 철강 순수입국이었으나 최근에는 자국 내 설비 투자 확대로 내수 중심 구조로 전환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완제품 수입은 1,700만 톤으로 전년 대비 33% 증가했으며, 수출도 1,300만 톤으로 12% 증가하는 등 수출입 모두 성장세를 보였다.
아울러 베트남 정부는 자국 시장 보호를 위한 조치도 강화하고 있다. 2020년 중국산 아연도금강판에 대한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2021년에는 냉연강판에도 반덤핑 조치를 취했다. 지난해에는 중국산 열연뿐 아니라 한국과 중국의 아연도금강판에 대해서도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으며, 현재 잠정관세 부과와 함께 최종 판정을 앞두고 있다.
조강 생산능력은 3천만 톤 수준
/ 단기적으론 고로, 향후 전기로 중심
베트남은 그간 철강 자급률이 낮아 순수입국으로 분류됐으나, 빠른 설비 확장을 통해 내수 수요 충족은 물론 수출 확대까지 겨냥하는 산업구조로 전환 중이다.
2025년 현재 베트남의 조강 생산능력은 약 2.900만~3,000만 톤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고로(BF) 기반 생산능력은 약 1,500만~1,600만 톤, 유도로를 포함한 전기로(EAF)는 약 1,400만 ~1,500만 톤 수준이다. 전체 생산능력 중 고로 비중은 절반이 소폭 넘는 수준으로 베트남 철강 기반이 전기로에 상당 부분 치중되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베트남의 제강은 전기로에서 시작됐으며, 고로는 2000년대부터 가동됐기 때문이다.
향후 설비 투자 방향을 보면, 단기적으로는 고로 중심의 생산설비 확충이 지속되며, 장기적으로는 전기로를 중심으로 한 저탄소 전환이 병행될 전망이다.
현재 베트남 내에서 건설 중인 고로는 약 620만 톤 규모이며, 향후 계획된 고로 설비는 780만 톤으로 파악된다. 전기로의 경우 현재 착공된 설비는 없지만, 향후 1,720만 톤 규모의 신규 설비가 예정되어 있어 중장기적 비중 확대가 예상된다.
베트남 20여 개 제철소 가동
/ 북부는 고로, 남부는 전기로에 특화
베트남 전역에는 유도로를 포함해 20여 개의 제철소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고로 중심의 일관 제철소는 5곳, 고로와 전기로 복합 제철소는 2곳 그리고 전기로만 운영하는 제철소는 14곳으로 집계됐다.
■ 북부 – 자원 기반에 전통 철강 생산지
북부는 철광석 매장지와 인접해 있어 원료 수급이 용이한 내륙 자원 기반의 지역이다. 이 같은 지리적 이점을 바탕으로 고로 중심의 철강 생산 구조가 발달해 왔으며, 베트남 철강 산업의 전통적인 거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총 9개 제철소 가운데 고로 설비를 갖춘 곳은 4곳, 전기로 설비를 보유한 곳도 4곳이며, 고로와 전기로를 병행하는 복합 제철소도 1곳이 운영되고 있다.
특히 라오까이(Lao Cai)와 타이응우옌(Thai Nguyen) 등 북부 내륙 지역은 철광석 자원이 풍부해 고로 가동에 필요한 원료 수급이 안정적이다. 이 지역의 고로 기반 제철소들은 열연, 슬래브 등 고부가가치 철강재 생산에 주력하고 있으며, 국내 공급은 물론 수출 대응 능력도 갖추고 있다.
대표적인 제철소로는 꽝응아이(Quang Ngai)의 호아팟(Hoa Phat), 하띤(Ha Tinh)에 위치한 포모사(Formosa Ha Tinh)가 있다. 이곳은 베트남 최대 규모의 고로 설비를 보유하고 있으며, 슬래브와 열연 제품을 대량 생산해 내수와 수출 시장을 아우르고 있다.
이외에도 하이즈엉(Hai Duong), 라오까이, 뚜옌꽝(Tuyen Quang) 등에서 고로 기반 제철소가 운영되고 있다.
한편, 하이퐁(Hai Phong), 타이빈(Thai Binh), 흥옌(Hung Yen), 탄화(Thanh Hoa) 등지는 전기로 설비를 갖춘 중소형 제철소가 위치해 있으며, 인근 산업단지의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 중부 – 연안·내륙의 교두보
중부는 현재 포모사가 운영중인 고로 일관 제철소 1곳과 전기로 1곳이 각각 운영되고 있다.
고로 제철소는 꽝응아이(Quang Ngai)에 위치한 호아팟(Hoa Phat Dung Quat) 제철소로, 베트남 남북 물류의 중심 축인 중부 연안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지역은 해안 항만과 인접해 있어 철광석 등 원료 수입과 제품 출하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호아팟은 이곳에서 고로 기반으로 열연 등 고급재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내륙 지역인 닥락(Dak Lak)에는 전기로 기반의 제철소가 운영되고 있다. 이 설비는 중부 고지대 및 내륙 중소도시 건설 수요를 대응하는 지역 밀착형 공급 거점으로, 스크랩 기반의 단기 납기 대응에 최적화되어 있다.
■ 남부 – 스크랩 중심 전기로 밀집
남부는 베트남에서 전기로 제철소가 가장 집중된 권역으로, 총 10개 제철소 가운데 9곳이 전기로 설비를 운영하고 있다. 나머지 1곳은 고로와 전기로를 병행하는 복합 설비 형태의 일관제철소다.
제철소들은 주로 바리아 붕따우(Ba Ria Vung Tau), 빈즈엉(Binh Duong), 롱안(Long An) 등 항만과 산업단지가 밀집된 연안 지역에 분포해 있다. 이들 지역은 스크랩 수급이 용이하고, 전력 인프라가 안정적으로 구축되어 있다는 평가다.
지역별로 보면, 바리아 붕따우에는 전기로 제철소 6곳과 고로·전기로 혼합 설비 1곳이 운영 중이며, 빈즈엉에는 전기로 제철소 2곳, 롱안에는 1곳이 위치해 있다. 이 곳에 위치한 전기로 제철소들은 주로 빌릿, 형강 등 건설재 생산에 특화돼 있다.
호아팟, 베트남 최대 철강기업
/ 조강 생산 2030년 1.400만 톤까지 확대
호아팟 그룹(Hoa Phat Group)은 연간 약 850만~900만 톤의 조강을 생산하는 베트남 최대 민간 철강사로, 지난해 기준 세계 조강 생산 순위 49위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Hoa Phat는 고로 기반 일관 제철소를 운영 중이며, 동남아 민간 철강사 가운데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현재 베트남 전체 조강 생산량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주력 생산 품목은 건설재, 형강, 열연강판 등이며, 냉연강판, 도금강판, 컬러강판 등 고부가 판재류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호아팟그룹은 Dung Quat 2단계 프로젝트(550만 톤 증설)를 추진 중이며, 2030년까지 총 1,400만 톤 조강 체제를 목표로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베트남 최대 외국계 철강사 ‘포모사’
/ 수출에 특화...고급 판재 수요 대응
포모사 하띤 스틸(Formosa Ha Tinh Steel, FHS)은 연간 600만~700만 톤의 조강을 생산하는 베트남 최대 외국계 철강사이자, 베트남 철강사 2위로, 2023년 기준 세계 조강 생산 순위 64위에 이름을 올렸다.
FHS는 대만 포모사그룹(Formosa Plastics Group)이 주도하고, 일본 JFE 스틸이 전략적 지분을 보유한 합작 철강기업이다.
베트남 하띤(Ha Tinh)성에 위치한 고로 기반 일관 제철소로, 슬래브부터 현재 베트남 전체 조강 생산량의 약 30~35%를 점유하고 있다. 주력 제품은 열연을 비롯해, 냉연, 아연도금강판(GI·GA), 컬러강판 등이다.
생산량 대부분은 동남아, 중동, 남미 등지로 수출되고 있으며, 내수보다 수출 중심 전략에 특화돼 있다. 특히 FHS는 설비 규모와 품질 수준 면에서 동남아시아 내 유일하게 고급 판재 시장에 대응 가능한 제철소로 평가받는다. 향후에는 설비 고도화와 증설을 통해 조강 생산능력을 1,000만 톤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며, 전기로 도입과 수소환원 기반의 저탄소 제철 기술 도입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VAS Group, 베트남 대표 전기로 제강사
/ 전국 단위 봉형강 생산에 특화
VAS Group(Vietnam Advance Sprint Group)은 연간 약 300만~400만 톤의 조강을 생산하는 베트남 전기로 철강사로, 전기로 기반의 봉형강 생산에 특화돼 있다.
1998년 설립된 VAS는 약 25년간 전기로 중심의 조강 및 압연 체계를 고도화하며, 빌릿, 철근, 와이어로드 등 건설용 봉형강 제품군을 중심으로 일괄 생산체계를 구축해 왔다.
현재 빈즈엉(Binh Duong), 닌빈(Ninh Binh), 응에안(Nghe An), 다낭(Da Nang) 등 전국 주요 산업권역에 5개 이상의 제강소 및 압연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역별 철강 수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내수 공급망을 갖추고 있다.
VNSTEEL, 베트남 대표 국영 철강 그룹
/ 건설재·슬래브·가공 판재까지 전국 공급망 구축
베트남스틸코퍼레이션(Vietnam Steel Corporation, VNSTEEL)은 연간 150만~200만 톤 규모의 조강을 생산하는 베트남 대표 국영 철강 지주회사다.
VNSTEEL은 산업무역부(MOIT) 산하 국영 기업으로, TISCO(Thai Nguyen Iron and Steel), Southern Steel Company(SSC) 등 25개 이상의 자회사 및 제휴사와 함께 베트남 전역에 걸친 철강 생산·유통망을 갖추고 있다.
최근에는 포모사, 호아팟 등 민간 대형 철강사의 급성장 속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국영 철강사의 균형 역할과 내수 수급 안정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베트남 전체 조강 생산량의 약 10~15%를 차지하며, 주요 생산 품목은 철근, 와이어로드, 형강 등 건설재를 주로 생산한다.
포스코야마토비나, 베트남 대표 봉형강 제강사
/ 전기로 기반 형강 특화 생산…동남아 건설재 공급 거점
포스코 야마토 비나(POSCO Yamato Vina Joint Stock Company)는 한국 포스코(POSCO)와 일본의 야마토홀딩스(Yamato Kogyo), 그리고 베트남 현지 파트너(VNSTEEL)가 합작해 설립한 전기로 기반 봉형강 전문 제강사다.
2008년 베트남 동나이(Dong Nai)성 푸미 산업단지에 설립됐으며, 동남아 시장을 겨냥한 친환경·고품질 H형강, 빔, 채널 등의 봉형강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연간 조강 생산능력은 약 100만 톤가량으로, 철근, H형강, I빔, 채널강, 앵글강 등이다. 모든 제품은 전기로 방식으로 생산되며, 고품질 강재와 환경 친화적 공정으로 한국·일본·베트남 품질기준을 만족한다.
이에 베트남 내수뿐 아니라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전역에 형강류를 수출하고 있으며, 산업단지·물류센터·항만·고층 건물 등 대형 건설 프로젝트에 적합한 구조용 형강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